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분위기는 학교장의 역할과 리더십이 좌우합니다. 요즘은 권위를 벗고, 눈높이 교육을 실천하는 교장 선생님이 많습니다. 우리 가까이에도 근엄한 훈화 대신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함께 어울려 작은 음악회를 여는 교장 선생님이 있습니다. 다양한 예체능 활동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교감을 이끌어내 화제가 되고 있는 안곡초등학교의 최종경 교장 선생님입니다. 지난 스승의 날 국무총리 상을 수상하며, 본보기가 되고 있는 최종경 교장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드럼 치고, 기타 치는 교장 선생님
안곡초등학교의 교장실에 기타(guitar) 두 대가 나란히 서 있다. 탁자 위에는 기타 악보가 길게 펼쳐져 있다. 가수 조용필씨의 노래 ‘바운스(Bounce)’다.
“이번 달 작은 음악회에서 연주할 ‘바운스(Bounce)’를 연습하고 있어요. 조용필씨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곡이죠. 아이들도 좋아한답니다.”
최종경 교장은 다양한 예체능 활동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드럼과 클래식 기타를 치고, 배드민턴과 탁구를 직접 가르치며, 학교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처음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드럼교실이었다. 반응이 좋아 학생들과 학부모 드럼교실도 열게 됐다. 인원은 모두 70여명. 학생들은 학년별로 나눠 자투리 시간과 점심시간에 가르치고, 학부모는 화, 목 오전 시간을 이용해 드럼을 가르친다. 바쁜 일정 덕에 교장실은 거의 비어있다.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하는 경험만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떨어지고,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자신감도 급상승하지요. 앞으로 지금껏 가르친 악기들을 모아 학교 안 관현악단을 꾸리는 게 꿈입니다.”
시련 겪으며, 다시 돌아본 교단
최종경 교장은 한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난 20년 동안 고양시에서 교사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러던 2005년 문촌초등학교 교감 발령 직후 그의 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돌연 대장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시련 앞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오래지 않아 수긍하고 받아들였다.
“수술을 받은 9일 제외하고는 항암제 주사를 꼽고, 학교에 출근했어요. 당시 아이들에게 리코더와 하모니카를 가르치며, 아픔을 잊었어요. 5년 동안 틈틈이 바이올린, 기타, 트럼펫, 색소폰 등을 독학으로 배우며, 건강과 마음의 여유를 찾았어요.”
그는 ‘인고(忍苦)의 시간들을 보내며,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정열만으로 교육이 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해 안곡초등학교 교장공모제(校長公募制)지원했고, 2011년에 부임했다. 그는 솔깃한 교육정책보다 진짜 학생들을 위한 활동들을 선보였다.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존중과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시, 간섭, 관여, 참견을 하는 권위적인 교장이 아니라 기다리고, 협조하는 조력자, 협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
최종경 교장은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것을 몸소 실천하며,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냈다. 그의 진심이 전해진 게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을 얻는 데 2년 고민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책은 아무리 훌륭해도 무용지물이거든요.”
그는 교사들과 함께 드럼을 치고, 배드민턴을 치며, 먼저 다가섰다. 교직원 연수나 친목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나누다 보니, 말하기 힘든 속사정까지 알게 됐다.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서로 만족도와 효율이 높아지고, 교사들의 숨은 끼와 재능도 맘껏 펼치게 됐다.
“안곡습지 체험활동은 자연환경에 식견이 높은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토요 방과후 교실도 100% 선생님들의 재능으로 운영되고 있지요. 이외 꿈나무 발표제와 꿈모델 조회, 생각을 기록하는 ‘내 마음의 창’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사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응원하며, 그들의 역량을 키워주고 있다. 이는 생기 넘치는 안곡초등학교를 만드는데 초석이 됐다.
“선생님들이 즐거우니,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됩니다. 공교육 안에서도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합니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10년을 앞서가는 안곡초등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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