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니?
“그러니까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입학 면담 때면 자주 일어나는 풍경입니다. 아이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 자주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데요. 그 대답은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어젯밤 부모님과 말다툼에 대해 제가 이렇게 묻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어제 엄마랑 왜 싸웠니?”
첫 번째 응답 유형은 ‘잘못했어요’입니다.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는 유형이죠. 선생님도 부모님과 같은 편일 거라 단정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꾸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탓부터 하고 보는 겁니다. 권위적인 부모라면 좋아할 유형이지만 독립적 인격으로 성장하려면 극복해야할 태도입니다.
두 번째는 ‘몰라요’. 이유나 원인을 정말 알 수 없어서 모른다고 할 때는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몰라요.’라는 말부터 앞세운다면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들이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보일 때 많이 나타나는 경우죠.
세 번째는 ‘그러게요’. 원인에 대한 판단은 얼마간 있지만 자신이 없거나, 어른들의 생각이 자신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데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스스로 선택을 하고 그에 따라 책임을 지기보다 어른들의 판단에 순종해 온 경우입니다.
네 번째는 ‘원래 그래요’. 모든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스스로 돌아보지 않으려 하거나 원인은 알고 있으나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과잉보호를 받던 아이들이 흔히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상황에 따른 자발적인 변화를 거부하고 자아를 고집하거나 안주하려는 겁니다.
다섯 번째는 ‘이래서 그래요’.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문제의 원인을 알려고 노력하는 경우입니다. 특별한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는 경우죠.
삶에 대한 태도야 어떻든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요? 제 질문을 “어법 문제를 왜 이렇게 많이 틀렸을까?”로 바꾸어 봅시다. 다섯 가지 유형의 아이들 중 누가 앞으로 공부를 더 잘 하게 될까요?
1.‘잘못했어요. 제가 열심히 안 한 탓이에요.’ 2.‘몰라요. 그걸 알면 안 틀렸겠죠.’ 3.‘그러게요. 왜 그렇게 많이 틀렸을까요?’ 4.‘제가 원래 어법이 약해요.’ 5. ‘독해에만 신경 써서 어법 공부에 소홀했나 봐요.’
자녀는 부모의 거울입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으시면 아이들에게 편안한 목소리로 자주 물어보세요. “왜 그랬니?”라고...
강현석
우리들학교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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