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외국인 청소년 홈스테이 사업에 참여하는 가정

온가족이 함께하는 외국인 손님과 1박 2일~!

지역내일 2014-07-21

고양시는 외국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교류센터와 함께 지난 2002년부터 홈스테이를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일산동구는 올 3월 아제르바이젠을 시작으로 3개국, 44명의 청소년 홈스테이를 실시했는데요, 앞으로도 연말까지 5개국 110명의 방문이 예정돼 있습니다. 1박2일간 한국 가정 및 전통문화 체험, 고양시 명소 방문을 주 내용으로 하는 홈스테이는 무엇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호스트들이 있어 가능합니다. 게스트들의 취향을 고려해 24시간의 스케줄을 짜고, 상대 국가를 배려한 식단 구성과 쾌적한 잠자리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등 고양시 호스트들은 스스로 민간외교관이라는 자부심과 봉사 정신으로 임하고 있다고 하네요. 내일신문에서는 고양시 홈스테이에 참여하고 있는 네 가족을 만나보고, 그 중 김명숙씨 가족의 홈스테이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동행해 보았습니다.


이남숙 · 문소라 리포터 nabisuk@naver.com, neighbor123@naver.com


 


외국인 홈스테이 8년차, 탄현동 김명숙씨 가족


“게스트들의 의향 존중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죠~”


 




7월 11일 오후 2시 싱가포르 청소년 대표단의 고양시 홈스테이 환영 행사가 열리는 일산동구청 소회의실. 고양시 홈스테이 사업에 참여하는 5명의 호스트들과 싱가포르 청소년 10명이 만났다. 김명숙씨(45)는 두 딸 슬아(초6), 수아(초4)와 함께 참석해 싱가포르 대학생 테오 웬 이(21), 리 웨이 린(21)과 인사를 나눴다.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처음 만난 어색함이 가시지 않는 법. 8년 경력의 베테랑 호스트인 김명숙씨는 “첫 만남의 어색함을 깨기 위해 호스트들을 이끌고 즐겨 찾는 곳이 있다”며 게스트들의 의향을 물은 후 이동했다.


이윽고 당도한 곳은 장항동 웨스턴돔에 위치한 4D 입체영상관. 슬아와 수아는 게스트 언니들 덕에 오랜만에 4D 입체영상을 즐기게 됐다며 신이 났다. 몇 분 후 상기된 표정으로 입체영상관에서 나온 네 사람 사이에는 어색함이 눈에 띠게 줄어있었다. 이제 자연스레 게스트와 호스트가 어울려 터키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헤나 타투도 해 보며 웨스턴돔 한 바퀴. 김명숙씨는 게스트들에게 다음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고 그들의 취향에 따라 행선지를 정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한국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는 게스트들의 요구에 따라 방문한 곳은 ‘밤가시초가’. 김명숙씨는 게스트들과 밤가시초가의 이곳저곳을 돌며 유창한 영어로 우리 전통 가옥과 생활에 대해 안내했다. 슬아와 수아는 영어를 잘 못하지만 만국공통어인 이른바 ‘바디랭귀지’를 동원해 의사소통을 나누는 데엔 별 문제가 없었다. 


구경을 마친 후엔 이튿날 해먹을 음식의 재료를 사러 다함께 농협마트로. 김명숙씨는 “홈스테이 초기에는 여러 가지 한국음식을 혼자 장만해 대접했는데 게스트 중에 한국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이도 있어, 이젠 함께 장을 보며 먹고 싶은 것을 고르도록 한다”고 한다. 김밥을 만들어 먹고 싶다는 테오 웬 위의 바람으로 김밥재료를 사고 참외 수박 자두 등 과일도 샀다. 두 게스트는 이것저것 질문하며 이국에서 장보는 것을 무척 즐겼다. 특유의 활달함으로 게스트들에게 순대와 마 등 시식 음식을 맛보도록 집어주기도 하고 수박을 직접 골라보게 하는 등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던 김명숙씨는 마침 열린 전통가구 전시판매장에서 게스트들에게 우리나라 전통가구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장보기를 마친 일행은 탄현동에 위치한 김명숙씨 집으로 와 지난번 방문했던 터키의 게스트들이 선물한 터키 커피와 함께 참외를 먹으며 대화꽃을 피웠다. 참외를 처음 먹어보는 게스트들은 꿀처럼 달고 맛있다며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곧 김명숙씨의 남편 박재규씨가 직장에서 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많은 외국인 손님들이 ‘코리안 바비큐’를 좋아해 김명숙씨가 게스트들에게 의향을 물으니 역시 오케이. 풍동 애니골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동동주를 곁들인 오리구이와 죽, 군고구마로 즐겁고 푸짐한 저녁식사를 마쳤다. 함께 밥을 먹으니 분위기는 더욱 훈훈. 김명숙씨 가족과 게스트들은 여세를 몰아 행주산성으로 밤나들이를 떠났는데, 시간이 늦어 문을 닫는 바람에 대신 선술집에 가서 막걸리와 빈대떡을 즐겼다.


이튿날 아침, 게스트들의 요청으로 슬아와 수아가 다니는 학교에 갔다. 김명숙씨는 아침식사 준비로 함께 가지 못했는데, 두 아이는 처음으로 엄마 없이 게스트들과 함께 하려니 안그래도 잘 못하는 영어가 더더욱 안 나왔다. 학교를 안내하느라 손짓발짓을 동원, 네 사람은 끊임없이 웃음보가 터졌다. 돌아와선 게스트들이 절에 가보고 싶다고 해, 어제 산 재료로 다함께 김밥을 싸 흥국사로 피크닉을 떠났다.


어느덧 헤어질 시간, 김명숙씨 가족은 다함께 일산동구청 앞에서 테오 웬 이, 리 웨이 린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언니들이랑 함께 김밥 만들어 흥국사로 소풍간 게 제일 재밌었다”는 슬아와 수아. 외국인 홈스테이는 두 아이에게 그렇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 미니인터뷰


고양시 홈스테이 체험한 
싱가포르 대학생 리 웨이 린, 테오 웬 이





“호스트 가족들이 다들 친절하고 따뜻해서 편안히 지낼 수 있었어요. 어제 저녁 식당에서 먹은 한국음식이 참 맛있었어요. 그리고 어젯밤 선술집에서 막걸리와 빈대떡을 즐기며 진짜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리 웨이 린


“에비타(김명숙씨 영어 이름)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상업적인 관광이 아니라, 한국가정에 머물며 한국인들의 생활을 실제로 보고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어요.” -테오 웬 이



덕양구 주교동 김현숙씨 가족


“언어는 기본, 열린 마음과 봉사정신이 필요해요”


 





김현숙(52세)씨는 홈스테이 경력 17년차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어 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일찍부터 홈스테이에 관심이 많았다.


“96년도에 미국 사는 친구가 놀러왔었어요. 미국인 남편과 함께 저희 집 다락방에서 자고 갔는데, 그게 계기가 된 거 같아요. 그 후 고양시 홈스테이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코리아 게스트를 하고 있어요.”


김현숙씨네 가족은 한 달에 한번 게스트를 맞이한다. 7월은 베트남, 8월은 이집트 학생들이 오기로 했다.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한번은 중국 교육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온 적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설거지를 하다가 제일 아끼는 접시를 깼어요. 근데, 중국으로 돌아가서 접시 세트를 선물로 보내왔어요. 정말 감동했죠.”


그는 특유의 위트와 친절함으로 게스트들에게 ‘맘’으로 불린다. 홈스테이 일정도 엄마의 마음으로 맞춤형으로 준비한다. 리스트를 보고 직접 선택하게 하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다.


“요즘 아이들은 명동이나 두타, 인사동에 가고 싶어 해요. 고양시에서는 중남미문화원, 국제꽃박람회, 김치박물관, 서오릉, 행주산성, 호수공원 알뜰시장을 자주 가요. 고 3인 딸(허영현양)이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어요.”


홈스테이는 그들 생활의 활력이 됐다.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호스트로서 자부심도 크고, 그들의 문화를 함께 나누고, 알아가는 것도 재밌다.


“요즘 우리나라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껴요. K-POP을 따라 부르고, 한국어를 하는 게스트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뭉클해져요. 일본 친구들은 한글로 편지로 쓸 정도예요.”


그는 호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열린 마음과 봉사정신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인 이익이 발생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마음 씀씀이가 중요하다고.


“마음의 빗장을 여는 데는 대화와 웃음이 최고예요. 대부분 부유한 나라의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휴먼(human)으로 만나는 것이 중요하죠. 딸아이와 함께 즉석 음악회도 열고, 한복 패션쇼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흐뭇해요. 앞으로 장기 홈스테이를 할 계획이에요.”






 


호수마을 이영미씨 가족


“온가족이 한팀 돼 손님 맞으니 더욱 즐겁죠~!”


 




호수마을 이영미씨 집에 들어서자 현관 옆 벽은 그동안 다녀간 외국인 게스트들이 남긴 사진과 편지로 덮여있고 거실에는 각국의 게스트들로부터 받은 선물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이영미씨(41)는 작년 4월부터 고양시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여하고 있다. 호스트를 하려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직접 해 보니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 게스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더라구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진심은 통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그리 중요하진 않아요”라고 말한다. 


이영미씨는 게스트들을 맞이하기 전 두 아이 정우(11), 예린(8)이와 함께 방문하는 게스트들의 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국기를 그려 환영 멘트와 함께 붙여 놓는다. 처음 집에 들어선 게스트들이 무척 기뻐한다고. 또 게스트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으로 탈 만들기, 윷놀이, 송편 만들기, 김치 담그기 등을 준비한다. 게스트들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이 시간을 특히 좋아한다. 두 아이는 그동안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 인종과 피부색이 달라도 어색해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손님덕분에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난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즐거워한단다.


사업으로 바쁜 남편 최훈오(46)씨는 처음엔 홈스테이를 주관하는 것을 별로 달갑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막상 게스트들이 집에 도착하면 따뜻하게 맞이하고 한복을 입혀주는 등 지금은 게스트들과의 활동을 즐긴다고. 최훈오씨는 방문했던 학생, 심지어 그의 아버지와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게스트들과 함께 하며 마치 제가 여행을 하는 듯한 설렘이 느껴져 좋아요. 오히려 제가 얻는 게 더 많답니다. 게스트들이 오면 가족들이 각자의 소임을 하고 서로 도우면서 하나가 되죠. 가족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생기는 것도 좋구요.” 호스트활동이 힘들지는 않냐고 묻자 돌아온 이영미씨의 답이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화정동 은빛마을 이정남씨 가족


“둘둘 말은 김밥, 외국인들 입맛에 잘 맞아요”


 





이정남(60세)씨 가족이 홈스테이를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평소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오던 남편 채병두(63세)씨의 권유로 시작했다.


“남편이 무역회사에서 일했어요. 외국에도 자주 나가고, 외국인들과 일할 기회도 많았죠. 외국문화를 즐기는 남편 덕에 자연스럽게 홈스테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의 가족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게스트를 맞이한다. 정남씨가 식사와 잠자리를 책임지고, 남편 채병두씨가 소통과 픽업을 담당한다. 둘째 딸 채형은(33세)씨는 친구처럼 함께 쇼핑도 하고,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2녀 1남 모두 외국어에 능통해요. 어릴 때부터 외국 문화를 자주 접해선지 외국어에 호기심이 많더라고요. 모두 성장해서 독립을 했어도 시간 날 때마다 홈스테이에 동참해요.”


특히 그는 먹을거리를 꼼꼼히 챙긴다. 저녁으로 불고기, 쌈, 닭도리탕, 김치, 나물 등 한식을 준비하고, 다음 날은 항상 김밥을 대접한다.


“김밥을 신기해해요. 맵지도 짜지도 않아서 그들 입맛에도 잘 맞나 봐요. 그래서 김밥은 꼭 해줘요. 젓가락 쓰는 법을 알려주다 보면 웃음꽃이 활짝 펴요. 쌈 싸는 것도 곧잘 따라 하더라고요. 이슬람 쪽은 돼지고기를 피해서 준비해요.”


홈스테이 일정은 보통 오후 3시에 만나서 다음날 오후 2시까지다. 첫째 날은 행주산성이나 서오릉을 둘러보고, 남는 시간에는 함께 로데오거리를 걸으며 한국 문화를 느낀다.


“젊은이들이라 쇼핑을 좋아해요. 특히 마트를 좋아하는데, 너무 비싸서 사지는 못해요. 한번은 딸 아이 통장으로 돈을 부쳐달라고 해서 핸드폰을 사 가더라고요. 그 나라에서는 부자들만 핸드폰을 사용한대요. 알뜰시장에서 물건 사는 것도 재밌어하더라고요.”


그는 홈스테이 호스트 덕목으로 편안함을 꼽았다.


“홈스테이는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거예요. 여기 올 때는 빡빡한 일정에 지친 상태로 오기 때문에 편히 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우리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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