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썬키스트, FC바르셀로나의 공통점은? 바로 협동조합이라는 것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안 경제의 한 방식으로 부각된 협동조합.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으로, 국제협동조합연맹 ICA에서는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으로 협동조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둘 중 하나는 어떤 협동조합에든 가입해 있고 협동조합 수가 400개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볼로냐, 스페인 3대 기업 그룹으로 고용인원 10만 명, 매출액 24조 원을 자랑하는 몬드라곤 등은 모두 협동조합으로 지역경제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우리 지역에도 다양한 협동조합이 결성돼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전국 최초 영화소비자협동조합 ‘씨네쿱(cinecoop)’. 영화나눔협동조합 씨네쿱은 창립선언문에서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영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의 제작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소비자 협동조합’을 표방한다”고 단체의 성격을 정의했다. ‘산업으로서의 영화를 넘어, 문화로서의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건강하고 다양한 삶을 위한 성찰적 시각을 주는 영화의 힘을 믿는 ‘씨네쿱’의 안미라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좋은 영화 골라 함께 보고 제작에도 참여
“우리나라 영화계는 현재 대기업에서 흥행 가능성을 노린 영화를 주로 기획, 제작하며 배급에까지 뛰어들어 상영관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지만 감독들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상영할 곳이 없고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를 가지기 어려워요.” 씨네쿱의 안미라 이사장은 씨네쿱의 결성 계기에 대해 묻자 먼저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그냥 묻히게 되는 현실에서 최종태 감독 등 영화인들에게서 먼저 ‘이런 영화들을 함께 볼 수 없을까’라는 고민이 나왔다. 이어 김달수 경기도의회 의원이 협동조합을 제안했고 정지영 영화감독, 영화 ‘화이’ 등을 제작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영화 ‘7번방의 선물’에 출연한 김기천 배우 등 영화관계자와 배우, 문화예술인, 일반시민 등 85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지난해 4월 씨네쿱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보고 싶은 영화를 스스로 선택하고 좋은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영화 관객들이 모인 소비자 협동조합 씨네쿱은 현재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공무원, 주부, 개인사업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200여 명의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GV에 초청된 영화감독과 관객과의 대화
관객에겐 볼 권리를, 창작자에겐 상영기회를
영화 관객인 소비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결성된 씨네쿱의 주된 활동은 상영회 개최. 정기 상영회 등을 통해 각종 영화제 수상작 등을 함께 본다. 정기 상영회는 매달 넷째 주 수요일 저녁 고양어울림극장에서 열리는 무료 상영회와 일반 극장의 상영관을 대관해 열리는 유료 상영회(특별 상영회)가 있다. 조합원들이 추천하는 영화를 릴레이로 상영하는 무료 상영회에서는 지금까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지중해’, 장 자끄 아노의 ‘불을 찾아서’ 등이 상영됐고 오는 30일에는 김달수 의원이 추천한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상영될 예정이다. 특별 상영회에서는 각종 해외영화제 수상작인 ‘서칭 포 슈가맨’, 다큐멘터리 ‘아버지의 이메일’, 고양파주생협협의회와 공동으로 ‘블랙딜’ 등을 상영했다. 특별 상영회는 비조합원도 약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참가할 수 있다.
씨네쿱은 또한 고양시나 지역단체의 행사에 참여해 영화 상영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지난 6월 ‘2014 고양국제아웃도어캠핑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열린 야외 영화상영회와 얼마 전 열린 ‘제4회 고양여성영화제’의 기획과 상영을 진행했다.
상영회에서는 일반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영화나 작품성과 예술성은 있지만 흥행이 되지 않아 극장에서 일찍 막을 내린 영화들을 주로 상영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 관람의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감독이나 배우를 초대해 관객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지브이(GV, Guest Visit의 약자) 시간을 마련해 영화관람 문화의 다양화도 꾀하고 있다. 안 이사장은 “앞으로 더 많은 공공기관 미디어 센터의 극장을 활용하거나 지역의 대안공간들을 찾아서 영화를 상영하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씨네쿱은 영화 소비자인 관객뿐만 아니라 생산자인 창작자를 위한 사업도 실시한다. 메이저 중심의 배급과 유통에서 소외된 창작자들에게 상영의 기회를 제공해 창의력을 끌어내는 에너지를 주고자 한다. 안 이사장은 “창작자를 위해 다양성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나아가 우리가 직접 영화를 제작, 배급까지 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로서의 영화와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 펼칠 터
씨네쿱은 문화로서의 영화를 지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영화인 네트워크 구축과 다양한 시사회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이나 단체가 일반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영화의 상영을 원한다면 직접 찾아가서 상영할 계획이다.
한국 영화산업과 지역문화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한국 영화계가 산업적, 예술적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바라며 다양성 영화를 배급하고 제작을 지원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영화 및 문화 관련 협동조합과 협력하고 마을 영화제 개최 및 지역의 다양한 문화행사 기획에 결합하거나 참여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시민영화아카데미,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영화 및 영상 교육 등 영화와 영상관련 교육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씨네쿱 조합원이 되면! 되려면?
씨네쿱의 조합원이 되면 각종 상영회에서 무료 또는 적은 비용으로 영화를 볼 수 있고 영화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스스로 참여해 함께 만들 수 있다. 영화 이벤트 등에 초대되거나 국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영화제 탐방, 스마트 영화제와 DMZ 영화제 등 고양시 영상 문화행사 기획 및 참여, 고양시 주관 영상문화 교육 등에 참여 할 수 있으며 고양시 소재 영화 제작사와 연계를 통한 영화 제작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조합원이 되려면 씨네쿱 홈페이지(www.cinecoop.org)에서 직접 가입하거나 가입 신청서를 작성해 이메일(cinecoop@cinecoop.org)로 보낸 후 출자금(가입비)을 송금하면 된다. 조합원 출자금은 성인 3만 원, 청소년(고등학생까지) 1만 원 이상이다. 문의 031-962-0073
안미라 씨네쿱 이사장이 청소년과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감수성이 예민하고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에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따라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대중적인 오락 매체인 영화를 편향되게 보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음식도 편식하면 건강에 좋지 않듯이 간접적인 삶의 체험인 영화도 정신의 건강과 바람직한 가치관 형성을 위해 다양하게 봐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씨네쿱에 많은 청소년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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