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자원봉사자 이찬희 씨

“봉사를 통해 오히려 마음의 치유를 얻습니다”

지역내일 2014-04-14

“저보다 더 힘든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이 많아요. 병상에서 직접 환자를 돕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행정업무를 돕는 일을 하는 것뿐 이예요. 봉사시간이 길다고 내세울 만한 것도 아닌데...” 



11년 째 1300시간에 이르는 자원봉사를 이어오면서 2009년부터는 단 한 주도 봉사를 거른 적이 없는 이찬희 씨(50세).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10년이란 세월만 길지 크게 힘들여 한 일이 없어요”라고 겸손해한다. 하지만 그는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2004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뒤 지금까지 완치판정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암 수치를 낮추기 위한 치료와 약물을 계속 복용하고 있는 암 환자다. 더구나 지난 2월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다. 암세포의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하는 고위험군 환자지만 그에게서 그런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집에 있으면 몸이 꺼지는 것처럼 아프고 기분도 가라앉아요. 그런데 신기하게 나오면 또 견딜 만해요. 만약 봉사를 하지 않았으면 지금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졌을 것 같아요. 제게 봉사는 누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제 자신이 힘을 얻는 일이죠. 다른 분들처럼 병상에서 직접 환자를 돕는 봉사를 못하는 것이 죄송하긴 하지만, 제 작은 힘이라도 병원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홀트작업장에서의 봉사, 
장애인들에게 작은 도움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 커

갑상선은 완치율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경우는 달랐다. 12년 전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또 수술 후 2000명 중 1명꼴로 온다는 쇼크로 온몸이 잠시 마비됐다. 1년여를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그는 2004년 12월, 건강이 차츰 좋아지자 병상에서의 다짐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12년 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자원봉사교육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던 상태였고 1년 후 자신이 암환자가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자신의 다짐대로 자원봉사를 하기로 맘먹은 그는 처음 6년간은 목요일마다 국립암센터 내 중앙공급실에서 암 환자들이 쓸 수건과 환자복 등을 정리했다. 2010년부터는 암예방검진센터에서 암 환자들에게 검진 통지서와 함께 암 예방 관련 홍보물과 약을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고양경찰서에서 안내봉사를 하기도 했다는 이찬희 씨. 그가 요즘 가장 보람을 느끼는 봉사는 한 달에 3번 탄현 홀트작업장을 찾아 장애인들의 작업을 돕는 일이다. “작업장에서 쇼핑백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장애인들보다 제가 더 손이 빠를 수밖에 없잖아요.(웃음) 작업 수익금이 매월 장애인들의 통장으로 입금되는데 제가 봉사한 만큼 장애인들의 통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작지만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잖아요.”
성치 않은 건강으로 봉사를 다닐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는 ‘가족’이라고 답한다. “아이들이 이제 다 컸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가 아픈 모습만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해요. 제가 기운 없이 쳐져 있으면 아이들도 상심이 클 것 같아 활기찬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또 집에 있으면 우울해지기 쉽고...봉사를 나오는 날은 화장도 하게 되고 거울 속의 나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또 나와서 사람들과 어우러지다보면 아픔도 잊게 되고 웃게 되고 활기가 생겨요. 그래서 봉사는 제가 누군가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봉사를 통해 위로를 얻고 힘을 얻는 활력소지요.” 2012년에는 ‘1000시간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찬희 씨, 그의 아름다운 봉사가 앞으로도 계속 현재진행형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