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봉사현장을 가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봉사’는 의무다. 학생부에 봉사점수가 기록되기에 원하던 원치 않던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처음 해보는 학생들에게 봉사는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봉사라고 해서 꼭 커다랗고 거창한 일만은 아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작은 실행의 첫발을 옮긴다면 봉사는 의무가 아니라 기쁘고 보람된 일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재능을 나누며 즐겁게 봉사하는 학생들을 백석도서관 레고수업 현장에서 만나보았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요즘은 막연한 봉사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통해 하는 ‘재능기부’형태의 봉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잘 알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봉사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또 다른 배움의 경험이 된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레고에듀케이션’은 백석도서관에서 지난해 봄부터 과학 특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업이다.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 두 개의 반으로 나뉘어 저학년은 심플 머신 과학교구 조립, 고학년은 수동전동기계+재생에너지 교구를 활용한 모형을 하루에 1~2가지씩 조립한다. 조립하는 순서가 나와 있는 도안을 보고 스스로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각 반에 배치된 강사를 통해 모르는 부분과 조립 물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강사는 바로 ‘레고 러닝센터 소속’의 학생들. 어려서부터 레고에 관심을 갖고 센터의 수업을 듣고 있던 학생들이 자원하여 한 달에 1~2번 2시간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봉사할 수 있어서 기쁘고 더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하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봉사를 많이 하고 싶다’고 전한다.
Mini Interview
>>> 저동고등학교 2학년 11반 방수정 학생
“아이들이 많이 배우고 느끼는 것을 볼 때 성취감도 느끼고 정말 뿌듯해요”
처음에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좀 어색했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것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아이들이 많이 배우고 느끼는 것을 볼 때면 성취감도 느끼고 뿌듯해 요. ‘재능기부’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하면서 주 어진 조립카드대로 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보려고 하는 학생들을 다룰 때 좀 고민했는데 그때는 우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보게 하고 또 매뉴얼대로도 만들어 보게 해요. 그 후에 서로 비교하도록 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든 것의 장점과 단점을 스스로 알게 돼 더 흥미를 느끼게 되죠. 아이들과의 수업에서는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탄력성 있게 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이라서 시간을 내기가 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진로인 기계공학과 연관돼 있는 분야기도 하고 레고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해 계속 하고 있는 거라서 두 달에 1~2번은 꼭 시간을 내서 계속 봉사하려 합니다.
>>>일산동고 1학년 2반 이종찬 학생
“장래 희망과 연관된 봉사활동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봉사활동 시수 때문에 여러 가지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센터에서 도서관 레고 수업 봉사를 알려줘서 작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레고는 다섯 살 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흥미를 가지고 하고 있는,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야라서 다른 봉사 활동보다 자신 있고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여태껏 배워온 레고를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서 즐겁고 아이들이 다 만들고 난 다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그래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재능기부’는 말로만 들어봤지 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것을 제가 하고 있다는 것도 기분 좋구요.(웃음)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나이가 어리니까 말을 잘 안들을 때가 있잖아요. 그때 살짝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여러 번 설명해주고 시범을 보여줘요. 그땐 제 어릴 적 생각이 나더라고요.(웃음)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봉사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화 안내고 웃으면서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로봇 공학자가 장래 희망인데 제 꿈과 연관 돼 있는 봉사활동들을 앞으로 많이 해보고 싶어요.
>>>발산중학교 3학년 9반 김효민 학생
“고등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봉사하고 싶어요”
전에 요양원에 가서 연주하는 봉사를 했었는데 그것은 제가 미리 잘 연습해서 하면 되니까 별 부담이 없었어요. 하지만 도서관 레고수업 봉사는 직접 그 장소에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일이라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부담이 되었습니다. 잘 알고 있는 분야지만 누군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하니 많이 떨렸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줘서 부담도 덜고 재밌게 수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린 아이들을 잘 다루지 못하는데 수업하면서 그런 부분들도 극복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봉사를 하기 위해선 레고 각 부품의 기능과 아이들이 만든 작품이 어떤 원리에 의한 것인지 설명할 수 있도록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가르치면서 한 번 더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에 가면 레고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지금처럼 아이들에게 레고를 가르쳐주며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
백석도서관 ‘도서관에서 만나는 레고에듀케이션’
매주 토요일 오전 10~12까지 진행되는 수업으로 한 달 단위로 학생들을 모집한다. 모집은 7~9세 2명, 10~13세 4명으로 선착순이다. 신청은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한다. 수업장소는 백석도서관 지하 1층 첨단과학실.
문의 031-8075-9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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