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미세먼지 경보가 ‘나쁨’을 울렸지만 2,600여 명의 시민들은 봄길 걷기를 선택했다. 지난 21일 행주산성 일대에서 열린 ‘고양 힐링누리길 가족사랑 걷기축제’ 현장은 봄을 맞이하는 마음만큼이나 푸근했다.
오전 9시 30분 행주산성 입구에는 가벼운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유모차에 앉아 봄 햇살을 즐기는 어린이부터 화사한 등산복을 차려 입은 노부부까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봉사 시간이 인정되는 행사라 청소년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덕이고 1학년 전현빈 조규현 군 등 5명의 참가자들은 “학기 초에 서로 친해져서 함께 오게 됐다”며 “행주산성의 자연 풍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5 고양국제꽃박람회’ 성공개최와 ‘고양평화통일특별시 선언’을 축하하는 마음을 모아 참가자들이 풍선을 하늘 높이 날리는 것으로 사전 행사가 시작됐다.
고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 등의 축하 공연이 끝나고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행주산성의 진입관문인 대첩문과 행주대첩비를 지나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철책변을 따라 걸었다. 행주산성과 임진강의 풍광을 감상하는 동안 고양시 문화재전문위원은 그 길에 서린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시민들 가운데는 “고양시에 살지만 행주산성에는 처음 와본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행주산성역사누리길은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만은 없는 길이다.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이 열린 곳이면서 아직 진행 중인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철책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이러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행사장 곳곳에 가와지 볍씨 등 고양600년 관련 역사 전시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철책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묶으며 가족과 사회의 안녕을 기원했다.
따사로운 봄날 뜻깊은 행사였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중산동에서 자녀들을 데리고 참가한 양은실(38)씨는 “사람이 많고 복잡해서 걷는 건지 줄 서서 가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조를 나눠 출발 시간을 달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행사참여인원이 예상을 크게 웃돌아 안전문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고양시 역사누리길 8개를 잇는 힐링누리길 행사를 이후에도 지속할 예정이다.
>>>걷기축제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김학순(44)씨 가족
걷기대회가 열리면 자주 참여해요. 제가 먼저 인터넷에서 보고 가자고 했더니 아이들도 학교에서 공지를 보고 가자고 하는 거예요. 운동도 되고 가족끼리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라 오게 됐어요. 큰돈 들이지 않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우리 고장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라 좋아요.
정태현(62)씨 부부
고양시에 오래 살아 애정이 많아요. 일본과 미국에 딸들이 살고 있는데 사위들에게 우리 고향 특히 권율 장군에 대한 유적지를 보여주고 조상들의 슬기를 얘기해 주고 싶어요. 캠페인에 참여도 하고 홍보도 돕고 싶어서 실버넷 실버기자이면서 고양시 SNS 기자단에도 신청했어요. 봉사도 하고 힐링도 하고 내 고장에 있는 행주산성도 되새길 수 있어 좋아요.
신정희(44)씨 가족
겨울 동안 자주 못 다녀서 이번 기회에 같이 걸으려고 나왔어요. 고양시에 11년째 사는데 심학산이나 올레길은 자주 갔어도 행주산성은 처음이에요. 생각보다 참여율이 높네요. 딸들이랑 걸으면서 평소 못하던 학교나 일상 얘기도 할 수 있어 좋아요.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