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도시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난 나라로 꼽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어떤 곳은 1년, 아니 몇달 만에 스카이라인이 바뀌기도 하니까. 자연을 벗 삼아 놀던 기억이 기성세대에게 익숙하다면,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세대에게 자연은 어떤 존재일까?
도농복합도시로 빠르게 구성원과 형태가 바뀌어가고 있는 파주 운정 신도시. 그 한 복판에 자리한 파주운정초등학교(이원순 교장)에서 도시 아이들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작은 실마리를 하나 발견했다. 운정호수공원 생태환경지킴이 프로젝트로 학교 안과 밖에서 진행된 ‘새꽃아이’ 프로그램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학교 안팎에서 진행된 생태환경지킴이 프로젝트
도시 속 콘크리트 건물에 살아도 그 집이 뿌리내리고 있는 곳은 어쩔 수 없이 대지, 초록별 지구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오염되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못지않은 생채기를 입었다. 자연과 멀어지면서 아이들의 정서는 불안해졌다. 학교 폭력과 따돌림, 등교 거부 등의 사회문제도 생명과 자연을 경시하는 풍조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선들이 적지 않다.
운정초등학교 생태환경지킴이 프로젝트 ‘새꽃아이’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생태환경 공원으로 꾸민 운정호수공원을 생태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자는 뜻이었다.
새꽃아이 프로젝트는 운정초등학교를 거점으로 2013년 3월부터 12월까지 학교 안과 밖에서 각각 진행됐다.
운정호수공원의 자연을 만나다
지난해 새로 생긴 운정초등학교는 시작부터 생태환경 프로그램과 함께했다. 4월에는 학교 조경과 텃밭 만들기를 했다. 전교생이 텃밭에 씨앗을 심고 가꾸면서 관찰한 내용을 기록했다.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공들여 가꾼 농작물은 6월부터 10월까지 수확했다. 학교 텃밭 덕분에 운정초등학교 전교생은 생명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선물인 열매까지 골고루 맛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새꽃아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어린이들은 5월에 모집했다. 4~5학년 희망자 20명을 모집해 10회에 걸쳐 생태환경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체험학습은 방과후 시간과 방학 기간에 이루어졌다.
봄에는 운정호수공원을 탐방하고 봄꽃과 나무를 탐색했다. 운정호수공원의 역사와 구조, 생태환경에 관한 기초적인 탐구 작업이었다. 식물 이름표 만들기를 통해 나무의 특징을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운정호수공원의 생태를 조사해 운정호수공원 생태환경 신문을 만들기도 했다. 여름에는 수생식물, 가을에는 곤충을 관찰했다.
김상용 지도교사는 “교육과정과 연계해 환경문제에 대해 인식을 높이고 실천으로 이끌기 위한 토론 학습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새꽃아이 프로젝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운정호수 정화활동, 생태환경 캠페인, 생태환경 지도 만들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동네로 넓힌 생태환경지킴이 활동
학교 밖 새꽃아이 프로젝트는 운정초등학교를 거점으로, 운정 지역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4~5학년 희망자 20명을 모집해 이루어졌다.
장비를 사용해 식물과 야생화를 관찰하고 식물 그림 그리기, 습지 지도 그리기 등을 진행했다. 틈틈이 생태 놀이도 배웠다.
철새들이 돌아오는 가을철에는 장비를 들고 가서 야생 조류를 탐조하고 먹이를 주었다. 새소리를 배우고 새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은 자연을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학교 밖 프로젝트가 중점을 둔 것은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도록 이끄는 것이었다.
매회 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토론학습을 진행했다.
새꽃아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은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면서 그 신비로움과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다. 환경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고 친환경적인 생활 문화를 왜 만들어 가야하는지 깨달았다.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의 현장에서 질 높은 생태환경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교에 대한 믿음과 만족도를 높인 것도 적지 않은 성과다. 운정초등학교는 올해에도 새꽃아이 프로젝트를 지속할 계획이다. 도시의 아이들이 자연을 알아보고, 자연 또한 그들을 품어주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새꽃아이 프로젝트를 가꾸어 가는 이들의 바람이다.
미니인터뷰 새꽃아이 프로젝트 참여학생
운정초등학교 5학년 신수빈 양
“환경에 대한 생각 달라졌어요”
“학교 다니기 전부터 호수공원 생태학교에 참여했던 기억이 좋아서 참여했어요. 환경문제에 대해서 그냥 심각하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새꽃아이 활동 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일회용품 안 쓰기도 더 열심히 하게 됐고요. 새나 꽃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동물이나 식물에 대해서 배운 것을 동생한테 얘기해주면 재미있다고 해서 좋아요.”
운정초등학교 5학년 정동진 군
“철새를 지키는 어른이 될래요”
“전에는 풀들 보고 그냥 지나갔는데 이제는 풀을 보면 쭈그려 앉아서 생김새랑 모양 보고 이름이 뭔지 생각하게 됐어요. 새꽃아이 활동에서는 출판단지 앞에 있는 습지에서 멸종위기 1급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본 게 가장 인상 깊었어요. 철새가 사라지고 있는데, 어른이 되면 정치인이 돼서 철새를 위해서 환경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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