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순수한 에너지가 차고 넘치는 이곳은 어린이 영어뮤지컬 극단 ‘레이첼드런’입니다. 작년 9월 시작한 1기 친구들의 공연 막바지 연습이 한창입니다. 우리 극단의 가장 큰 특징은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모인다는 점이죠. 학년도 다르고, 동네도 다르고, 성격도 개성도 다른 열 명의 아이들이 한 연습실에 모입니다. 영어 뮤지컬 극단이지만, 아이들의 영어실력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어색하던 첫 만남
2013년 9월, 한 명, 한 명이 작은 우주와도 같은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아이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제 눈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서로가 의식이 되는지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아이들은 조용합니다. 발성연습을 하고, 워킹연습을 하고, 즉흥연기를 할 때에도 아이들은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한 주가 지나면 나아지겠지. 시끌시끌해지기를 바라며 조용한 수업은 계속 됩니다.
“저 영어 몰라요.”
한 아이가 눈물이 글썽거리는 채로 이야기 합니다. “선생님, 한국말로 공연하면 안돼요? 저 영어 몰라요.”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영어 뮤지컬 강의를 하다보면, 영어라는 벽에 부딪쳐서 표현의 날개를 펴지 못하는 아이들을 많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과목이 영어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영어울렁증을 떼어내지 못합니다. “그래? 그럼 우리 한국말로 이 상황을 연기해볼까?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 있게 모두 말해 보는 거야!” 아이들의 즉흥적인 상상력과 재치가 번뜩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이렇게 표현할 것들이 많은데, 영어로도 자신 있게 구사할 수 있을까요? 일단 오늘은 익숙한 한국 말로 연기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댄스시간에 아이들은 놀랍게도 모두 영어 가사로 노래를 합니다. 멜로디를 통해 느끼는 익숙함. 이렇게 아이들은 영어라는 벽돌을 한 장 한 장 내려놓습니다.
얼음처럼 얼어버린 오디션 시간
3개월간의 연습을 마치고, 오늘은 드디어 떨리는 오디션 날입니다. 아이들 마음속에는 각자 하고 싶은 역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별히 무대 공포증을 떨치기 위해 엄마아빠를 초대해서 공개로 오디션을 진행합니다. 아이쿠! 큰일 났네요. 아이들이 입을 떼지 못합니다. 관객이라는 요소가 갑자기 생겨서 당황했는지, 아이들은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목소리는 작고, 동작은 기억이 안 나고, 다시 첫 날의 어색한 기운이 감돌며 엄마아빠는 약간의 실망을 하신 듯합니다. 휴, 어쩌죠? 갈 길이 아직 멀기만 합니다.
날개를 찾아내는 아이들
역할을 정한 뒤, 아이들이 점점 변해갑니다. 이런 저런 역할을 돌아가며 해본 역할극 덕분 인지, 내 대사 뿐 아니라 친구의 대사까지 대본 전체를 외우게 된 아이도 있습니다. 무엇 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아이들이 놀랄 만큼 시끄러워 졌다는 것입니다.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의 이야기보따리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처음에 그렇게 서로를 어색해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학교친구보다도 더 친한 단짝이 생겼다고 이야기 합니다. 조금 시끄럽지만, 호흡이 척척 맞는 멋진 뮤지컬 팀이 되어갑니다.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무대 위에서 몸을 비꼬며 쑥스러워 하던 아이들이 정말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거울을 보고 어떤 동작이 예쁜지 연신 연습을 합니다. 아직 완벽하게 노래를 잘 부르진 못하지만, 노래 가사에 맞는 동작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연기를 할 때 서로의 눈을 보며 자신 있게 표현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감춰졌던 날개를 끄집어내어 날아오를 준비를 합니다. 자신감과 표현력,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낸 가장 아름다운 보석입니다. 이 아이는 이 아이대로, 저 아이는 저 아이대로, 각자 다른 색을 띄고 있지만, 가장 자신 있는 모습으로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상상하고, 느끼고, 표현하라!
아이들에게 가르치려하면 아이들은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튕겨져 나갈 때가 많습니다. 때론 답답함을 느끼더라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아이들은 각자가 품고 있는 색깔들을 꺼내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 그림들이 가장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도록 도와줄 뿐입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가지고, 아이들의 진심을 끌어내어 주는 작업이 정말 중요한 수업입니다. 대사를 외우고, 가사를 외우고, 안무를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즐거움 속에서 성장하는 자신감과 표현력입니다. 그리고 상상하는 날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지고, 그보다 중요한 자아를 찾아가길 원합니다. 무대 위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아이들이 모두 반짝반짝 빛나길 바랍니다. 상상하고, 느끼고, 표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레이첼드런’에서 덤으로 우리 아이들의 영어날개 역시 활짝 펼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레이첼
어린이 영어뮤지컬 극단 ‘레이첼드런’ 원장
문의 070-7516-7629 / www.racheldren.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