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대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교내 상 남발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학교생활을 잘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고,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과정으로 교내대회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일산 내일신문에서는 알토란같은 교내대회 수상자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름 거창한 세계대회나 전국대회는 아니더라도 실속 있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학생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철학만큼 사람들의 삶에 가까운 학문도 없을 것이다. 일상은 매순간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것투성이다. 일상이 철학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다. 백신고(김택윤 교장)에서는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을 가까이 느껴볼 수 있는 ‘일상에서 철학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개월 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던 일상에서 많은 것들을 발견하며 내면의 성장을 경험했다고 한다.
생각 없이 사는 일상에 브레이크 걸기
감흥 없이 반복되는 일상, 공부 외의 생각은 사치가 돼버린 현실에 브레이크를 거는 시도로 일상에서 철학하기는 기획됐다. 백신고 김택윤 교장은 “입시에 쫓겨 사는 학생들에게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감동을 회복시켜 주고, 철학적 안목을 키워 주고자 하는 의도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참가 학생들은 2014년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달 다른 주제 미션을 실천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9월의 주제는 ‘채움과 비움’, 10월은 ‘목마름에 관하여’, 11월은 ‘아름다움에 관하여’였다. 주제를 표현해 내는 방법은 전적으로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 어떤 틀이나 예시를 결과물로 보여주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한계 없이 표현하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은 사진이나 시, 그림이나 보고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션을 수행했고, 이를 ‘생각 나눔’ 시간에 발표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는 마무리됐다. 2학년 김수혁 군은 “어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고 자세히 생각해보는 기회가 살면서 많은 것도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기대했던 대로 깊이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게 돼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2학년 정현경 양은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나만의 가치나 생각이 확실해져 뿌듯하다”며 “마음이 한결 풍요로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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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이세령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 보니 ‘비움과 채움’이라는 주제는 우리네 일상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을 뿐. 생활 속에서 철학적 개념을 적용해보니 철학은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이번 프로젝트처럼 많이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2학년 한시화
소극적인 성격을 고쳐보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남 앞에서 내 목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내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 생각과 의지에 따라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철학은 내 인격을 키우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2학년 이혜련
주제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탐색하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다른 분야나 주제로 생각이 넓고 깊어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치관이나 고민이 명확히 정리돼 좋았다.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이는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타인이 아닌 내 기준으로 나를 보고 판단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2학년 정현경
‘채움과 비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빛’과 관련된 책을 읽던 중 빛이야 말로 채움과 비움을 표현하기에 딱 적합한 도구란 생각이 들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마음은 점점 더 빈곤해져 가고 있다. 이런 우리 사회에 철학적으로 일상을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경험해 보면 그 가치를 공감하게 될 것이다.
2학년 김수혁
세 가지 주제 중 ‘목마름에 관하여’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꿈이 없는 사람들의 목마름을 생각하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미래에 대한 꿈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며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니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들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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