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밤 9시를 훌쩍 넘은 시간, 파주 동패리에 위치한 유기농카페 ‘완행열차’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일과를 끝내고 휴식을 취할 밤늦은 시간에 피곤도 잊은 채 모인 이들은 친환경 먹거리로 건강을 추구하는 모임 ‘초록친구’ 회원들이다. 이 날 모인 회원들은 유기농카페 ‘완행열차’ 이동희 대표를 비롯해 중산마을 은샘어린이집 윤선경 대표, 초록마을 대화점 오현주 대표, 대화동 성저마을 행복둥이어린이집 김정미 대표, 대화동 쉴가지역아동센터 김병삼 대표 등 5명. 나이도 성별도 다른 이들이 모인 동기는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왼쪽부터 오현주 씨, 김병삼 씨, 김정미 씨, 운선경 씨, 이동희 씨
동병상련의 공통 관심사가 우리를 모이게 한 연결고리
이 모임의 맏언니 이동희 씨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친환경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여느 회원들보다 뜨겁다. 직접 기른 유기농농산물로 먹거리를 제공하는 카페를 연 것도 이런 열정 때문이다. 그는 이 유기농카페를 열기 위해 지난 몇 년 간 소상공인진흥원 유기농창업전문교육, 고양시 소자본창업교육, 이화여대고령자창업스쿨 등을 이수하고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운영하는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해 창업실무 교육을 받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그가 친환경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0여 년 전 2살, 4살 된 딸들이 신부전증이란 진단을 받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유전도 아니었고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었는데 두 아이 똑같이 신부전증을 앓게 된 데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이후 건강을 되찾기 위해 좋은 먹거리를 고민하고 실천하게 됐다고 한다.
40여년을 유아교육계에 몸담아온 이동희씨는 유아교육현장에서 건강한 먹거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직접 경험할 수 있었고, 그 자신 딸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이후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또 딸들이 지금까지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먹거리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믿는단다. 은퇴 후 지금의 동패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빠른 급행이 아닌 슬로우라이프를 지향한다’는 뜻을 담아 ‘완행열차’란 카페를 열게 됐고 친환경농산물을 대화동 초록마을을 통해 구입하다 오현주 대표와 “좋은 먹거리를 추구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서로 통했다”고 웃는다.
친환경 유기농 전문점 ‘초록마을’ 오현주 대표 또한 먹거리에 관한 사연이 있는 사람. 쌍둥이 중학생을 둔 그는 아이들이 출생 당시 체중미달로 태어나 병원에서 인큐베이터에서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지만 그는 아이들을 인큐베이터에 넣는 대신 집으로 데려와 먹거리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체중미달로 태어난 탓인지 천식과 기침을 달고 살았던 아이들은 “지금은 되레 과체중을 걱정할 정도지만 체질은 또래에 비해 더 단단해져 요즘 아이들과 다르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그는 또 “요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이용해 이윤만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유기농 무농약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친환경이란 인체와 생태환경에 해로운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등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다는 것이고, 유기농은 유기농 인증기관의 관리 하에 재배과정부터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농산물을 말한다. 무농약은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사용량의 1/3이내를 사용한 것이고, 저농약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1/2 이내로 사용한 것을 말한다.
전체를 변화시킬 순 없지만 좋은 먹거리를 지향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났으면...
은샘어린이집 윤선경 대표, 행복둥이어린이집 김정미 대표, 쉴가지역아동센터 김병삼 대표, 또 이날 참석하지 못한 행복한지역아동센터 김선미 대표도 아이들에게 친환경 먹거리를 먹이기 위해 초록마을을 찾았다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됐다.
“오 대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먹거리에 대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렇게 인사를 나누다 우리 함께 모여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풀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는 윤선경 씨. 그는 3살과 이제 돌 지난 쌍둥이 등 세 아이를 둔 엄마이자 어린이집 원아들의 엄마로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먹거리만큼은 신경써서 먹이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모든 음식을 친환경으로 제공하기는 사실 힘들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되도록 좋은 안전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오현주 대표와 같이 쌍둥이 아이를 둔 엄마이자 친환경 먹거리를 추구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매장에서 말이 통했다고. 그렇게 인연을 맺은 ‘초록친구’ 회원들을 통해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토론을 하면서 어린이집 운영에도 같은 조건에서 더 나은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늦은 시간 초록친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어린 아이를 데리고 참석할 정도로 열심인 행복둥이어린이집 김정미 씨는 “ 내 아이들 기르는 것과 똑같이 어린이집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안전하고 좋은 음식 먹이고 잘 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어린이집의 모습 아닌가. 처음엔 잘 모르지만 아이들의 입이 제일 정확해서 좋은 건 아이들이 먼저 안다”고 말한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한 청일점 쉴가지역아동센터 김병삼 대표는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급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세 아이를 둔 김 대표 또한 둘째가 아토피를 갖고 있어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경험으로 터득했다고 털어놓는다. "아이가 밖에서 과자나 음료수를 먹고 나면 금세 피부가 반응한다. 그러니 좋은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당연한 것 아닌가. 내 아이나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나 소중한 건 마찬가지, 빠듯한 예산에서 모든 걸 친환경으로 해결할 순 없지만 직접 농사를 짓거나 서로 정보를 나눔으로써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초록친구들의 공통된 목표“라고 강조한다. 이들 초록친구 회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직접 지은 유기농 농산물을 나누고 또 필요한 제품을 구하는 등 친환경먹거리를 통해 건강을 추구하는 목표를 함께 이루어나갈 계획이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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