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 어르신들의 모습이 과거와는 많이 바뀌었지요.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 2모작, 3모작에 도전하는 ‘젊은 실버’들이 늘고 있습니다. 심학산 근처에 자리한 멀티카페 ‘완행열차’ 이동희 대표 역시 젊은이보다 더 젊게, 에너지 넘치는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창업 코너에서는 이동희 대표가 전하는 인생 도전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꿈이 있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이동희 대표는 지난해 11월 파주시 동패동에 카페 ‘완행열차’를 오픈했다. 완행열차는 먹거리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관심에서 출발했다. 어릴 적부터 신장이 좋지 않은 딸들을 위해 그녀가 유독 신경을 쓴 부분은 식단이었다. 유기농 재료들로 꼼꼼히 차려낸 식단은 딸들의 건강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단다. 약 5년 전에 지금 카페가 자리한 땅을 구입하면서 유기농카페 창업의 꿈도 조금씩 커졌다. “처음엔 농사지을 땅으로 구입했었죠. 고구마, 고추, 땅콩 등 직접 키운 식재료들로 유기농 카페를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심학산 등반객들이 많으니 고객확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죠”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그녀가 정한 하루의 과제를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는 이동희 대표. 그 성격답게 창업 준비도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유기농전문점 창업과정, 고양시 소자본창업교육, 이화여대고령자 창업수쿨 과정을 밟았고, 서울시 장년창업센터에서 6개월 간 창업실무교육도 받았다.
“같이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뛰어다녔어요. 나이 먹은 사람들이 인생의 연륜은 있지만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내 나름대로 매주 월요일은 연구하는 날, 공부하는 날로 정해두고 생활하고 있어요”
지금도 요리연구가, 카페 경영 컨설턴트들과 음식 레시피, 서비스 마인드 등에 대해 수시로 상담도 받는다. 그 넘치는 열정을 과연 체력이 따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60,70이 넘는 노인네들에겐 꿈이 없을 것 같죠? 전혀 아니예요. 오히려 꿈이 많아져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요. 내 나이 90이 됐을 때 70살엔 뭐했지? 하며 후회하긴 싫어요. 지금 꿈이 있다면 하나하나 실천해보세요. 삶이 얼마나 즐겁겠어요”라고 답한다. 딸에게 신장 한 쪽을 이식해주고도 70넘게 그녀가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검구슬’ 한 알 한 알에 속속 박힌 그녀의 꿈
카페 완행열차는 유기농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밭에서 그녀의 손으로 직접 기른 고구마, 땅콩 등을 재료로 음식들을 만들어낸다. 그 중에서도 그녀가 가장 애착을 보이는 것은 ‘검구슬’이라 불리는 검정팥이다.
“제가 좀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해요. 콩도 검정콩이 좋다하는데, 검정팥은 없을까라는 호기심이 들었어요. 전국의 재래시장을 배낭 하나 메고 헤집고 다녔죠. 아, 그런데 경남 지역 재래시장에서 검정팥을 우연히 발견한 거예요. 얼마나 신나던지요”(웃음)
종자를 구해와 바로 텃밭에 키우기 시작했다. 검정팥은 황산화물질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의 성분이 기존의 팥에 비해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인정받은 건강 식재료. 그녀는 검구슬 팥빙수, 검구슬 팥차, 검구슬 단팥죽 등 검정팥을 주재료로 한 메뉴들을 하나하나 완성해갔다. 보다 쉽게 검구슬을 접할 수 있도록 검구슬 분말가루도 만들어 상품화도 했다. ‘팥’으로 만든 카푸치노, 일명 ‘파푸치노’는 상호 특허도 받았다.
“공부와 연구를 계속 해나갈 거예요. 음식은 반드시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제 곧 팥빙수도 선보일 거예요. 돈 버는 것보다 내가 연구한 멋진 작품을 내놓는 것, 그걸로 전 만족해요 ”
‘완행열차’는 쉬엄쉬엄 계속 달려갈 것
완행열차라는 이름은 앞만 보고 달리는 급행열차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한 박자 천천히 달리는 완행열차 같은 공간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조금은 느리지만, 건강한 슬로우 푸드를 선보이고 싶은 바람도 담겨 있다. 완행열차처럼 남은 인생을 급하지 않게, 그렇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달려 나가겠다는 이동희 대표.
완행열차의 다음 목적지도 미리 정해 두었다. 40여 년간 교육계에 몸담아 오며 누구보다 아이들의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녀. “유기농 식단 프로그램을 개발, 지역의 교육기관과 연계해 직접 담근 전통장들을 학교 급식에 공급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전통 된장, 고추장 등 순수하고 건강한 우리네 식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미혼모를 위한 복지 시설을 지어, 그들의 홀로서기를 지원해주는 것이 완행열차의 종착역이다. “딸을 가진 엄마로서, 같은 여성으로서 버려지는 아이들, 미혼모들의 어려움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그들이 일정한 기술과 자격을 갖추고 자립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짓고 싶어요”
완행열차는 지금도 달리는 중이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가치 있는 음식을 만들고자 합니다.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팔수는 없잖아요. 앞으로도 건강한 먹거리가 가득한, 그리고 맘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완행열차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