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동초등학교 뒤편 정발산동 골목길엔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장소들이 꼭꼭 숨어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간판을 내건 ‘클레’도 그런 곳 중의 하나지요. 공방 앞 작은 마당에 촛대, 동물조형 작품들이 눈길을 끄는 이곳은 이혜란 도예작가의 작업실입니다. 독일 훼허그랜쯔하우젠 국립 도자디자인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수공예 최고전문가과정 도예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한 이혜란 작가는 귀국 직후 일산에 ‘클레’ 도예공방을 열고 개인작업과 도예수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예술작품으로 보기만 하는 도예가 아닌 ‘아트와 실용’이 어우러진 일상의 도예를 꿈꾼다는 작가. 자연과 삶이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을 도자기에 담고 있는 그의 행복한 공방을 찾았습니다.
실용적인 스타일에 끌려 독일 유학
이혜란 작가(34세)는 인천디자인고등학교 도자디자인과, 국립서울산업대학교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훼허그랜쯔하우젠 국립 도자디자인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이곳에서 그는 독일 수공예 최고전문가과정 도예 마이스터(Meisterbrief)자격을 취득했다. 마이스터는 독일인이 아닌 외국인이 취득하기 매우 어려운 과정으로, 독일에서뿐 아니라 세계가 알아주는 작위 수여다. “독일로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한국에도 우수한 대학원들이 있는데 ‘왜?’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대학원에서는 한국적인 것을 탈피해서 다른 것을 배워보고 싶었어요. 독일로 가겠다는 생각은 대학 4학년 때 뉴질랜드 교류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때 실용성과 미적인 면이 조화된 스타일에 끌렸죠.” 독일에서는 시계나 촛대, 핸드페인팅 타일 심지어 벽난로에 불을 붙이는 성냥갑에도 도자기를 붙여 사용할 정도로 도예작품들을 일상에서 아주 잘 쓰고 있더라고. 이런 실용성에 근거한 독일의 도예교육 커리큘럼은 수공예적인 요소가 강해 만들기 좋아하는 그의 성향에도 잘 맞았다. “재미있으니까 열심히 했고 그 래서인지 독일친구들보다 실기점수가 좋더라고요.(웃음) 그 덕분에 외국인이 취득하기 힘들다는 마이스터 자격도 취득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독일에서 그는 2008년 독일 라이프찌히 Terra Rossa 도자갤러리에서 열린 ‘젊은 작가전’과 독일 코블렌츠수공예협회의 ‘Teller Tassen und Schalen’ 국제전시회 등에 참여하며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또 마이스터를 취득하자 오스트리아 명품 도자기 회사 ‘아우가르텐’ 등 독일과 오스트리아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생활 속에서 즐기는 ‘도예’ 전파하고 싶어
그런 그가 2010년 7월 한국으로 돌아와 ‘클레공방’의 문을 열었다. 클레(Klee)라는 명칭은 독일어로 ‘도자기 이혜란’이라는 말을 줄인 것. ‘클레’는 독일어로 행운과 행복의 상징인 ‘클로버’라는 뜻도 담고 있다고 한다. 독일인도 취득한 이가 많지 않다는 마이스터, 촉망받는 예술가로 유럽에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가 있을 터. “내 것(한국적인 것)도 안 해보고 안주할 수는 없었어요.” 그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국과 유럽의 도예를 접목해서 교류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지금도 독일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어요. 제가 아쉬운 것은 도자기 하면 중국이나 일본, 우리나라 등 아시아 도자기가 유명한데 정작 독일의 마켓이나 fair에 가보면 한국적인 도자기가 나와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있어봐야 대형 도자기 회사의 제품 위주고 핸드메이드 공방 제품은 아예 없고요. 독일 등 유럽에서는 도예 뿐 아니라 모든 공예의 장인들 대우가 좋아 핸드메이드 시장이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 아쉽지요.” 그의 바람은 장인정신을 가지고 소박하지만 자연과 삶이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을 도자기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것.
요즘 이혜란 작가가 즐기는 작업은 촛대.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지만 요즘 힐링에 관심이 많아선지 아트마켓 등에서 촛대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또 동물을 좋아해 동물 형상의 도예작업도 많다. 특히 그가 사랑하는 고양이 ‘탁구’를 닮은 고양이 작품들에는 스와르보스키 보석을 박는 등 젊은 작가답게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끈다. 최근 그는 한 기업과 콜라보로 컵 책꽂이 제작에 여념이 없다. “제 도자기는 은은한 멋의 한국적인 도자기에 비해 색상도 화려하고 발상도 좀 독특한 면이 있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면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의 희망사항은 한국에서도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직업에 보람을 느끼고 생활하기에 충분한 이익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 또 그의 작품으로 부를 창출한다면 사회적 공헌 사업에 쓰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수업은 취미로만 도자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 공예 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주부 등 전문가 과정을 배우는 이들이 많다. 도예수업은 수요일과 토요일에 있고 5명 이내 소수인원으로 진행된다.
http://www.kleegongbang.com 수강문의 070-4086-2794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 ‘클레도예’에서 만난 사람들
막사발의 매력에 빠진 러시아 Dr. Sergey
전공은 컴퓨터과학이지만 다도의 매력에 빠져 일본에서 1년 간 다도를 배우기도 했다는 세르게이 씨. 그러다 한국이 도자기의 본 고장이란 것을 알게 돼 막사발을 배우려고 ‘클레도예’에서 물레를 체험하게 됐다고. 그는 “클레도예에서 물레를 배우면서 한국의 막사발은 일본의 다완과 또 다른 깊은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도자기카페 운영이 꿈이라는 고현길 씨
고현길 씨는 경미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열정을 가지고 무엇이든 열심히 도전하는 열혈 청년.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는 그는 클레도예에서 배우는 도자기 수업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그는 “도자기도 차근차근 배워서 나중에 도자기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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