나의 작업실-미니어처공방 ‘걸리버’ 하향숙 씨
“손 안의 작은 세상을 만드는 재미, 시간가는 줄 몰라요”
내가 좋아하고, 가지고 싶은 것들을 작게 만들어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릴 적 꿈꾸었던 공주풍의 침실, 정원이 있는 이층집, 아이쇼핑으로만 만족해야 했던 갖고 싶은 핸드백 등등...손끝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작은 세상 ‘미니어처’는 무언가를 갖고 싶고, 추억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낸 예술이 아닐까요.
미니어처공방 ‘걸리버’의 주인장 하향숙 씨(48세)가 미니어처에 빠지게 된 것도 앙증맞고 작은 손안의 세상이지만 그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창의적인 작업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소인국의 걸리버처럼 세상 속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을 만들고 들여다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그의 행복한 작업실 ‘걸리버’를 찾아가보았습니다.
TV에서 우연히 마주친 미니어처에 매료돼
돌하우스(Dolls House)로 많이 알려진 미니어처는 말 그대로 ‘인형의 집’을 뜻하지만 미니어처 공예에서는 ‘인형이 살만한 작은 집이나 공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작은 모형으로 만들어진 집, 건물, 자동차, 여러 가지 소품’ 등을 미니어처라 하고 ‘집이나 상점 그 밖의 건물 등을 작게 만들어 놓은 미니어처’를 돌하우스라고 한다. 16세기부터 시작된 돌하우스는 1558년 남독일 바바리아 공작 알프레도 5세가 딸을 위해 선물한 작품이 최초라고 전해진다. 그 후 귀족들이 자신의 생활 모습을 축소해 만들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고 중세 유럽에서 여러 가지를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예술 활동으로 발전하면서 현대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미니어처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지는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지만 최근 이를 배우는 인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전망이 밝은 공예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니어처공방 ‘걸리버’에 들어서면 누구나 허리를 낮추게 되고 그 다음엔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된다.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골목길 어귀의 군고구마 리어카, 복권방, 포장마차 등.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 펼쳐진 공간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정교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향숙 씨가 미니어처를 접했을 당시에는 그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 우연히 TV에서 미니어처에 대한 방송을 보기 전까지 그 자신도 그 세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 독일의 100년 기업을 소개하는 방송이었던 것 같은데, 독일 등 유럽에서는 미니어처를 산업으로까지 육성한다고 하더군요. 보는 순간 그 정교하고 다양한 작업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무엇이든 손으로 만들기 좋아하던 그는 당시 한참 인기를 끌던 지점토 작업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다고. “지점토가 한창 인기를 끌 때는 회현동 지하상가에 지점토 관련 재료상들이 많았어요. 그때부터 회현동을 드나들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배우고 했는데 재료부터 기법 등이 일본에서 들여온 것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지점토를 배우러 일본에 가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에 미니어처란 신세계를 만난 그는 그 작고 예쁜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저곳 수소문을 하기 시작했다. “15년 전 그때는 협회는커녕 배울만한 곳도 없었어요. 그러다 오오사카에 있는 친구가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일본으로 날아갔지요.”
만드는 사람의 솜씨나 감각, 아이디어에 따라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어
주부의 입장으로 그리 오래 체류할 수 없었던 터라 일본에서 있었던 시간은 6개월 남짓, 그 짧은 기간 그는 남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려 노력했다. 덕분에 지점토나 미니어처 분야에서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게 됐고, 미니어처 작가로 매년 정기전 및 회원전에 참여하고 있다.
미니어처를 만드는 기본 재료는 바로 목재인데 합판, 바스우드 등 주제에 맞는 목재를 선택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음식이나 섬세한 소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점토. 점토는 돌하우스의 아기자기함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재료이기도 하다. 점토는 목재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데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다른 종류를 이용한다. “미니어처는 만드는 사람의 솜씨나 감각, 아이디어에 따라 다채롭게 표현되는 것이 매력이죠. 예를 들어 음식 하나를 만들어도 종이에 색칠을 해서 만들었는지, 또는 점토를 얇게 밀어 만들었는지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거든요. 내가 생각한대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개개인의 창의력에 따라 예술작품이 되기도 하고요.”
하향숙 씨는 한때 개인 작업에 몰두했지만 요즘은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미니어처를 더 알리기 위해 강습에 열정을 쏟고 있다. “미니어처는 액세서리에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못 만드는 게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손쉬운 공예예요. 또 손을 많이 쓰게 되므로 건강에도 좋고 정서적인 안정에도 효과가 좋아요. 백 마디 말보다 일단 미니어처 한번 배워보세요. 끈기 없는 아이들도 미니어처는 엄마 손에 이끌려 왔다가 제 스스로 더 배우겠다고 할 정도로 재미가 있답니다.”
아직 강사가 많지 않아 사범과정 수료 후 창업이나 취업 가능성 높아
그의 말대로 ‘걸리버’를 찾은 날도 공방은 창작삼매경에 빠진 꼬마 수강생들도 가득했다. 직접 제도한 나무를 재단하고 만드는 솜씨가 꽤 익숙해 보이는 정근용(한수초 5학년)군은 2년째 수강 중이고, 김주영(광성드림초 3학년)양과 유영은(한수초 6학년)양은 점토로 손톱보다 작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어린 학생뿐 아니라 고등학생 김예은(다산학교)양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어 미니어처를 배우고 있고, 김희영 씨는 전문가반을 마친 후 이곳에서 강사실습을 하고 있다고. 1997년 (사)한국홍익문화협회를 만들어 강사를 배출하고 있는 하향숙 씨는 “아이들의 창의성 뿐 아니라 산업미술, 응용미술, 실내디자인 등의 대학진학에도 미니어처의 활용성이 높답니다. 또 미니어처의 활용도와 관심은 높아지는데 강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희망적이지요. 사범과정까지 수료한 후 공방을 내거나 방과 후나 문화센터 등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편이예요”라고 한다. 걸리버의 수업은 아이들 수강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가능하며, 성인반은 취미반과 전문가반으로 진행된다. 수강문의 031-916-4333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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