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살고 있는 집, 혹은 직장, 그리고 주변 공간을 한번 바라보세요. 무엇이 보이고, 느껴지시나요. 단지, 먹고 자고 일을 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무언가가 느껴지십니까. 그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과 사람들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또 하나의 이야기들. <우연한 풍경은 없다>의 저자이자 공공미술프리즘 대표 유다희 대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 도시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행정이나 건축적인 의미를 벗어나 그 속에 살고 있는 주체가 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행복한 공간으로 꽃피우게 하는 문화로 이 도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이죠. 이번 <인 사이드 북>에서는 <우연한 풍경은 없다>의 저자, 유다희 씨를 만났습니다.
도시 속 다채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우연한 풍경은 없다- 어느 조경가와 공공미술가의 도시탐구>는 조경가 김연금 씨와 유다희 대표가 함께 만든 책이다. 유다희 대표는 “‘우연한 풍경은 없다’는 공간, 그리고 도시를 문화적으로 읽어보자는 의미에서 준비하게 됐다. 사람들의 삶을 간직하고 긴 역사를 보낸 공간들은 단순히 공간의 의미를 벗어나게 된다. 책은 그 도시 속 공간을 재조명하고 조금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세 가지 이야기 묶음으로 구성돼 있다. 풍경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풍경 속 우리 이웃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 풍경에 우리 이웃들이 숨겨 놓은 이야기로 나뉘어 접근해 간다. ‘옥수동 계단-세월에 새긴 인정투쟁의 리듬’ ‘종로3가의 할아버지들게 먼지 마시는 놀이터를 선물하자’ ‘광화문 광장의 북한산, 도시 풍경 공식의 상수 ’산‘’ 등 15가지 이야기들이 묶여있다. 작가들은 우리가 우연히 지나치면서 마주대했을 풍경을 찬찬히 훑어가며, 그 안에 담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들이 함께 했을 시간에 대해서 말한다.
그로인해 ‘풍경’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삶의 필연성’이 낳은 결과물들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풍경은 문화가 되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
저자들이 책에 소개된 장소를 수차례 답사하고, 이 공간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들에 대해 숱한 의논의 과정을 거쳐 집필된 책인지라, 그 깊이와 진정성이 남다르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공간 ‘공공미술프리즘’
유다희 대표는 현재 일산 덕이동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공공기업 미술 프리즘’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미술프리즘은 문화예술작업을 통해 지역과 공간, 환경과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기획하고 실천하며 이를 많은 이들과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유대표는 “공공미술프리즘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예술인들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 단체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미술프리즘에서는 지역의 공간을 역사와 환경을 기본으로 디자인하고, 지역문화 기획 및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들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서는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일례로 7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버스 프로젝트가 대표적. 버스프로젝트는 대중 교통 수단인 버스 공간에서 편히 예술을 즐기고, 이를 통해 작은 행복과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전시회를 여는 프로젝트다. 유다희 대표는 “버스는 정지해 있으면서도 항상 움직이는 재밌는 공간이다. 단순히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해주는 수단의 의미를 뛰어넘어, 그 안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간과 모습,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곳이다. 이를 문화적으로 풀어보는 프로젝트다. 아울러 신진작가들에게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1월에 진행됐던 ‘기름이 그린 그림’ 프로젝트 또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당시 사용했던 종이들을 사용해 거리 전체를 꾸며낸 퍼포먼스다. 유 대표는 “공공미술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메시지들을 전해주기도 한다. 앞으로 함께 고민해보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점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 제시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공공미술프리즘에서는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마음껏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덕이동에서 시민창작센터 ‘레드툴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레드툴박스에서는 다양한 강좌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유 대표는 “대형 아울렛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덕이동의 상권이 예전과 달리 침체돼 있다고 한다. 상권 활성화를 위한 많은 움직임이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장사만 잘되면 된다는 논리는 피해야 한다. 덕이동이 공공의 공간으로서 상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덕이동에 함께 위치한 프리즘도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기획자’ 그녀가 바라는 도시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
현재 그녀는 공공미술가, 문화 기획자를 넘어 ‘도시 기획자’라는 새로운 명함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11월에는 ‘도시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책 출간도 앞두고 있다. 유 대표는 “도시기획이라고 하면 먼저 설계와 시공 등 하드웨어적인 것부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안에 사람들이 살아가야 하고, 그 공간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소프트웨어적인 면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그녀가 생각하는 도시라는 공간에는 늘 사람이 있다. 단지 효율성과 기능만을 강조한 콘크리트 시설들, 그리고 이 시설들이 모인 도시 안에서는 소수집단, 혹은 개인의 이익 때문에 소외된 이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도시는 누구나 함께 누리고, 만들어가는 도시다.
그녀가,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하는 이들이 그려낼 도시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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