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집과 직장 그리고 무엇이 있습니까? 여기 제3의 세계를 함께 만들어 즐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일산직장인밴드 소울플레인 사람들입니다. 집 직장 그리고 밴드. 그들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볼까요.
소울이 좋아 뭉친 밴드
흔히 밴드하면 락을 떠올리지만 소울플레인은 이름 그대로 소울을 좋아한다. 60~70년대 흑인 음악부터 아이돌그룹 음악까지 두루 연주하지만 편곡은 언제나 소울, 펑키 그리고 디스코다.
3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으로 최대 17살까지 벌어지는 멤버들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건 스티비원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다.
“흑인 음악 중에서도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소울이에요. 흑인 음악에 댄스가 가미된 게 펑키고 그 둘을 연결한 사람이 스티비원더에요. 밝은 음악도 심금 울리는 음악도 노래한 사람이죠. 스티비원더의 음악이 현대로 넘어온 계열의 음악을 즐겨 연주해요.” (베이스 이삼성씨)
소녀시대의 트윙클, 보아의 넘버원, 프라이머리 씨스루 등도 그런 이유로 소울플레인에게 선택 됐다.
직장인밴드는 결성만큼이나 유지도 쉽지 않다. 실력이 고르지 않거나 음악적 취향이 다르거나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거나 하는 문제로 해체하는 팀들이 많다.
소울플레인도 처음부터 ‘짠’하고 꾸려진 밴드는 아니었다.
2003년 즈음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일산 지역 밴드 모임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그해 가을 이삼성씨가 밴드를 결성했다. 만들었다가 깨지기를 여러 차례, 2008년에 만난 멤버들과 꾸린 ‘행복한 밴드’가 소울플레인의 전신이 됐다.
보컬 최주연씨와 베이스 이삼성씨가 남아 2011년 이름을 소울플레인으로 바꾸고 지금껏 밴드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함께 어울리는 밴드 음악의 즐거움
직장인밴드인 만큼 음악적 깊이나 완성도를 추구하는 팀은 아니다. 각자 밴드에서 연주할 만큼의 실력은 유지하되 어디까지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것이 소울플레인 사람들의 암묵적 약속이다. 혼자서 완벽한 음악을 하고 싶다면 밴드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울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 이들의 공통점 또 하나는 여럿이 어울리는 밴드음악을 사랑한다는 점이다.
“농담반 진담반 얘기해요. 내가 나중에 팔이 부러져서 연주를 못하면 매니저라도 하겠다고. 같이 어울려서 같이 밴드음악을 한다는 게 좋아요. 제 생활의 연장선이 아니고 직장과 가정과는 다른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게 좋아요.” (베이스 이삼성씨)
전혀 다른 세계를 병행하는 즐거움은 유쾌한 일탈의 즐거움을 준다. 못다 이룬 음악의 꿈에 미련이 남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삶에 뿌리를 내리게 해주는 직장은 그것대로 튼튼하게 유지하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음악은 덤으로 즐기는 사람들이다.
기타를 연주하는 민문기씨는 고양시 공무원이다. 시청 내 밴드를 만들었으나 흐지부지되면서 소울플레인에 합류했다.
다른 멤버들과 달리 블루스나 헤비메탈을 좋아했지만 실력 있다고 소문난 소울플레인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싶었다.
“음악색은 달라도 제가 선택했으니 적응해서 소울 음악 기타를 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 혼자 튄다고 되는 게 아니고, 밴드 멤버들과 즐거운 음악을 하고 싶어요.” (기타 민문기씨)
이해와 배려가 화합의 비결
드러머 권현씨는 지난해 합류한 멤버다. 마포에서 일산으로 이사 오면서 소울플레인을 만났다.
“제가 좋아하는 건 그루브와 비트감있는 음악들이에요. 멋있는 곡도 좋지만 우리가 재밌게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좋아요.”
드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확한 템보와 리듬을 세션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해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밴드에서 풀기도 하지만 밴드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에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키보드를 맡고 있는 지연씨는 “직장인 밴드는 싸우고 깨지기 쉬운데 소울플레인 사람들은 의견 조율도 잘 하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를 해서 오랫동안 같이 할 수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한주의 괴로움을 잊게 되는 합주일인 금요일만을 기다린다는 지연씨에게 소울플레인은 아직은 스트레스보다 즐거움이다.
또다른 키보드 연주자 이윤경씨는 “실력도 좋은데 사람들이 정말 좋다. 인간적이다. 밴드하는 재미는 화합을 딱딱 맞추는 즐거움이다. 그럴 때 희열을 느낀다”고 자랑했다.
음악 할 수 있다면 좋아
보컬의 최주연씨는 팀의 막내다. 애교보다는 뚝심 있게 팀을 지켜온 그에게는 깊이 있는 밴드 사랑이 느껴졌다.
“가수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어떻게 노래를 할까 알아보다 밴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때로는 부르기 싫은 노래를 팀이 연주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주연씨는 그게 밴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저 노래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는 열린 마음이 그를 오랜 시간 밴드에 머물게 한 것 같았다.
소울플레인 사람들은 지금보다 실력이 더 나아지는 것도 원하지만 진정 소울이 있는 연주를 하는 것이 바람이다. 더 도취되고 더 빠져들어서 하는 연주 말이다. 소울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 하는 음악은 듣는 이들도 취하게 만들지 않을까.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 갈 풍성한 제3의 세계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문의 http://cafe.daum.net/ilsanband 일산밴드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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