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아이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됩니다. 하지만 모든 어른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요. 행신도서관에 가면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주기 위해 공부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도서관 문화강좌 ‘그림책으로 우리 아이 마음 읽기’ 수강생들이자 빛그림자극 동아리 회원들입니다.
도서관 강좌 후 동아리를 꾸리다
지난달 21일 행신도서관 시청각실에서는 20여 명의 여성들이 두 모둠으로 나누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림책으로 우리 아이 마음 읽기’ 수업의 수강생들이 한 달 간 배운 공부의 결과물로 빛그림자극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행신도서관 ‘그림책으로 우리 아이 마음 읽기’ 수업의 마무리는 수강생들이 만든 빛그림자극으로 끝난다. 빛그림자극은 투명한 필름 위에 유성 매직으로 그림을 그려 환등기 위에 올린 다음, 화면에 그림자를 비춰 만드는 공연이다. 음악도 틀고 대사도 연기하면서 인물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림책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수강생들은 한 달 간의 수업이 모두 끝난 후에도 흩어지지 않고 동아리로 남아 빛그림자극 공연 봉사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수업을 들은 이들은 이미 1기 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 마음 읽기라고 해서 왔는데 제 마음을 더 읽게 됐네요. (웃음)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책이 많았는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거의 읽어줬던 책이었어요. 그때는 어떤 의미인지 몰랐어요. 그때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애들이 이미 다 자라버려서 아쉽죠.”
수강생 이민정씨의 말이다.
아이 마음 읽어주는 그림책
수업을 이끄는 이는 독서교육 지도강사 이경희씨다. 그도 두 아이의 엄마다. 지금처럼 고양시에 도서관이 많지 않던 시절, 이경희씨는 민간에서 만든 어린이 도서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쯤 이었어요. 저희 아이들하고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그림책을 좋아하게 돼서 독서지도나 독서치료도 공부하게 됐죠. 2007년 대화도서관에서 어머니들 대상으로 처음 지도를 했고 그분들이 지금도 도서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자신의 자녀들에게 그림책은 마음의 고향과 같다고 믿는 이경희씨. 그림책으로 아이들을 기른 어머니라서 그런지 그의 수업에는 정서적인 책 읽기, 책 놀이 수업 등 다양한 활동들이 들어 있다.
수강생 김혜숙씨는 이 수업을 들은 다음 아들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큰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둘째가 아들이고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아들 입학 시켜놓고 너무 힘들었어요. 얘는 왜 누나하고 다른지 모르겠더라고요. 이 수업에서 아이 마음 읽기를 배우고 나서 알았어요. 남자애 성향을 엄마가 몰라서 힘든 거였어요.”
이제는 밤에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수강생 김혜숙씨. 김씨는 아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엄마인 자신이 아이 마음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내 아이만이 아닌 모든 아이들 위한 빛그림자극
행신도서관 빛그림자극 동아리에는 여럿이 함께 찾아온 수강생들도 있었다. 백석초등학교 도서관 봉사 동아리 ‘햇귀’ 회원들이다. 이들은 매년 방학 때면 독서캠프를 열고 자녀들을 위한 도서 활동을 진행한다. 올해에는 행신도서관에서 배운 빛그림자극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아이들 학교 여름독서캠프에서 엄마가 직접 공연을 해주면 추억이 될 것 같아 참여했어요. 수업을 듣고 보니 모르던 책도 많이 알게 돼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김시원씨)
빛그림자극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대본을 쓰면서 뒤늦게 소질을 발견했다고 좋아하는 ‘햇귀’ 회원들은 연신 싱글벙글 즐거운 모습들이었다.
빛그림자극 동아리 2기 회장인 김수미씨는 “앞으로 어린이집이나 복지관에도 가서 공연하고 싶다. 내 아이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아이들을 위해서 공연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빛그림자극동아리는 지난달 31일 행신도서관에서 공연을 펼쳤다. 공연이나 수업 문의는 행신도서관(031-8075-9239)으로 하면 된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인터뷰 강사 이경희씨
“그림책이 움직이는 빛그림자극 매력 있어요”
정적인 책만 보다가 새롭게 이야기를 꾸미고 인물이 움직이는 빛그림자극을 보여주면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아요. 수강생들은 이 수업을 배워서 자녀 학교나 유치원에 가서 공연하기도 하고 가정에서 자녀들을 위해 밤에 공연하기도 해요. 엄마가 공연을 해주면 아이들이 많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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