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때론 사교육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쓴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애정을 듬뿍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에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참된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토당초등학교의 이학래 선생님은 나들이 교육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따로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별도 보고, 서점도 가고, 쑥떡도 만듭니다.
이학래 교사는 “나들이는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라며, 나들이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학래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토당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서른셋 늦깎이 교사, 이학래
이학래 교사(52세)는 서른셋의 늦깎이 교사로 출발했다. 오직 ‘선생님’이 되고 싶었기에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 꿈을 놓지 않았다. ‘이 일을 하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늘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어 이직도 많이 했다. 26세가 되던 해, 그는 교대에 가기로 마음먹는다. 학비를 준비한 시간을 빼고, 공부한지 1년 만에 교육대학에 합격한다. 그 때가 29세다.
“동기들에게 아저씨로 불렸지만, 싫지 않았어요. 선생이 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서 그런지 공부가 무척이나 재미있었거든요. 매 순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는 1995년 33세에 첫 발령을 받았다. 십여 년을 돌아왔지만 교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컸다. “교사가 여덟 번째 직업이에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안 해본 일이 없었거든요. 교사는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을 보고 동경하게 됐어요. 제가 그랬듯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삶을 살고 싶어요.”
세상과 만나는 ‘나들이 교육’
나들이는 세상과의 만남이다. 나들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가 나들이 교육을 시작한 건 첫 발령지인 양주 가납초등학교에서다.
“우연히 수업시간에 한 약속 때문에 아이들과 유명산에 가게 됐어요. 6학년 35명과 1박 2일 일정으로 갔죠. 함께 저녁밥을 지어먹고, 눈싸움도 하고, 베게싸움도 했어요. 그래도 시간이 남아 주차장에 벌렁 누워서 별 골라 갖기를 했죠. 그 때 특별한 인연, 별을 만났어요.”
유명산에서 만난 별은 나들이 교육으로 이어졌다. 천제망원경을 사서, 그때부터 아이들과 별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교과서 나들이, 세상 나들이, 별빛 나들이로 체계화해 교과서와 연계 활동을 하고 있다. “별빛 나들이가 가장 인기 있어요. 아이들에게 별 보는 일은 신비로운 일이죠. 논에서 하는 논두렁 미술관도 재밌어 해요. 봄에 하는 책방나들이는 17년째 하고 있어요.”
교과서 나들이 | 텃밭 가꾸기, 논두렁 미술관, 쑥떡 해먹기 |
세상 나들이 | 서점나들이와 선생님 고양바다 나들이, 공연관람, 프로 축구 관람 |
별빛 나들이 | 정기 관측활동, 특이한 천문현상 발생시 특별 관측회 |
관계 맺기, 교육의 시작
나들이 교육은 교실에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아이들은 선생님 말이라면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흡수했다. 따로 지시할 것이 없었다.
“관계 맺기가 교육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관계는 체험 교육의 힘이죠. 특히 함께 별을 보고 나면 아이들은 나와 한 몸, 한편이 됐어요. 생활지도가 필요 없죠.”
또,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공질서를 지켰다. 대중교통에서 장난치지 않았고, 떠들지도 않았다. 자리도 양보했다. 그리고 매 순간 새로운 환경과 만나면서 자신감과 도전정신도 싹텄다. “한번은 태안반도 유조선 사고가 났을 때 졸업생들이 연락이 왔어요. 예전에 나들이 갔던 곳이니 봉사활동을 가자고요. 그 때 3시간 동안 함께 봉사를 하고 왔어요. 그냥 놀고 온 게 아니라 ‘환경에 대한 생각이 싹터서 왔구나,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큰 수확은 친구들끼리 완전한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이다.
“깜깜한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별밤나들이를 하면 어떨까요. 함께 별 세기도 하고, 가장 밝은 별도 찾아보고, 달 땅 구경도 하면서 서로 마음을 열고, 친해지게 됐어요.”
찾아가는 별빛교실
그는 학교 밖에서 ‘찾아가는 별빛교실’을 열고 있다. ‘찾아가는 별빛교실’은 인근 학교의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그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1997년에 시작해 지금껏 꾸준히 해오고 있다.
“요즘은 2000년부터 활동한 천문학연구회 선생님들이 많은 지원을 해주세요. 1년에 40~50회 정도 하는데요. 내 즐거움이 큰 거 같아요. 별보는 아이들 표정이 너무 예뻐서 천체 망원경 들 힘만 있으면 계속 할 거 같아요.”
앞으로 계획은 승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관리자로의 승진이 아니라 보다 훌륭한 교사로 승진, 즉 성장을 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꿈이 없어요. 가장 큰 꿈을 이뤄서 지키고 싶고, 누리고 싶어요. 승진만을 위해 일하기엔 인생이 억울하잖아요. 교사라는 직업이 너무 즐겁고 좋아요. 지금처럼 나들이 교육을 하면서 수업비평동아리 ‘함께 자라기’에서 꾸준히 연구할 생각이에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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