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운광초등학교(교장 모기수)는 방과후 교실과 돌봄교실이 활성화 되어 있다. 방과후 교실은 과목 수도 많고 강좌도 다양하며, 담당 교사들이 방과후 교실 신문을 펴낼 정도로 열의 있게 운영한다. 돌봄교실은 1학년만 해도 60명 넘게 희망할 만큼 수요가 많아 2014년에는 1~4학년 대상으로 6학급 이상 운영될 듯하다.
운광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가운데서도 인기 많은 요리교실을 찾아갔다. 아동요리강사 이경민 씨와 3명의 보조강사가 운영하는 요리교실은 저학년과 고학년 각각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절기에 맞춘 요리 만들기
운광초등학교 방과후 요리교실의 주제는 시즌에 맞춰 정한다. 3.1절에는 생크림에 천연색소를 입혀서 검은색과 초록색으로 케이크를 만든다. 비빔밥을 은박 도시락 바닥에 깔고 붉은 색 비트와 애호박으로 태극 문양을 만드는 3.1절 도시락도 만든다.
어버이날에는 머핀 위에 카네이션 모양 꽃을 생크림으로 짜서 올린다. 추석에는 송편,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를 만든다.
아이들 반응이 좋은 음식은 닭 강정, 탕수육, 고기요리다. 굽고 나서 예쁘게 꾸미는 쿠키도 좋아한다.
요리교실을 통해 학생들은 안 좋은 습관을 고쳐가기도 한다. 편식이 심한 1,2년들에게 두부를 이용해 햄버거 만들기를 하면 두부의 맛을 좋아하게 된다. 배달시켜 먹는 음식인 탕수육 요리법을 고학년에게 가르쳐 주면 신기해한다. 시판되는 음식, 패스트푸드를 배운 아이들은 가정에서 안전한 재료를 사용해 조미료 쓰지 않고 맛있게 만들어 먹는 법을 배운다.
협동심 기르는 요리교실
요리교실에서는 모둠 수업을 주로 진행한다. 개별적인 요리보다는 공동으로 만드는 요리를 하면서 사회성도 키우고 배려심도 배운다. 협동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은 요리하기를 힘들어 한다. 친구가 한 번 설거지 했으니 다음에는 내가 할 차례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꾸준히 진행하다보면 점차 달라진다.
“처음에는 ‘난 설거지 싫어 안 해’라고 말하던 아이도 친구들의 안 좋은 반응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변화시켜요. 일 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내가 한 번 해볼게, 라고 말하면서 달라져요.” (요리교실 이경민 강사)
요리교실에 참여하는 학생 성별은 여학생이 80% 가량으로 많은데, 저학년에서는 남학생들도 꽤 된다. 일학년 남학생들이 많은 이유는 ‘학교 적응을 돕고 정리정돈도 배울 수 있어 좋다’며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신청하기 때문이란다. 고학년이 되면 남학생들은 방과후에 대부분 운동 교실을 선택하기 때문에 찾아보기가 어렵다.
먹거리와 친구의 소중함을 배운다
모둠 수업을 중시하는 요리교실도 케이크를 만드는 날은 예외다. 각자 만들어 집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학생 한 사람당 하나의 케이크 시트를 받아서 만든다.
리포터가 찾아간 날이 바로 과일생크림 케이크 만드는 날, 달콤한 과일과 생크림 향으로 교실이 꽉 찼다. 시트 위에 생크림을 바르고 과일 과자 등으로 데코레이션을 한다. 짤주머니에 깍지를 넣고 생크림을 짜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저마다 얼굴이 다른 것처럼 아이들이 만든 케이크도 같은 장식은 하나도 없었다. 선생님이 준비해 온 케이크 상자에 담으니 그럴듯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받아든 가족들의 표정은 어떨까? 그 어떤 파티시에가 만드는 케이크보다 소중한 음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식구들에게 선보이는 아이들 눈빛은 아마 별처럼 반짝 빛나겠지. 요리를 하면서 먹거리와 친구의 소중함을 배우는 운광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표정도 꼭 그만큼 환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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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광초등학교 요리교실 이경민 강사
“요리는 정답이 없어요. 같은 재료를 줘도 저마다 표현 방법이 다르죠. 오감을 자극하는 재료 냄새를 맡고 만져보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조작 능력이 더딘 1,2학년 아이들이 직접 재료를 만지고 칼질하고 반죽도 해보면서 소근육이 발달해요.”
1학년들은 가끔 앞치마를 입고 있는 이경민 강사에게 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막 입학했을 때 애기 같은 1학년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데도 요리교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엄마들 입장에서는 간식을 해결하니 좋죠.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날리고 맛있는 걸 만들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4학년 김계희 양
“1학년 동생이 추천한 요리교실”
1학년 동생에게 추천을 받아 요리교실을 신청했다는 4학년 김계희 양. “해물볶음우동 가져갔을 때 엄마한테 호평 받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다양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게 요리교실 장점이고요. 케이크 만드는 파티시에가 되고 싶어서 올해에도 계속 할 거예요.”
4학년 이다영, 윤채영, 이영현 양
“단짝 친구들이랑 같이 요리하니 좋아요”
다영, 채영, 영현 양은 같은 반 단짝 친구로 함께 요리교실을 신청했다. 시작은 영현 양이었다. 영현 양은 바쁜 엄마와 함께 요리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요리교실을 신청했다. 계란후라이, 쿠키만들기, 비빔밥, 샌드위치도 만들 수 있다는 영현 양은 “어려운 요리가 더 재미있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다영 양은 요리교실에서 배운 계란말이를 집에서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요리를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단다. 채현 양도 영현 양이 요리교실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보여서 신청했단다.
“처음에는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지금은 볶고 생크림 짤 줄도 알아요. 궁중떡볶이는 엄마한테 칭찬 받았어요.”
4학년 우설아 양
“요리교실에 오면 실력이 늘어요”
우설아 양은 4학년 2학기에 요리교실을 신청했다. 설아 양은 “평소에는 못해보던 케이크를 만들어 보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요리교실에 오면 실력이 늘 거라고 권하는 설아 양은 “이제는 당근 썰기 실력이 늘었다”면서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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