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란같은 교내대회 수상자들
교내대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교내 상 남발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학교생활을 잘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고,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과정으로 교내대회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일산 내일신문에서는 알토란같은 교내대회 수상자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름 거창한 세계대회나 전국대회는 아니더라도 실속 있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학생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미립’은 순 우리말로 경험을 통해 얻은 묘한 이치나 요령이라는 뜻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론과 지식을 경험을 통해 진짜로 터득하게 된다는 의미. 학교에서의 배움이 시험을 위한 공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로 쌓이기 위해선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산고등학교(김명식 교장)에서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로 미립 공모전을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소소한 아이디어를 삶의 지혜로 엮어낸 학생들은 미립 공모전을 통해 진짜 배움을 경험했다고 한다.
자기주도적인 배움 경험
미립은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프로젝트다. 학교 중심의 행사나 활동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활동하며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 만들기를 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활동과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제출한 아이디어가 1차 심사를 거쳐 통과되면 학교의 공식적인 미립 활동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때부터 학생들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실험이나 탐구, 캠페인이나 경연대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학기말에 기획의도와 충실성, 지속성과 최종보고서 등을 심사해 우수 팀을 선정하게 된다.
중산고 김명식 교장은 “미립 프로젝트는 일회성이 아닌, 최소 두세 달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목표가 분명한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기획력과 실천력, 문제해결력 등을 기르며 자신만의 미립을 만들어 간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제에 맞는 담당 교사를 섭외하도록 해 완성도를 높이며 학생들의 책임감 있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참여하면서 학생들은 수동적인 배움이 아닌, 자기주도적인 배움을 경험한다. 3학년 염철민 군은 “미립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넓은 의미의 공부를 하게 됐다”며 “돌아보니 그것이 바로 진짜 공부였다”고 말했다.
>>> 미립 공모전 우수작 ‘과학잡지동아리 팀’
“세상에 하나뿐인 과학 잡지 우리 손으로 만들었죠”
과학에 관심 많은 친구들이 모여 함께 과학 잡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과학잡지동아리 팀’은 결성됐다. 과학잡지동아리 팀엔 2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3학년 박윤범 군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만드는 잡지가 교지뿐이라서 재미있고 독창적인 내용의 잡지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이렇게 세상에 하나뿐인 잡지를 만들게 돼 뿌듯하다”고 전했다.
과학잡지동아리 팀은 기획부터 인터뷰와 기사 작성, 교정과 편집디자인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정도 있었지만 미립의 취지를 살려 순수하게 자신들의 힘으로 잡지를 완성해보자며 역할을 분담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Drugstore+ 2015’다.
3학년 최우혁 군은 편집디자인을 도맡았다.
“정말 인쇄만 인쇄소에 부탁했을 뿐 모든 과정을 저희들이 스스로 했어요.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배운 것이 더 많지요. 편집 기술이나 디자인 감각도 익혔고, 기사 작성을 위해 관련 주제를 공부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됐죠.”
‘Drugstore+ 2015’에는 진로진학 정보와 교과 선생님 인터뷰, 교내 대회 수상자 인터뷰 등이 담겨있다. 특히 교과서 내용을 심화한 과학탐구 기사와 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과학 원리를 담은 기사를 선보이며 과학 잡지다운 전문성을 살렸다.
3학년 이명훈 군은 “가습기에 숨겨진 과학 원리를 알아보는 기사를 작성하며 관련된 물리법칙을 알게 됐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깊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정을 보면서 모든 기사를 읽어봤는데 열심히 달려온 흔적과 노력이 보여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 미립 공모전 우수작 ‘웃는 자연 팀’
웃는 자연 팀 : 염철민 권보경 김소희 남인수 노영하 방재운 서동하 이승헌 이용휘 염경민
“학교에 생태습지 만들어 자연의 힘 보여 줬어요”
2014년 4월, 포클레인 한 대를 불러 학교 뒷마당 땅을 팠다. 그리고 그 자리에 비닐을 깔고 우여곡절 끝에 습지를 완성했다. 초기엔 흙 외에 풀 한 포기도 없었던 그곳, 그런데 어느 순간 식물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생명체들이 모여 들었다. 그렇게 ‘웃는 자연 팀’이 만든 습지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습지 ‘거인의 발자국’이 만들어졌다.
새와 곤충, 식물이 어우러진 습지에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찾아왔다. 생태와 습지에 대해 무관심했던 학생들도, 또 습지 때문에 모기가 많이 생길 거라고 우려했던 학생들도 이제는 자연과 소통하며 생태 환경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하게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습지프로젝트가 있는 그대로 자연의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웃는 자연 팀’은 두 학기에 걸쳐 미립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생태계의 변화는 사람의 마음처럼 빨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습지가 완성되고 변화를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3학년 염철민 군은 “습지를 꾸준히 지켜보고 관찰하며 습지에만 주목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모여들고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무관심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게 돼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자연생태 프로젝트라고 하면 환경정화 청소나 캠페인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웃는 자연 팀’처럼 학교 땅을 파 습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발상이다. 게다가 말리는 선생님도 없었다. 오히려 거드는 선생님(생명과학 황성환 교사, 기술 가정 김승호 교사) 덕분에 학생들은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미립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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