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길 찾아가는 역사문학기행, 김경식 박은정씨 부부

‘걸으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지역내일 2014-03-03 (수정 2014-03-03 오전 6:28:04)

흰 눈에 모습을 감춘 길은 숲으로, 마을로 이어지다 어느새 수백 년 전 역사 속으로 여행자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고요하게 눈 덮인 숲속 길. 누군가 처음에는 길이 아닌 곳을 걸어간 사람이 있었기에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가는 역사문학기행, 오늘은 김경식 박은정씨 부부와 함께 그 길을 걸어보겠습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대한민국 방방곳곳, 역사와 문학을 이어주는 사람들  파주(坡州)는 ‘둑이 있는 고을, 둑과 제방이 많은 동네’란 뜻을 지닌 풍요롭고 아름다운 고장으로 파주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때부터 불려졌다. 한강과 임진강이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였으며 공릉천, 문산천, 갈곡천, 비암천 등 크고 작은 하천은 파주를 곡창지대로 만들었다. 또한 옛날부터 민초들은 파주 임진강변 나룻터에서 이별의 슬픈 눈물을 흘렸고 이별과 만남의 서정적 그리움은 시가 되고 문장이 돼 문학으로 살아남았다. 김경식 시인은 “추운 겨울바람을 감내하며 기행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단의 현실 속에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서로 적이 돼 웅크리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매운 추위도 사라질지 모릅니다”라며 역사문학 기행을 시작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청백리인 황희 정승과 율곡 이이의 유적지와 파주 삼릉을 답사하는 역사문학기행, 그 가운데는 여행을 이끄는 김경식 박은정씨 부부가 있다. 대한민국 방방곳곳 잊혀진 길을 찾아 문학과 역사를 이어준 주인공들이다. 2014년 새해 눈 덮인 파주 길을 두 사람과 함께 걸었다.
작가들의 삶과 문학 속에 나를 찾게 되는 여행  길을 걷기로 한 날 아침, 출발지에 도착하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영하14도라는 기온과 굵어지는 눈발에 슬금슬금 걱정이 되다 이내 마음이 편해진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문학기행 인도자와 함께하는 길인데 무엇이 걱정일까 싶다. 버스에서 내려 소리 없이 내리는 눈 속으로 길을 나섰다.   
김경식, 그는 시인이다. 1960년 충청북도 괴산에서 태어나 문학과 역사, 지리를 공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1985년부터 역사가 있는 문학기행을 시작해 학교 및 단체들과 함께 수백 회의 문학기행을 진행했다. 역사문학기행은 ‘움직이는 학교’라는 진행방식으로 역사와 지리를 아우르며 삶의 실천적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카페를 통해 신청을 받아 작가의 고향과 문학 작품 속 무대와 함께 역사유적을 답사하는 여행을 떠난다. 부부는 지난 2006년부터 함께 역사문학기행을 진행하고 있다.
  “역사문학기행은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탐방이 시작되는데 사람이 살았던 곳에는 어디나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이것이 문자로 기록되면 문학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찾아 여행을 하다 보면, 나를 찾게 되고 이웃에게 가슴을 열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삶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드는 일은 결코 경제가 해결해 줄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부. 그런 부부는 그 지역 주민도 가기 힘든 곳을 샅샅이 찾아 여행하는 데 고수다. 30년 역사문학기행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길 위의 삶 보듬고 힘이 돼주며 함께 걷는 길    
눈을 맞으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러운 걸음을 내딛었다. 이제 막 내린 새하얀 눈은 길과 숲에 살포시 내려앉아 온 세상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눈 오는 날 산행이 나쁘지 않다고 하니, 옆에서 걷던 부인 박은정씨가 그게 바로 ‘역사문학기행의 묘미’라고 말한다. “보통 눈이 오면 산행을 꺼리는 분들이 많은데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이 아니라면 맞으며 걷는 것도 상당히 좋아요. 뽀드득 뽀드득 걷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사람들을 모으고 아침 일찍 떠나는 문학기행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여행을 함께 간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냐?’며 놀라요. 처음엔 워크북을 만들고 식사를 준비하며 오는 사람 한 명 한 명 챙겨야 하는 게 힘들었지만 이제 적응이 됐어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자기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나지요.”
길 위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은정씨는 한 달에 수차례 길 위에서 사는 남편 김경식씨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힘이 돼주는 든든한 후원자다.
"보통 문학기행 한 번을 진행하려면 그 10배에 해당하는 길을 찾고 걸어요. 작가의 고향과 문학작품 속의 무대, 역사 유적지도 돌아봅니다. 고양과 파주에도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어요. 걷기 좋은 숨은 길들도 많고요. 도시에 살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다양한 역사와 문학을 만날 수 있는 길이라 더욱 좋아요."




문학기행이 가져다 준 선물 ‘대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이 파주 삼릉으로 접어들었다. 파주 삼릉 중 첫 번째 공릉은 장순왕후의 능이다. 장순왕후 한씨는 한명회의 딸로 조선8대 예종의 세자비로 책봉된다. 1461년 원손 인성대군을 낳고 산후병으로 사망한다. 17세의 꽃다운 나이였다. 세자빈의 신분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세자빈묘로 조성됐다. 공릉과 순릉을 지나 영릉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로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숲길이다.
만약 부부에게 역사문학기행이 없었다면? “삶이 훨씬 더 곤고했을 거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혼자보다는 옆의 누군가와 협력해서 하는 게 재미있고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서로 역할을 나눠 돕기도 하고.”
그런 부부는 역사문학기행이 부부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을 ‘대화’라고 말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을 가서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 공통의 화제를 두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뜻 깊은 일이에요.” 부부 사이에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이 부부는 굳이 말로 다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앞장서는 부부의 뒷모습 위로 어느새 눈은 그치고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올해 경기도 양평을 시작으로 경남 통영, 전북 임실, 충남 공주 등 국토 전체를 아우르는 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두 사람은 무척이나 바쁜 한 해를 보낼 듯하다. 서로의 속도에 맞춰 맞잡은 손, 2014년 함께하는 길이 시작되고 있다.
김경식의 역사문학기행 http://cafe.daum.net/kh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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