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소랑’을 찾기는 쉽지 않다. 고봉산주유소에서 오미산주유소 가는 길, 군부대 맞은편으로 들어가 꼬불꼬불 골목길 끄트머리에 숨어있는 식당이다. 희한한 것은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는 그곳에 식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7년에 문을 열었으니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니고, 주꾸미볶음과 산채보리밥의 맛이라는 것이 다 비슷할 법 한데 어떤 매력이 있기에 단골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직접 찾아가 보았다.
탱글탱글 쫄깃한 주꾸미볶음과 북한산 산채나물의 조화
참소랑은 마당이 넓은 집이다. 넉넉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가니 널찍한 좌식 공간에 칸칸이 나뉜 방도 있어 ‘단체 모임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8년 된 집인 만큼 실내는 세련된 맛보다는 친근하고 푸근한 느낌이었다.
방으로 자리를 잡고 참소랑의 대표 메뉴인 산채보리밥과 주꾸미볶음 그리고 코다리 구이와 감자전을 주문했다. 감자전은 주문과 동시에 감자를 갈아서 먹기 좋은 크기와 두께로 지져낸다.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맛이 느껴지는 감자전은 본격적인 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에 적당했다.
주꾸미볶음은 탱글탱글 쫄깃하면서 먹기 적당한 크기였다. 간혹 주꾸미볶음에 기름이 너무 많고 불 맛이 과해서 부담스러운 집이 있는데 참소랑은 매운 정도와 양념 맛, 식감도 모두 적당했다. 매운맛은 주문 전에 미리 얘기하면 정도를 조절해준다.
산채보리밥은 쌀과 보리가 반반 섞인 밥에 네 가지 나물을 비벼 먹는다. 북한산 참취나물, 곰취나물, 가시오가피나물, 산민들레나물이 나왔다. 네 가지 산채나물에 주꾸미볶음 양념과 콩나물, 열무김치, 무생채를 넣고 참기름을 살짝 넣어 비벼 먹었다.
적당하다고 느낀 주꾸미도 먹다 보면 살짝 맵다고 느끼게 마련인데 이때 함께 나온 된장찌개를 곁들여 먹으면 입 안을 부드럽게 해준다. 된장찌개 하나만으로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 수 있을 정도로 참소랑의 된장은 맛이 좋았다.
간장양념 코다리 구이 독특해
참소랑에서 가장 독특한 메뉴는 코다리 구이다. 대개 매콤한 양념을 덧발라 굽는데 참소랑은 간장구이였다. 코다리를 한 입 맛보니 살이 쫄깃하고 맛은 짭조름하면서 달콤했다. 비결은 양념을 미리 발라 숙성시키는 데 있었다.
참소랑에서는 간장양념을 코다리에 수 일 전에 미리 발라 충분히 숙성시킨다. 강원도 산지에서 공수해 오는 코다리에 정성껏 만든 간장양념이 어우러진 맛은 여느 코다리 전문점에서 코다리 살이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면서 양념이 깊게 배인 것도 놀랐지만 숯불이 아닌 팬에 구운 거라고 해서 한 번 더 놀랐다. 마치 숯불 위에서 석쇠로 구운 것 같은 모양과 맛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터라 신선했다.
전체적으로 참소랑의 음식들은 담백하면서 자극이 없고 깊이가 있는 맛이었다. 주문한 음식 외에 제육볶음, 왕새우튀김, 주꾸미튀김, 해물파전, 들깨수제비 등 메뉴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 메뉴도 있어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함께 찾아도 만족스럽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다.
조소·분재 작품과 함께 하는 별채 공간
참소랑이 위치한 동네는 번화한 거리도 아닌데다가 주꾸미볶음이나 산채보리밥이 그리 희귀한 아이템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을 즐겨 찾는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데는 몇 가지 비결이 있었다.
먼저 주꾸미의 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즐겨 먹는 크기의 주꾸미는 대개 수입 주꾸미인데, 참소랑은 수입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질 좋은 주꾸미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또 하나는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음식의 맛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편안하게 한자리에 앉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정겨운 사랑방 같은 정이 있는 곳이다. 어린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고, 군대에 가기까지 한자리에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성실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참소랑의 솜씨들이 빚어 낸 결과일 것이다.
참소랑에서는 식사를 하고 나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구수현 대표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려주는 커피를 들고 별채로 갔다. 그곳은 구 대표가 직접 만든 조소 작품과 분재들이 어우러진 작은 갤러리 같은 공간이었다. 참소랑 구수현 대표는 전시회를 여는 등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조소 작가다. 구 대표의 작품에는 여인상이 많았다. 무심한 듯 정원과 별채에 앉아 있는 여인상들의 부드러운 선이 멋스러웠다.
문의 031-977-5291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