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서 한영외고 국어교사

‘재미에 의미가 더해진 수업’ 교사의 몫

지역내일 2014-05-27

고1 첫 시험에서 반에서 꼴등 성적표를 집에 가져가자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부모님은 딸에게 고기를 실컷 사주셨다. 쿨한 부모님 밑에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활기차게 고교 시절을 보낸 그는 수능시험에서 반 일등으로 졸업했고 5년 뒤에는 모교의 국어교사가 됐다. 노연서 교사(34세)의 스토리다.

노연서


한영외고 학생에서 한영외고 교사로
EBS 미녀 강사로 유명세를 탔던 그를 실제로 만나보니 소문처럼 예뻤다. 게다가 씩씩함과 솔직함까지 갖췄다. 중고교 시절 내내 장래희망은 변함없이 선생님이었던 그는 스물다섯에 꿈을 이뤘다.
“첫 부임했을 때 학생들과 예닐곱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교사라기보다는 후배들의 언니, 누나 같았죠. 그런데 어느새 10년이 후딱 지나갔네요.” 숱한 학생을 만나 울고 웃으며 보낸  세월 속에서 그는 여전히 가르치는 걸 자신이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일로 주저없이 꼽는다.
그만큼 수업 연구도 밀도 있게 준비 한다.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을 가르칠 때는 아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따분해 하는 고전문학도 색다르게 어필하며 생동감 있게 수업을 이끌고 있다.


‘전국구 선생님’ EBS 대표강사
고교생들 사이에서 그는 ‘전국구 국어교사’로 이름을 날렸다. 대한민국 베테랑 교사들의 각축장인 EBS에 20대 후반, 4년차 교사가 멋모르고 도전장을 냈고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얼떨결에 논술강사로 방송에 데뷔했다. 그 뒤 7년간 EBS 언어영역 대표강사로 맹활약하며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다. “EBS 강의를 맡으며 나 스스로 부쩍 성장했어요. 수업 스킬 뿐 아니라 내 나름의 교육 철학을 세울 수 있었죠.”
EBS 강의 전에는 성적이 고르게 우수한 외고학생들만 가르치다 보니 늘 교사로서 목마름이 있었다. “공부의 바탕이 잘 갖추고 있는 학생들이라 사실 교사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맡은 방송강의는 성적이 5~6등급인 중하위권 타깃이었고 이 학생들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며 내게 의지를 많이 했지요.”
성적 고민을 털어놓거나 강의 덕분에 점수가 올랐다는 고마움을 담은 손 편지도 자주 받았다. 특히 전국을 돌며 수능설명회를 할 때마다 수천 명의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사교육 기회가 별로 없어 인강에 많이 의지하는 지방학생들일수록 수능 정보, 공부 방법론에 목마름이 컸어요. 화면 속 강사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기도 했고요. 강의장 통로 바닥까지 쪼그리고 앉아 하나라도 더 배우려 눈을 빛내는 아이들이 내게는 자극제였어요.”
최고의 강의를 선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지독하게 채찍질했다. 인터넷 수능강의만 1000강쯤 진행하다보니 수능시험을 꿰뚫는 경지까지 올랐다.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게 국어 공부의 핵심입니다. 사실 수능에 출제되는 모든 지문을 다 공부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차피 수능은 출제유형, 문제 패턴이 있기 때문에 개념을 확실하게 다진 후에 지문 속 문제를 개념을 적용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하죠. 이런 국어공부 방법론을 늘 강조합니다.”
학교 수업에 EBS 강의, 대학원 공부, 여기에 교과서 집필까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교사로서 고속성장을 했다.
숨 가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숨 고르기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1년 반쯤 학교 밖에 있다 올 초 복직한 그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의 역할이 추가가 되자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훨씬 풍부하고 깊어졌다.


아픈 아이들 보며 심리 상담에 눈 떠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가진 내면의 아픔이 눈에 들어오네요. 외고라는 특수성 때문에 점수경쟁이 치열하고 학교의 평가 시스템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등부터 꼴등까지 등수가 매겨질 수밖에 없죠. 객관적으로 보면 나무랄 데 없이 우수한 아이인데 교실 안에서 기를 못 펴고 주눅이 들어 있어요. 안타깝죠.”
때문에 학생들의 마음을 보듬는데 그는 정성을 쏟고 있다. “부모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여럿 있어요. 원인은 성적이죠. 위태로운 모습을 볼 때마다 조마조마해요. 이런 아이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 절실하기 때문에 불러다 밥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해요.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자부심이 돈에서 나오는 우리나라의 그릇된 구조를 10대들이 너무 빨리 간파했어요. ‘공부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나요?’라며 의문을 던지는 아이도 있죠. 버거운 질문이죠.”
의문의 답도, 인생의 방향성도 학생 스스로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는 ‘아이들 앞에 벽이 없는 선생님’이 되는 걸로 좌표를 정했다. 그래서 ‘아이들 판단하지 말고 도와주기, 같이 있어주기, 속마음 알아주기’라는 주문을 늘 마음속으로 되뇌며 아이들을 만난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심리 상담, 부모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죠.” 지난 10년간 수능 공부 지도에 전력질주하며 교사인생 1막을 열었던 그는 교사인생 2막의 목표인 ‘마음을 보듬어 주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차분히 마음 공부에 나서는 중이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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