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가온초등학교(교장 윤송근) 운동장은 지난 한 해 티볼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티볼은 야구를 변형해 투수 없이 경기를 진행하는 경기다. 티(T)자 형의 막대기 위에 공을 치고 1, 2,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아오는 종목이다. 김경민 교사의 지도아래 한 해 동안 내실 있게 진행된 가온초등학교의 자율체육교실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뛰어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
운동을 따로 배우지 않는 아이들이 하루에 움직이는 양은 얼마나 될까? 가온초 자율체육교실은 움직임이 줄어들어 체력이 약해지고 정신·육체적인 피로를 충분히 풀 수 없는 요즘 초등학생들을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체육활동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잘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요. 자율체육교실을 통해 아이들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동기를 부여하니 아이들이 재미있어했죠. 체육으로 발산을 하니까 인성교육이나 학교폭력 등의 문제에서도 나아지는 걸 느꼈어요.” (윤송근 교장)
아이들은 뛰어 놀면서 크는 거라고 말하는 어른들도 정작 자신의 자녀의 스케줄은 학습 쪽으로 치우쳐 있는 현실, 요즘 흔한 부모들의 모습 아닐까. 인식은 있지만 실천은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것. 그래서 가온초 체육교실은 더 큰 호응을 얻었는지 모른다.
협동심 배우는 단체 경기 티볼
가온초 자율체육교실은 4학년부터 6학년까지 45명의 신청자를 모집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매주 화·목요일 방과 후와 수요일 오전 수업 전에 체육관과 운동장에서 티볼을 배웠다. 6월과 10월에는 부모님을 모셔서 함께 티볼을 즐겼다. 학부모가 참여한 티볼 경기는 ‘어부바’대회라고 이름 붙였다. 어린이와 부모님이 바라는 대회라는 뜻이다. 자녀들과 놀아주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몰랐던 아버지들에게 티볼이 물꼬를 틔우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교내 친선경기부터 교육장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 파주시 티볼연합회장배 티볼대회에도 참가했다.
토요일에는 파주시 생활체육회의 강사 지원을 받아 어린이 체능교실을 운영했다. 어린이체능교실에 참가한 아이들은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었다.
다양한 활동으로 스포츠의 세계 접해
도서관에서는 매달 한 번씩 건강독서교실을 열었다. 도서관에 티볼, 야구, 다이어트, 명상에 관한 책을 구비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건강에 관한 간접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왔다. 여름방학 중에는 5일 동안 집중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놀게 하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김경민 교사는 “기능적인 것보다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참여하면서 협동하는 즐거움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 놀면서 인성, 협동심, 자기억제력을 길렀다. 정신과 육체의 건강은 덤으로 얻어갔다.
운동하면 부모 자녀 사이 가까워져
“한 해 동안 해보니까 잘 못하던 여자아이들도 활동하면서 성장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중요한 변화죠. 티볼 또 언제 하냐고 물을 정도로 더 하고 싶은 아이들이 생겼다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껴요.” (김경민 교사)
티볼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뛰는 스포츠다. 협동해서 집단이 움직이는 경기에 팀원이라는 소속감을 갖고 임하는 것은 형제자매가 적은 요즘 아이들이 느껴보기 쉽지 않은 경험이다. 김경민 교사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인간적으로 대하면 아이들도 인격적으로 대한다. 특히 6학년 정도 되면 마냥 어리다고 생각하지 말고 존중해줄 것”을 강조했다. 6학년쯤 되면 다 컸고, 어른들 세계도 다 안다고 생각한다는 요즘 아이들.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이 느껴지면 담을 쌓기 시작한단다. 이럴 때 김경민 교사가 추천하는 것도 운동이다. 스포츠를 통해 부대끼면 자녀들이 부모를 더 잘 따르게 된다는데.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가까운 공원에 나가 함께 땀을 흘려보면 어떨까?
>>>미니인터뷰6학년 신보겸 양
“친구들이랑 티볼로
친해졌어요”
“티볼은 야구보다 쉬워서 재밌었어요. 공을 배트로 칠 때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캐이볼 연습할 때는 키 작은 친구를 배려해 주면서 더 친해졌어요. 어색한 친구들, 평소에 친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친하게 될 수 있었어요. 또 초등학교 마지막이니까 티볼 활동 하면서 자주 못 만났던 친구들이랑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6학년 윤예진 양
“티볼 배우고 나서
아빠랑 주말에 캐치볼해요”
“1루에서 2루, 3루 들어올 때 달리기를 하잖아요. 그 덕에 체력이 늘었어요. 옛날에는 조금만 뛰어도 헉헉댔는데 티볼 하면서 체력이 좋아져서 운동을 좀 더 잘할 수 있게 됐어요. 티볼을 시작하고 나서 아빠가 공 받는 걸 제대로 못한다고 저랑 캐치볼 연습을 같이 해주셨어요. 아빠랑 주말에 나가도 놀다가 들어오면 끝이었는데 운동을 같이 하니까 더 친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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