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전 약속된 장소의 계단을 오르자 입구에서부터 은은한 기타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이끄는 대로 들어선 곳은 클래식기타 동호회 ‘하모닉스’ 회원들의 연습 현장.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문외한의 귀에도 예사롭지 않은 실력, 알고 보니 올해로 창단 8 년차에 접어든 내공 단단한 동호회다. 클래식기타에 대한 로망을 대부분은 그냥 마음에 품고 살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연습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하모닉스를 만나보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2008년 5명의 주부들이 모여 창단
‘하모닉스’는 지난 2008년 1월에 5명의 주부들이 모여 창단된 클래식기타동호회. 이들이 모이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07년 주민자치센터에서 함께 기타를 배우다 그 강좌가 3개월 만에 폐강됐어요. 그때 막 연주기법을 익히고 재미를 붙이려던 시점에 그만두게 된 것도 아쉬웠고 무엇보다 악기까지 준비했는데 너무 아까웠지요. 그만두면 다시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창단멤버 박현주 씨는 그래서 함께 배우던 5명의 주부 수강생들이 의기투합, 강사를 직접 영입해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강사가 심 현씨, 심 강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2008년 1월 다섯 명의 회원들이 뜻을 모았다는 5를 의미하는 ‘하모닉스’란 이름으로 클래식기타 동호회를 결성하게 됐다.
심 현씨는 1991년 클래식기타 앙상블 ‘DACE''로 활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Hans Eisler 국립음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했으며 재독 교포 작곡가 정일련 선생에게 사사 받았으며 베를린에서 작곡한 기타를 위한 첫 작품 ’Tanz''를 발표, 2006년에는 2대의 기타를 위한 ‘Summer Rain''과 ’Crack''을, 2009년에는 ‘Prelude for May''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클래식 기타듀오 ‘우;연’으로 활동하고 있는 심 현씨는 탄현동에서 ‘썸머레인 기타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매주 금요일 하모닉스의 지도를 맡고 있다.
내공 단단한 동호회의 비결은 단합~
많은 취미동호회들이 생겼다 또 쉽게 해체되기도 하지만 이들이 10여 년 가까이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 터. 창단 멤버인 박현주씨와 김복희씨는 “우리 동호회의 비결이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난관이 많았잖아요. 배울 만하니 강좌가 폐강되고 또 연습실이 없어 고생도 하고...그러다보니 더 단단하게 뭉쳤던 것 같아요. 또 인터넷 카페 회원은 100여 명이지만 하모닉스 활동멤버는 10여 명으로 소수예요. 그래서 단합이 잘된다는 것이 장점이지요”라고 말한다. 회원 중의 왕언니 이옥자 씨는 “나이가 들면 나만의 취미를 하나 갖고 싶다 생각했었죠. 중간에 뜻하지 않은 일로 쉬기도 했지만 기타가 주는 힐링 효과를 잊지 못해 다시 도전했지요. 60이 넘다보니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젠 들을 만 하다고 식구들이 좋아 합니다”라고 거든다. 이제 기타를 배운지 1년 됐다는 윤지현 씨는 “하모닉스의 장점은 초보회원들에게 너무나 친철 하다는 것이죠.(웃음) 심 선생님도 물론 자상하게 가르쳐주지만 회원들이 서로 가르쳐주고 이끌어주기 때문에 실력이 빨리 늘게 된답니다”라고 자랑한다. 김명원 씨도 한마디 클래식기타 예찬론을 편다. “저는 하모닉스가 창단되고 6개월 후에 합류했어요. 그 전에 여러 공예를 취미로 배우기도 했지만 클래식기타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요. 혼자 연주할 때와 또 다른 앙상블이나 듀오로 연주할 때 그 맛이 다르죠” 강사 심현씨는 “기타수업을 함께 하는 수강생들이 만든 동호회가 많지만 하모닉스는 끈끈한 정이 남다릅니다. 각자 기량을 키우는데도 열심이지만 단합이 잘돼서 기타소리의 앙상블도 잘 이뤄지고요. 서로를 배려하고 이끌어주는 힘이 대단하지요”라고 칭찬한다.
오는 10월 17일 정기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하모닉스는 앞으로 그들의 기타선율을 원하는 곳을 찾아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싶다고 한다. 신입회원 문의 031-923-7067. http://cafe.daum.net/harmonics5(하모닉스 카페), http://blog.naver.com/natanz(썸머레인 기타아카데미 블로그)
>>>미니인터뷰
“7080세대인 우리에겐 기타에 대한 향수가 있지요. 저도 나이가 들면 취미 하나쯤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다 배우고 싶었던 클래식기타를 시작했어요. 일하면서 시간 내기 쉽지 않지만 연습하다보면 몰입이 돼 스트레스도 다 날아갑니다.”
(윤원경씨, 57세)
“다른 악기였으면 벌써 포기했을 것 같아요.(웃음) 클래식기타는 아파트에서 늦은 시간에 연습해도 소리가 잘 새나가지 않아요. 그래서 더 취미를 붙였던 것 같고...제가 재미가 있어 몰입하다보니 아이에게도 지시와 간섭을 덜 하게 되더라고요.”
(박현주 악장, 45세)
“저는 대학교 때 잠시 기타동아리 활동을 했었어요. 그런 향수가 제 마음 속에 있었던지 클래식기타를 안았을 때 내 몸에 착 안기는 것이 느낌이 좋았지요. 앞으로 실력을 더 키워서 어렵고 힘든 이웃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재능기부 봉사를 펼치고 싶어요.”
(김복희씨, 5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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