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으로 읽는 논어> 고양불이학교 김재용 교사
"쉽고 재미있는 논어, 이젠 아이들이 먼저 공자를 찾아요"
부모들은 늘 자녀들에게 ‘예’와 ‘효’를 강조하곤 합니다. 하지만 왜 ‘예’ 와 ‘효’가 중요한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왜 이들이 필요한 지 설명해주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혹은 ‘공부해라’ 이전에 ‘왜 공부는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본 적도 드물겠지요. 그렇다면 이 기회에 ‘공자’아저씨를 한번 만나보세요. 자녀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지요.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의 열쇠를 공자 아저씨가 쥐어줄 지도 모릅니다. 이번 인사이드 북(人 side Book)에서는 고양 불이학교 김재용 교사가 펴낸 <통으로 읽는 논어>를 소개해드립니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제자들과 나눈 논어 이야기 한 권에 담아
<통으로 읽는 논어>는 논어의 ‘학이’편부터 ‘요왈’편까지 20편으로 나뉘어져 있는 논어를 제목처럼 ‘통’으로 담았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감에 겁부터 나지만, 첫 페이지를 읽으면 다음 페이지, 또 그 다음 페이지가 술술 읽힌다. 왜일까. 저자인 김재용 교사는 우선 그 거부감이 ‘언어’로부터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김 교사는 “논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한문 공부’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논어읽기는 한문 공부가 아닙니다. 성서를 히브리어나 희랍어로 읽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잖아요. 논어가 어려운 책이라는 선입견은 언어장벽에서 비롯된 거죠”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예절’교육을 위한 윤리 교과서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안학교인 불이학교 수업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싶었죠. 인문학이라고 하면 보통 문사철(文史哲)을 말하지만 과학, 수학 등 다양한 학문의 뿌리가 인문학이기 때문입니다. 그 방법으로 <논어>읽기를 선택했지요. 논어의 글귀를 암기하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더 깊고 풍부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자는 게 수업의 취지였어요”
‘어른들 말씀을 따라야 한다’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 는 식의 가르침이 아니라, 그런 윤리가 어떻게 생겨났고 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자는 게 김재용교사의 목적이었다.
“사회의 갈등과 고정관념들이 아이들에게 때로는 부당함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세상의 모든 규칙의 원형을 살펴보고,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죠”
<통으로 읽는 논어>는 그렇게 수년간 학생들과 함께 한 논어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논어의 글귀를 함께 낭송하고 이야기하며 생각을 넓혀나갔다. 정해놓은 분량도, 꼭 읽어야 된다는 부담감도 없앴다. 한문 공부라는 부담도 최대한 배제했다. 함께 낭송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그랬더니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사고와 원칙들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이들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됐단다.
일부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서도 따로 찾아와 논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할 정도였다. 처음 우려와는 달리 학업 능력 또한 일반 학교의 수업을 받은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개인마다 차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수년간 생각하는 연습을 해 온 학생들은 깊은 이해력과 논리력을 바탕으로 언어 능력은 물론 다른 교과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늘 질문을 던져 주었어요. 사고의 꼬리를 무는 것처럼 말이죠. 처음엔 익숙지 않던 아이들도 나중에는 제가 당황할 정도로 깊이 있는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며 굉장히 뿌듯하고 재미있었어요. 고전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전, 논어
최근 청소년들에게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 공부가 다시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인문학 서적이 소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의 철학 사상서를 먼저 접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재용 교사는 동양철학 그 중에서도 <논어>를 교과서로 삼았다.
“ 철학 고전을 접할 때 보통 플라톤의 책을 많이 추천합니다. 플라톤의 대화법은 말꼬리 잡기이죠.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이 말하는 전제를 하나씩 논박하며, 그것이 보편적인 명제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논어>가 더 알맞습니다. 아직도 유교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니까요.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듣는 아이들에게, 이런 전제가 어떻게 생겼고, 오늘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대화를 나누려면 <논어>만큼 적절한 고전은 없다는 것이죠”
고전을 그대로 읽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김 교사는 “그 시대에 고전을 읽고 공부하던 아이들이 지금 청소년 또래의 아이들입니다. 고전은 우수한 아이뿐만 아니라 보통의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죠”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고전을 통해 공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자신의 삶에 대한 자각을 하는 것이 철학의 목적. 나이는 중요치 않다고 김 교사는 이야기한다.
아울러 김 교사는 "인문학 서적을 읽는 것이 다소 어렵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재미가 있는 책부터 읽어보세요. 또한 검증된 문학 서적을 시작으로 점차 독서의 영역을 넓혀간다면 인문학 서적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조언했다.
학교 밖에서도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다음에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천자문’ 책을 통해 독자들과 신나게 교감하고 싶다는 김재용 교사다.
<저자 김재용 교사>
서강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 <논어>를 접한 뒤 그 이후 동양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되었다. <노자하상공주 연구>라는 논문으로 종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라디오작가, 음악방송 작가로서 활동도 했었다. 현재 고양시 불이학교(덕양구 성사1동)에서 인문학 수업을 맡고 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