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기말고사만 잘 보면 될 줄 알았는데……”
본격적으로 성적이 수치화 되는 중학생 시기. 의외의 복병, 수행평가를 둘러싸고 아들 둔 엄마들의 염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꼼꼼한 여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남학생들이 수행평가 점수에서 밀리는 것 같아 속이 탄다는 것.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의외의 복병, 수행평가
‘수행평가로 까먹은 점수, 주식으로 말아먹은 돈보다 아깝다’라는 인터넷상의 우스갯소리가 엄마들의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수행평가는 엄마들에게 뜻하지 않은 복병으로 회자되곤 한다.
수행평가는 학습결과나 성취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습과정 중심의 평가를 지향하는 평가방식이다. 서술형, 논술형, 구술시험, 실기시험, 실습, 면접, 관찰, 보고서,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수행평가 반영비율은 학교마다, 과목마다 다른데, 대체로 적게는 30%에서 예·체능 과목의 경우 70~8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평소 수행평가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으면 지필평가를 아무리 잘 본다하더라도 최종 성적을 잘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수행평가를 둘러싸고 남학생을 자녀로 둔 엄마들의 속 타는 이야기들이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는데, ‘악필에 준비물 빼먹는 덜렁이 아들, 어쩌면 좋나’ ‘남학생들이 꼼꼼한 여학생들에게 수행평가 점수에서 밀리는 것 같다’ 등등의 내용이다.
>>>엄마들의 말·말·말
■ ‘수행평가’의 ‘수’자도 들어본 적 없어
저는 평소 중3 아들에게 ‘수행평가’의 ‘수’자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남자 아이들이 대체로 집에 와서 학교 이야기를 잘 안하잖아요. 고1인 딸은 학교에서 수행평가 준비해갖고 오라고 하면 인터넷 검색도 하고 밤을 새며 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아들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해놓고선 보면 안하고 있고, 또 뭐라도 물으려하면 간섭받는 것 같은지 싫어하더라고요. 아이 학교에서 보면 여학생들이 전교 1등을 석권하는 경우가 많고, 공부를 잘한다는 남학생들이라 하더라도 전교 4~5등에 머무는 경우를 보곤 해요. 수행평가가 한 몫 하는 것 아닐까요. (중3 아들을 둔 박희지 씨)
■ 제출일 하루 전날 부랴부랴 바쁜 아들
중1 아들이 당장 내일 제출해야 하는 영어 수행평가, 북 리포트를 두고 작성양식을 모르겠다며 난감해하고 있더라고요. 수행평가 공지는 일주일 전부터 했나보던데 말이죠. 아들이 SNS로 친구들에게 부랴부랴 물어보니 반 여학생 하나가 작성양식을 꼼꼼히 써서 올려놓았더라고요. 그런데 웃긴 게 그 여학생의 글 밑에 댓글들이 죽 달렸는데 “그런 수행평가가 있었어?”“몰랐다” 등등 수행평가 제출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남학생들의 댓글이 많았다는 거죠. (중1 아들을 둔 양지선 씨)
■ 덜렁대다 수행평가 점수 다 까먹어
수학 지필평가는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지필평가 후에 치른 수행평가였어요. 학교에서 수학 수행평가로 부등식을 활용해 문제를 만드는 활동이 있었나 봐요. 그리 어렵지 않아 제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아이가 집에 와서 하는 말이 실수로 부등식이 아니라 방정식을 활용해 문제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러고선 ‘수학 망했다’고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낙담을 하기에 위로를 해주었더니, 아이가 말 한마디를 보태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문제의 답도 틀린 답을 썼다”고 말이에요. 덜렁대는 아들, 어쩌면 좋을지. (중2 아들을 둔 박수진 씨)
■ 아들 수행평가에 엄마 속은 부글부글
아이가 수행평가로 과학신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진작 좀 준비하면 좋았을 것을. 내야하는 날의 하루 전날에 만들고 있더라고요. 컴퓨터를 열심히 뒤지는데 주제 선정에만 한두 시간이 넘어 걸리니, 조언을 좀 해주려 해도 자신이 알아서 한다며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해요. 결국 새벽 3시가 넘도록 하고 있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도 내색은 못했죠. 다음날 아침, 아이가 밤새 만든 과학신문을 슬쩍 들춰보는데 깊은 후회가 밀려오더라고요. ‘초등학생 때 글짓기나 미술이라도 좀 시켜둘걸 그랬나’하고 말이에요. (중2 아들을 둔 김도연 씨)
■ ‘디테일’에서 여학생들에게 밀린다(?)
아이들이 수행평가로 학교에서 발표를 할 때 파워 포인트로 2분 30초 동안 발표를 하라고 하면 여학생들은 대체로 시간을 딱딱 맞추는데 반해 남학생들은 꼼꼼하게 맞추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중1인 저희 아들은 수행평가 준비를 잘 해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도 선생님이 원하는 바에 따라 꼼꼼히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여학생들은 선생님 마음에 쏙 들게 세밀하게 나열을 하는 데 반해, 저희 아이는 그냥 간단명료하게 쓸 말만 쓰더라고요. 일단 언어나 표현력 면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고 ‘디테일’에서 확실히 밀리는 것 같아요. (중1 아들을 둔 문승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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