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동 허유재 병원 뒤편에 위치한 수프전문점 ‘수피’(SOUPY). 서양식 음식의 전채 요리로 분류되는 수프를 30여 가지 종류별로 파는 곳이다. 간판에 그려진 가게로고가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이다. 가게 안은 깨진 그릇들로 한 벽면을 꾸민 아이디어와 명화가 프린트된 우산을 소품으로 이용하는 센스까지 더해져 아담하면서 트렌디하다. 젊은 주인장일거라는 예상과 달리이웃집 아줌마 같은 푸근한 이미지의 대표 겸 요리사인 이승숙(54)씨를 만났다.
박은전 리포터 jeonii@daum.net
30여 가지 수프를 파는 수프 전문점 ‘수피’
“그릇을 좋아해 이것저것 모았어요. 쓰다가 깨지거나 이가 빠진 컵 등은 아까워서 못 버리겠더군요. 그래서 그릇 조각들을 백시멘트로 붙여 벽면을 장식했더니 손님들의 반응이 좋네요”라며 식당안의 소소한 곳을 설명하며 이승숙씨는 말문을 열었다.
3년 전 급작스럽게 찾아 온 남편의 퇴임은 한 가정의 요리사였던 이승숙씨를 전문 요리사의 길로 들게 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미술을 전공해 일러스트레이터와 강사로 활동하며 가정에 작은 보탬이 됐었는데 남편을 대신해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을 느끼게 됐다. “다들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더 늙기 전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경제적인 여유는 물론이고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 작은 딸이 ‘엄만 수프 잘 만들잖아. 수프 집 어때?’라고 던진 한마디에 운명처럼 수프집을 차리게 됐어요.”
처음 수프전문점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수프 먹으러 사람들이 올까’라는 걱정부터 ‘남들이 안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등의 충고를 들었다. 지금 수피를 같이 꾸려나가고 있는 남편 김영민씨도 처음엔 반대를 했었다. 하지만 두 딸의 지지와 음식에 대한 본인의 신념이 확실했기에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의 식사를 챙긴다는 마음으로 요리한다면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문을 열었다.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 만들기에 노력
“30대에 아프신 시부모를 모시면서 음식과 건강에 관한 많은 공부를 했어요. 나트륨 함량을 줄일 수 있는 서양식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다양한 종류의 수프를 만들게 됐죠. 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시어머님은 요즘 제가 일하는 동안 집안 살림을 대신해줄 정도로 정정하세요.”
음식이 우리 몸을 살리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 만들기에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요즘은 수피를 찾는 고객들로부터 ‘먹고 나니 속이 편하다’ ‘엄마가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수피의 인기메뉴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 유명한 책 제목을 딴 치킨수프는 루(roux,밀가루를 버터에 볶은 것)를 사용하지 않은 콩소메(consommé 맑은 수프)의 일종이다. 채 썬 양파와 샐러리, 다진 마늘을 넣고 버터나 올리브유에 갈색이 나도록 볶은 후 우유, 생크림과 월계수 잎 등을 넣고 끓인다. 다만 야채를 약한 불에서 십오 분 정도 볶아야 갈색이 나므로 주문을 받을 때 수프 준비시간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바게트 빵과 함께 제공되므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돼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실제로 서양 사람들은 과음 후 속을 달래기 위해 치킨수프를 찾는다고 한다. 수프 외에도 메뉴가 다양한데 하루 종일 제공되는 브런치는 20대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 메뉴판에는 없는 스테이크 같은 음식도 미리 예약하면 맛 볼 수 있다.
인생은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
매일 정성껏 요리하고 성실하게 살아야죠
서양 요리는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소스 종류가 다양해 직접 만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승숙씨는 파프리카를 오래 볶아 스테이크 소스를 만드는 등 요리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소스를 직접 만들어 쓴다. 수프도 미리 끓여 놓는 게 아니라 주문을 받으면 즉석에서 만든다. 다소 시간은 걸리지만 뭐든지 방금 한 음식이 제일 맛있다는 요리 철학 때문이다. 점심시간에는 밀려드는 손님으로 인해 정신없지만 미리 만들어 놓거나 식당의 규모를 더 키울 생각은 없다고 한다. “제가 하나하나 챙길 수 있는 지금이 좋아요.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음식을 빨리 만들다보면 아무래도 정성이 부족해지죠.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이 담긴 음식을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는데 그럴 순 없죠. 제가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저의 자존심이기도 하지요.”
식당을 운영한지 3년차에 접어든 이승숙씨는 손님들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고 바란다. “인생은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책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중 ‘이것을 잊지 마라.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당신이 그 일을 통해 무엇을 하는가이다’란 대목이 있어요. 그 글귀처럼 저의 생각들을 실천하고 그 일을 통해 하루하루 열심히 요리하며 보람을 느끼고 기쁨을 얻습니다.”
위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776번지 105호(일산 허유재 병원 뒤 일산플라자 1층)
문의 031-905-0018 영업시간(월요일~토요일)
AM 09:30 ~ PM 9:00 (화요일, 일요일) AM 10:00 ~ PM 4:00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