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뉩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중에서도 지역주민의 권익 및 복리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협동조합을 말하죠. 일반 협동조합이 조합원의 권익향상을 위한 영리법인 성격을 가진다면, 사회적 협동조합은 사회적 목적달성을 위한 비영리법인의 성격을 갖습니다. 그 중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을 목적으로 지역주민과 조합원, 의료인이 협동해 의료기관 운영과 건강증진 활동 등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사회적협동조합인데요, 우리지역에도 이러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인 ‘고양다산의료사회적협동조합’이 있어 찾아보았습니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비싼 진료도 의료사협 병원에서는 저렴하게 받을 수 있어
고양다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준비위원회(이하 다산의료사협(준))은 일산동에 위치한 다산의원의 이상구 원장의 주도로 결성됐다. 이 원장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에 대한 꿈을 오래 전부터 꿔왔는데, 그가 이런 꿈을 꾸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의료 실태와 그동안 만나온 환자들의 욕구를 귀담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실태는 민간의료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아직도 62%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보험이 보장되는 의료서비스는 싸지만 질이 낮고 예방보다는 병이 생겨야 치료를 받는 등 예방보건과 건강증진은 의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의료사협을 준비하면서 주민들을 만나보면 믿을 수 있는 병원, 기존의 의료기관 또는 국가에서 해주지 않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중증장기와상노인 인구가 60만인데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1만 5000원밖에 지원되지 않아, 40만 명의 와상노인이 집에서 부인이나 며느리의 돌봄을 받고 있어 이혼의 사유가 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와상노인이 민간병원에 입원하려면 월 120~1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의료사협을 만들어 저렴한 비용으로 입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분들도 있다.”
지난 11일 일산동구청 대회의실에서 고양다산의료사회적협동조합(준)의 발기인 대회가 개최됐다
조합원이 소유하고 운영해 믿을 수 있는 병원
이 원장의 의료사협에 대한 구상은 지난해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만나 준비위원회를 꾸리게 되면서 구체적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준비위원회에 참가한 이들은 8명 정도. 현재 다산의료사협(준)의 대표를 맡고 있는 황의홍씨와 카프병원의 의사, 김달수 경기도의원, 프로골퍼 김명기씨 등이 그들이다.
고양다산의료사협은 준비위원회이지만 이 원장이 다산의료사협(준)에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을 기부해 활동이 가능하다. 준비위원회일지라도 운영 병원이 있으면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다산의료사협(준)은 다산병원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의료 활동을 하며 병원을 찾는 시민들이 직접 체험해 보고 그 장점을 느껴보도록 하고 있다.
다산의료사협(준)의 병원은 조합원들의 소유이며 비영리법인이므로 수익을 남기지 못하게 돼있다. 의사와 간호사의 월급도 조합원의 회비에서 지급되므로 의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치료와 건강을 위해 일하게 된다. 따라서 조합원이 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와 예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장하준 교수가 ‘복지국가는 공동구매다’라는 말을 했다. 조합원이 공동으로 의료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병원, 질병과 비만의 치료와 관리, 올바른 의료기관 이용에 대해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병원이 의료사협이 추구하는 병원이다. 시민들이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며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자 한다.”
고양다산의료사협(준) 준비위원들
주치의는 드라마에서만? 조합원 되면 받을 수 있어!
이 원장은 또한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은 국가적인 예방보건 서비스의 부재로 인해 발병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유한 이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병원의 값비싼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 받지만 가난한 이들은 돈이 없어 더 많이 병을 앓고 수명도 짧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그래서 꼭 필요하다. 조합원이 주인이 돼 영리와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조합원의 건강이 목적이 되는 병원, 질병 치료를 넘어 예방보건과 건강증진을 중심으로 하는 병원, 우리 가족의 주치의가 되는 병원이 돼야한다.”
다산의료사협(준)은 조합원들에게 정기적인 주치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월 회비에서 적립된 기금으로 의료이용 부담을 줄이고 건강검진 결과의 설명 및 질병 관리방안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 고양시민들이 건강을 자신의 권리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질병은 개인의 잘못에 의해서만 발병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많은 연구결과에 비추어 봐도 질병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직결돼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는 노동 강도가 너무 높고 그 시간도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길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지요. 이런 것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의 건강을 국가도 같이 책임지도록 우리가 요구해야 합니다. 고양다산의료사협의 조합원으로 참여하면 지자체에 예방보건 서비스 등을 요구할 수 있어요.”
다산의원 이상구 원장
고양파주지역에 운영병원 늘려 접근성 높일 터
다산의료사협(준)에서는 정기적으로 설명회를 열고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그 출발을 선언하는 발기인 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으며 지역의 여러 단체와 접촉해 의료사협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고양지역에서 건강걷기대회를 개최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다.
“1년 정도의 기간 내에 충분한 조합원 수를 확보해 정식으로 다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발족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양시에 구별로 한 군데와 파주까지, 4개 정도의 병원을 설립해 접근성을 높이려고 해요. 치과와 한의원, 요양기관, 방문간호서비스, 산후조리원 등을 구비하는 것 등도 단기적인 계획입니다.”
고양다산의료사협(준)은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의료사협에 소속된 모든 의료기관과 병원을 국가에 기부, 헌납한다는 사항을 정관에 넣을 예정이다. 의료사협이 필요한 이유는 공공의료비율이 너무 낮아서 생기는 문제 때문이므로 그 비율이 높아지면 의료사협이 굳이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천천히, 하지만 다부지게 내딛는 고양다산의료사협(준)의 발걸음에 의료복지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조합원이 되면! 되려면?
고양다산료사협의 조합원이 되면 의료기관의 운영과 각종 위원회와 소모임 등 조합 활동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조합원의 출자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의료기관 및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며 병원경영에 대한 사항을 보고받을 수 있다. 또한 예방 보건교육과 가족 주치의를 통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약물 오남용이 없는 안전한 진료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의사로부터 충분한 상담과 설명, 의료보험 비급여 공동구매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조합원이 되려면 1인당 5만 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고 월 1만 원의 회비를 납부하면 된다. 출자금은 함께 병원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쓰이며 조합에서 탈퇴할 때는 되돌려 받는다.
문의 1899-6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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