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도 힘들다는 이들이 많은 요즘,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이들이 있다. 파주시 중앙도서관 독서모임, 꿈나무터 회원들이 그들.
매주 한 권씩 책을 읽는 것이 힘들진 않느냐는 질문에 싱거운 대답들이 돌아온다.
“별로요”, “그다지......”
이들의 왕성한 독서력,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요?”
“명줄이지, 뭐.”
“요샌 명줄도 돈으로 살 수 있어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이곳, 파주시 중앙도서관, ‘꿈나무터’ 회원들의 독서모임 현장이다. 이날 토론하기로 한 책은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 권력과 자본에 찌든 우리 시대를 그린 이 작품을 두고 회원들 간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80년대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나이키운동화에 연연했던 이야기에서부터 오래지 않은 등골브레이커에 대한 이야기까지. 유쾌한 분위기의 부담 없는 자리였지만 이야기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진지한 내용들도 많았다.
유쾌한 분위기 속 진지한 이야기
파주에서 18년간 이어진 독서모임
파주시 중앙도서관 독서모임 ‘꿈나무터’는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매주 목요일 한차례 도서관에 모여 독서토론을 하는 모임이다. 지난 1995년 결성돼 올해로 18년을 이어온 이 모임은 현재 정기적으로 10명 안팎의 인원이 함께 하고 있다. 독서목록은 분기별로 자체 논의를 통해 선정한다. 독서토론의 주재자는 매주 회원들끼리 돌아가며 맡는데 그 주에 토론주재를 맡은 회원은 책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조사해 와 발표하고 회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주제와 질문 등을 준비해와 독서 토론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들이 지난 한해 읽은 책은 회원 각자의 추천도서들. 무기여 잘 있어라, 습관의 힘, 파이의 여행, 세일즈맨의 죽음, 꾸뻬씨의 행복여행 등이 그간 읽은 책들이다. 지난 2011년에는 학창시절 한 번쯤 읽어보았거나 혹은 읽지 못하고 지나쳤음직한 지역별, 작가별 세계문학을 읽었다. 달과 6펜스, 폭풍의 언덕, 변신, 분노의 포도 등이 그것이다. 또 지난 2012년에는 조정래의 아리랑, 톨스토이 단편집, 한국 근현대 단편집 등 국내외 여러 작가들의 단편, 대하소설을 읽었다.
이들은 매해 일 년 동안 책을 읽고 토론한 내용을 차곡차곡 모아 제본해 책으로 만들어 나눠 갖고 있다. 한 해 동안 활동했던 흔적과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이들 꿈나무터 회원들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물건이다.
함께 하는 독서
편협한 독서와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
양서는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만큼 큰 감동과 지침을 주지만 혼자 읽다보면 개인적인 사고에 갇혀 편협한 해석을 하기 쉽다. 모임에서 만난 최인옥(50)씨는 책을 혼자 읽기보다는 다른 이들과 함께 읽을 것을 권했다.
“책을 혼자 읽다보면 나만의 고정된 생각을 책에 맞추는 경향이 생길 수 있어요. 또 내가 좋아하는 책만 보려고 하기도 쉽죠. 그런데 다른 이들과 함께 다양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다보면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사물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포용력도 커지게 되죠.”
몇 달 전 합류한 황병홍(36)씨도 독서모임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는 이다. 고전소설을 전공하는 그는 평소 자신의 편중된 독서습관이 아쉬웠다. 그래서 지역 내 독서모임을 알아보던 중 아내의 소개로 이 모임을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 꿈나무터의 유일한 남성회원인 그는 “세상경험이 풍부한 여성회원들이 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해석하고 접근하는 것을 보며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고 전하며 또 “한 분야에 치우친 독서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독서를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매주 한 권씩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느냐고 묻자 “그다지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재미있다”고 했다.
왕성한 독서력의 비결은?
권정점(45)씨는 그간의 독서모임을 통해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어낸 기억을 인상적으로 꼽았다.
“지난 해 모임에서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을 상반기동안 죽 읽은 적이 있었어요. 혼자 읽었다면 버거웠을 텐데 여럿이 함께 읽으니 수월하게 읽을 수 있더라고요. 다 읽은 후 책이 주는 감동도 컸지만 함께 이 대작품을 읽어냈다는 데 대해 만족감이 컸습니다.”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말할 정도로 독서를 좋아하는 권씨는 일주일에 한 번 갖는 이 모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했다.
“저 말고도 목요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는 회원들이 많아요. 비록 두 시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모임을 갖고 나면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가슴이 참 뿌듯해지거든요.”
이들은 독서토론이 끝난 후 바로 헤어지지 않고 늘 밥을 함께 먹고 헤어진다.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모이다보니 인생 선후배로서 도움이 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오간단다. 이들은 독서토론 이외에도 일 년에 두 차례, 야유회를 간다. 봄에는 꽃놀이, 가을에는 단풍놀이, 부담되지 않는 근교로 다녀온다고 한다. 또 매해 한 차례 공연관람도 함께 하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책을 매개로 유쾌한 지역모임을 이어가는 꿈나무터 회원들. 매주 한 권씩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힘들 법도 하건만 지치지 않는 독서력을 자랑하는 이들. 그 왕성한 독서력의 비결은 책을 매개로 지적 교류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또 소소한 정을 나누는 과정들 속에서 독서의 재미와 즐거움이 한층 배가되기 때문이 아닐까. 모임에 관심 있는 이들은 전화(010-9209-2571)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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