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을 타면 문산부터 능곡까지 동네 장이 서는 재래시장으로 시원하게 내달린다. 삼삼오오 수다 떨며 오랜만에 기차 타는 즐거움을 누려 볼 수 있는 기회. 아이 손잡고 구경 가는 장터나들이는 가을 나들이로도 손색없다. 경의선을 타고 떠나는 활기찬 재래시장 나들이를 소개한다.
박은전리포터 jeonii@daum.net
>>> 4일 9일 장날인 문산제일시장
파주시와 문산제일시장상인회가 적극적인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해 2008년 현대화 시설을 갖췄다. 간판 정비와 고객쉼터 설치, 화장실 등을 리모델링했고 지붕을 설치해 비 오는 날 장보는 불편함을 해결했다. 문산역에서 문산 우체국을 지나 가다보면 왼편에 문산제일시장 입구가 나온다. 문산역에서 도보로 대략 5~10분 거리다. 깨끗하고 너른 통로를 사이에 두고 상점들이 잘 정돈돼있고 재래시장이 주는 불편함이나 지저분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장날이면 김을 사기위해 줄을 설 만큼 인기있는 ‘궁전 맛김’(010-4286-5310)은 김구이로 맛을 인정받은 집이다. 주인장 고연순씨는 “김을 구워 6등분으로 자른 뒤 공기를 빼서 포장하므로 몇 달이나 두고 먹어도 변함이 없다”며 “3만원 이상은 택배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시장마다 있는 쌀집이지만 문산시장의 ‘풍년 쌀상회’는 장단콩을 판매한다. 문산 특산품인 장단콩은 가을 추수 후 11월 중순경부터 많은 양이 출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일반 콩과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장단콩으로 콩국수나 두부를 만들면 훨씬 고소해 찾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기준 한말에 6만원이다. 다양한 곡식과 겉보리 싹을 틔워 만든 질금도 판매한다.
시장에서는 맛집을 빼놓을 수 없는 법. 빈대떡과 각종 죽으로 맛을 인정받고 있는 ‘서울죽집’(010-2539-7426)은 시장 메인 통로에 있는 천막노점 중 하나다. 빈대떡은 동부를 섞지 않고 녹두를 직접 맷돌에 갈아 만들어 전이 식은 후 다시 데워도 뻣뻣하지 않고 부드럽다. 빈대떡 한 장에 5천원, 각종 죽도 5천원이다. 찹쌀부꾸미, 수수부꾸미도 맛볼 수 있다. 장날이면 유독 붐비는 ‘맷돌 손두부’(031-941-3639)는 시중에 파는 두부의 3배 크기로, 직접 만든 손두부를 3천원에 팔고 있다. 논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올방개로 만든 고소하고 찰진 올방개묵도 판매한다. 문산시장 주변엔 종묘상과 농기구 전문점들이 있어 각종 씨앗이나 모종을 구할 수 있는데 지금은 양파 모종이 많이 나와 있다. 우체국 건너편에 있는 ‘마정기름집’(031-952-3096)은 주인장 윤성현씨가 16세부터 기름을 짜고 깨를 볶아 온 곳으로 42년 된 집이다. 보통의 기름집에서는 짤 수 없는 생들기름을 짤 수 있는데, 들깨 한말에 볶지 않은 들기름이 6병 정도 나오는데 들깨포함 6만5천원을 받는다. 문산은 지역 특성상 군인관련용품을 판매하는 곳이 역 앞에 서너 곳 있다. 계절이 쌀쌀해지면서 민간인에게도 인기있는 깔깔이(군복 안에 입는 누빔 옷)를 구입할 수 있고 상하 한 벌에 3만원 정도다.
>>> 1일 6일 장날인 금촌시장
금촌역에서 금촌우체국 방면으로 걸어서 5분 정도 가다보면 금촌종합시장 입구를 찾을 수 있다. 금촌시장은 시설 현대화로 깨끗한 도로와 상점 지붕이 설치돼 있어 장보는 불편함이 거의 없다. 제사용품을 판매하는 ‘제사상회’는 각종 건어물, 제수용품, 약과, 유과, 전통과자 등을 선보이며, 북어머리만 따로 모아 판매하기도 한다. 1근(400g)에 8천원으로 국물을 내기위해 찾거나 애완견 간식으로 찾는 이가 많다.
착한가격 모범업소로 선정된 ‘털보순대’(031-941-5558)는 머리국밥과 순대볶음을 판다. 국밥은 한 그릇에 6천원이며,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과 맛있는 머리고기가 인기다. 순대볶음에는 야채와 순대가 푸짐하다. ‘옥천방앗간’(031-941-2863)에서는 11종의 곡식(쌀 흑미 서리태 약콩 백태 율무 찹쌀 청태 현미 찰보리)으로 만든 미숫가루를 750g에 1만원에 판매하며, 모두 원산지가 분명한 국산으로 품질을 보증한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세미를 볼 수 있는데 수세미는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에 효험이 있어 효소로 만들어 먹거나 다려 먹으면 좋다고 한다. ‘현대인삼건강원’(031?945-7998)에서는 수세미와 도라지 은행 배 생강 대추를 넣고 다려 준다. 만물상회는 필요한 물건 이것저것을 고르는 재미를 더해준다. 양말 덧신 장갑 토시 고무줄 등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물건들과 상보자기나 식혜를 만들 때 쓰는 거름주머니, 찜기에 까는 크기가 다양한 천 등이 판매되고 있다.
1,6일 장날에는 상설시장 외부 도로 곳곳에 장이 서는데 규모가 상당히 크다. 거의 모든 식자재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각종 야채와 약재, 과일, 수산물, 외국 야채와 향신료까지 없는 게 없다. 밑반찬을 판매하는 매대에는 참외로 만든 장아찌(나나스께)가 1근 8천원에 판매되고 과수원에서 막 따온 과일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장터에서 만난 주부 안지영(일산3동)씨는 “시장에서 구입하는 야채 과일들은 유통경로가 짧고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 신선하다”며 “종종 나들이 삼아 경의선을 타고 금촌시장을 애용한다”고 전했다.
>>> 3일 8일 장날인 일산시장
일산역 2번 출구로 나와 일산119지역대 방향으로 10분정도 걸으면 일산종합시장 입구가 나온다. 1908년 경의선 열차가 개통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일산시장은 100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답게 장날에는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아파트 밀집지역인 일산신도시에서 토속적인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주차창이 마련돼 있다.
일산시장 맛집으로 유명한 ‘중앙식당’(031-975-6357)은 순대국과 곱창요리 전문점이다. 야채, 찹쌀, 순대창은 국내산을 사용하며 매일 순대를 직접 만든다. 속이 찹쌀 야채로 꽉 차있어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순대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순대는 1인분 4천원이며, 익히지 않은 생순대는 1kg에 1만원, 순대국은 1인분 7천원으로 포장가능하다. 일산시장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부여옛날 국수집’(031-976-5608)은 각종 면류와 만두피를 직접 만든다. 국수를 봉에 걸어 말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단호박 백년초 검은 쌀 등을 이용해 만든 색색의 국수가 눈길을 끈다. 시장초입에 있는 ‘현정이네 민물고기’(031-975-4494)는 미꾸라지 장어 등 각종 민물고기가 수족관에 가득하다. 주로 장어를 많이 판매하는데 요즘 장어는 1kg에 5만7천원으로 3마리 정도다. 가정에서 장어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초벌구이한 장어와 양념을 제공하고 2kg이상 주문하면 배달도 해준다. 솜씨 좋은 주부라면 뜨개방을 지나칠 리 없을 것이다. 일산시장 1번 출입구 쪽에 위치한 ‘상록수뜨게방’(031-977-5235)은 15년 동안 뜨개질 강습을 하고 있으며, 뜨개실을 판매한다. 뜨개실을 사면 무료로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정종중국식품’(031-976-6445)은 중국 및 동남아 식품들로 가득하다.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이주 온 사람들이나 색다른 맛을 찾는 사람, 여행지의 맛을 기억하며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 2일 7일 장날인 능곡시장
능곡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능곡시장 안내 표지가 보인다. 2년 전 쇠퇴해 가던 능곡시장을 되살리고자 상인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능곡시장번영회를 조직했고, 지역문화 활성화와 전통시장을 이어가기 위해 5일장을 개설했다. 능곡시장은 가게들이 골목골목 이어져있고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골목길을 정비했다. 능곡시장상가번영회와 고양시 후원으로 토요일마다 아나바다 나눔 토요장터를 12시~16시까지 개장한다. 초중고 학생이나 주부 등 누구나 직접 물건을 판매할 수 있으나 영업적 목적은 제외된다. 의류 및 잡화 장난감 서적 문구 가전제품 등을 판매할 수 있으며 능곡시장상가번영회에서 수시접수(031-973-3727)를 받고 있다. 시장 초입에는 ‘트릭아트 포즈’ 존이 설치돼 있어 시장을 찾은 기념으로 한 컷 찰칵!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군것질거리 중 눈에 띄는 것은 ‘해피데이’ 빵집. 단팥빵 크림빵 각종 도너츠 등을 5백원에 판매한다. 밀가루값 우유값 인상으로 나날이 올라가는 빵 값에 비하면 착한 가격에 맛도 좋다. 장날에만 열리는 능곡시장 인기코너인 ‘서서막걸리’는 막걸리 한잔에 천원으로 안주 공짜라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능곡시장 맛집으로는 시장초입에 위치한 ‘장군갈비’(031-979-5266)의 평일 점심 한식부페를 빼놓을 수 없다. 4천5백원에 정갈하고 푸짐한 식사가 가능하다. 집에서 흔히 먹던 반찬 9가지가 찬통에 담겨 있어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시장 상인들과 주변 건물의 직장인에게 인기다. 주부들의 반찬 걱정을 덜어주는 ‘수랏간반찬’은 각종 김치, 젓갈을 만들어 파는 곳으로 지역주민이 애용하는 반찬가게다. 주인장 유원옥씨는 “손맛과 정성으로 반찬을 만들다보니 벌써 20여년이 됐다”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맛있는 반찬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전한다. 능곡시장은 능곡시장앱이 개발돼있어 스마트폰에 설치시 각종 시장행사와 정보를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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