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자동차를 팔던 사람이 한 순간에 식당 주인이 됐다. 풍동 더덕요리전문점 꼴더덕꼴더덕 김성철 대표 이야기다. 1997년 IMF 한파로 자고 나면 우르르 회사들이 문을 닫던 시절이었다.
“식당은 쉽게 할 수 있어서 시작했어요. 20년이 됐지만 아직도 저랑 장사는 잘 안 맞네요. 단 하나 음식에 대해서만 알아달라고 말해왔어요. 지금도 맛보다는 건강을 많이 생각해요.”
강원도에서 먹고 자란 더덕을 요리하다
왜 하필 더덕이었을까. 쓴 맛과 독특한 향에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가 더덕 아니던가. 김성철 대표는 그저 더덕이 좋아 시작했단다.
“제 고향이 강원도 영월이에요. 어릴 때 먹을 거 없어 산에 가면 쉽게 채취할 수 있는 게 더덕이었어요.”
영월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산동네, 요즘 사람들처럼 요리 하지도 않고 생 더덕을 먹는 것이 어린 시절 성철의 낙이었다. 더덕을 잘 알기에 잘 할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했는데 20년 동안 더덕을 만지면서 언제나 후회한단다.
“더덕 요리는 어려운데 남이 잘 알아주지 않는 음식이에요. 사람들이 더덕을 먹을 줄 모르고 맛도 몰라서 그래요.”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폐에 좋은 더덕, 자신을 키워 준 고향 같은 더덕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풍동 꼴더덕꼴더덕에는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김성철 대표가 수없이 연구하고 개발한 더덕요리들이 있다.
더덕숙성삼겹살 더덕된장찌개 더덕밥 황금더덕주 더덕구이 양념구이 더덕튀김까지 더덕에 관한 요리가 더 있을까 싶을 만큼 다양하다. 생더덕에 더덕가루와 더덕즙 더덕원액과 과일즙 등을 넣어 일주일 숙성시킨 양념을 발라 다시 이틀간 숙성시킨 더덕삼겹살은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독특한 음식이다. 최근에는 더덕을 넣어 비벼먹는 백세밥을 개발해 손님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정선 더덕으로 만드는 더덕만찬
꼴더덕꼴더덕이 처음 문을 연 곳은 경상남도 창원이었다. 안양을 거쳐 일산에 정착하기까지 남모르는 사연도 많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언제나 이색 식당으로 언론들의 주목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요리를 하다 보니 각종 매체에서 수시로 그를 찾았고 노골적인 질투에 시달려야했다.
날마다 사용하는 더덕을 식당에서 까는 모습을 두고도 쇼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더덕요리를 좋아하지 장사에는 소질 없다고 스스로 말하는 김성철 대표에게는 무엇보다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폐에 좋은 더덕을 지나치게 가공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성질을 그대로 밥상에 올리는 일을 사명처럼 여기고 계속해왔다.
풍동 꼴더덕꼴더덕은 강원도 정선 더덕 농가에서 재배한 더덕과 자연산 더덕을 사용한다. 자생력이 좋은 식물이라 요즘은 더덕도 여기저기서 키운단다. 하지만 좋은 더덕은 세로결대로 쭉 찢어지는 섬유질이 관건이라고 한다. 김성철 대표에 따르면 정선은 해발고지가 높아 조그맣고 단단하며 섬유질이 많은 더덕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이다.
달콤한 더덕 맛을 아시나요
더덕 하면 떠오르는 것은 쌉쌀한 맛과 독특한 향이다. 하지만 꼴더덕꼴더덕은 특유의 기술을 사용해 더덕의 쓴 맛을 잡았다. 일례로 더덕삼합 요리의 맨 마지막 순서에 나오는 숯불 통더덕구이는 군고구마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게 맛있다. 쌉싸름할 거라 생각한 더덕에 이렇게 달콤한 맛이 숨어 있다니. 지금껏 먹어온 더덕은 다 뭐였을까 싶었다.
“저는 음식을 맛있게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더덕의 성질인 사포닌 자체를 다 끌어내서 건강식으로 만드는 것뿐이죠. 먹을 때 입에 맛있게 만들려면 다른 재료가 들어가니 본질이 흐려져요.”
더덕 성분을 헤쳐서 맛을 좋게 하면 손님은 늘겠지만 본인이 괴롭다는 김성철 대표. 같은 이유로 그는 더덕을 돌솥밥으로 요리하지 않는다. 더덕을 찌면서 열이 전달되면 사포닌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돌솥이 더 건강해보일지 몰라도 6시간 안에 더덕이 삭히면 밥이 뜬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만든 백세밥도 돌솥이 아닌 비빔밥이다. 앞으로는 백세밥을 도시락으로 만들어 김밥처럼 보급하고 싶은 것이 꿈이다. 몸에 좋은 더덕을 먹고 누구나 행복이 더덕더덕 붙기를 꿈꾼다는 김성철 대표. 욕심 많은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끝내 더덕을 포기하지 않은 그가 참 고맙다.
문의 031-901-8898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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