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북| <자전거로 유럽 도시 읽기> 펴낸 건축가 이용수씨와 교하도서관 이정은씨

건축가 동생과 책벌레 누나, 자전거 타고 33일간 유럽여행 떠나다

지역내일 2015-01-12

건축하는 동생과 도서관에서 일하는 책벌레 누나. 각자 가정이 있는 중년의 두 남매가 자전거 한 대씩 달랑 들고 유럽을 종횡무진 달리며 산책하듯 여행을 다녀왔다. 33일간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을 잇는 총 주행거리 1800km의 긴 여정. ‘자전거로 유럽도시 읽기’는 이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펴낸 건축가 이용수씨와 파주시 교하도서관에 근무하는 이정은씨를 만나봤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 책 소개
‘자전거로 유럽 도시 읽기 -건축가 동생과 책벌레 누나 33일간 1800km 자전거 여행을 떠나다’ (이용수 저, 이정은 사진 / 페이퍼스토리)



건축가 동생과 책벌레 누나가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중심으로 돌아본 유럽도시 여행기. 자전거여행의 짜릿한 즐거움과 건축가이드북으로서의 내용이 충실히 담겨있다.
 


 


등잔 밑에서 찾아낸 여행 파트너
“저도 처음엔 제 유럽 자전거여행의 파트너가 누나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등잔 밑이 어두웠다고나 할까요.”
건축가 이용수(41)씨의 말이다.
용수씨가 계획한 유럽여행은 자전거여행+건축여행+캠핑여행이었다. 짐이 많고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여행이었기에 여행의 동반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여행 파트너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의 부인은 거절을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니 처음에는 큰 관심과 호응을 보이다가도 “이번에 말고 다음번에 꼭 같이 가자”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예상치 못했던 한 사람을 추천했다. 바로 파주에 살며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그의 큰 누나, 이정은(45)씨였다. 곰곰 생각해보니 그의 누나는 그의 이번 여행의 파트너로 적격인 사람이었다. 타고난 강철체력과 까다롭지 않은 성격덕분에 무엇을 먹거나 어디에서 잠자든 맘 편할 수 있는 사람인데다가 도전과 체험을 좋아하는 여행스타일이 용수씨와 같아 여행 파트너로는 금상첨화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누나에게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애들 키우고 도서관에서 일하며 바쁘게 살던 정은씨는 동생의 이런 제안에 ‘정말 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하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단 40세가 다 되도록 배우지 못한 자전거 타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전거 타기가 조금 익숙해질 무렵, 그의 직장인 파주시 교하도서관에서 자신의 집까지 왕복 5km의 거리를 매일 자전거를 타고 오가며 체력을 키웠다.
유럽 자전거여행은 착착 현실화 됐다. 용수씨가 “비행기표가 싸게 나온 것이 있다”며 “누나 것도 산다”고 연락했고 정은씨는 ‘아이고,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결심했다. 아이들은 친정 여동생이 잘 봐주기로 했다.   
두 남매는 마침내 각자의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고 유럽으로 향했다.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을 잇는 총 주행거리 1800km, 33일간의 여정이었다.



유럽은 자전거여행에 최적의 여행지
용수씨는 유럽여행을 자전거여행으로 계획한 동기에 대해 “차량이나 기차로 이동하는 여행은 속도가 너무 빠르고, 또 걷는 것은 이동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여행의 본질인 ‘다니는 행위(行)’를 충족시키기엔 자전거가 적합하더라. 도시 전체를 자연스럽게 몸으로 읽고 느낄 수 있다”는 말로 설명했다. 또한 여기에 경제성과 더불어 여행자가 자유롭게 일정을 짜고 이동할 수 있는 점 등은 큰 매력이었다.
유럽은 이러한 자전거여행을 하기에는 최적의 도시였다. 유럽 대다수의 도시들이 자전거를 타고 돌면 반나절이면 다 돌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데다, 자전거문화가 잘 발달돼 있어 차보다 자전거를 배려해주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번에 계획했던 여행의 주제가 ‘건축여행’이었던 만큼 훌륭한 건축물을 중심으로 도시 곳곳을 돌아보는 코스를 잡았다. 또 숙식은 주로 캠핑장과 직접 해 먹는 요리로 해결하기로 했다. 캠핑장은 유럽 도시 곳곳에서 경제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편리했다.
여행 초반에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고가의 건축탐방 앱이 담긴 스마트폰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처음에는 두 사람 모두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용수씨는 결과적으로 이 사건이 이번 여행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축탐방 앱에 의존하지 않고 넷북을 활용해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다니다 보니 그 길들이 모두 내 것이 되더라고요. 길을 가다 모르면 멈춰 서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또 표지판을 보고 찾아간 곳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옛 마을을 만나기도 하고요. 그렇게 내가 만들어낸 공간과 시간들이 오롯이 내 기억이 되고 역사가 됐어요.”



힘들어도 GO!
하루에 적게는 70km에서 많게는 130km를 달리는 유럽도시여행이 계속 이어졌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장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은씨는 “비가 오면 쭈그려 앉았다가 가야하고, 또 어떤 때는 헬멧도 무거워 벗고 싶을 정도로 몸이 힘들 때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전거여행은 기차나 자동차로 여행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도시를 읽게 해주므로 이런 어려움들은 감수할 만했다”고 말했다. 
자전거로 도시를 돌아보며 도시 곳곳에 자리한 건축물들을 눈앞에서 보는 즐거움도 컸지만 마을 곳곳, 골목,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도시의 풍광과 사람들의 모습은 이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우연히 접어든 마을 어귀에서 마을 합창대회가 열리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또 표지판을 보고 무심코 들어간 호텔에서 모차르트의 발자취를 발견하기도 했다.
정은씨는 유럽의 도시 속에서 옛것과 현대의 것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에펠탑을 살짝 빠져나오면 파리의 케브랑리 박물관과 같은 현대 건축물이 나타나고, 또 스위스 루체른에 지은 지 천년이 넘은 카펠교를 조금만 벗어나면 현대 유명 건축가가 지은 KKL콘서트홀이 나타나더라고요. 이렇게 오랜 역사 속에 현대가 들어가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어요.”
용수씨는 우리나라의 도시도 지금부터 잘 계획해 조성하면 지금의 유럽 도시 못지않은 아름다움과 경쟁력을 갖추리라 생각하고 있다.
“1889년 세워진 에펠탑은 초반에는 사람들이 흉물스럽다고 반대했던 건축물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파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됐죠. 지금의 유럽 도시는 빡빡하게 채워져 있어 환경개선의 여지가 많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도시는 그런 여지가 아직 많이 남아있어요. 지금부터 잘만 계획하면 100년, 200년 뒤, 지금의 유럽처럼 아름다운 도시로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마무리하며
두 사람의 여행은 장장 33일간 펼쳐진 유럽 도시 탐방이었다. 허벅지 당기게 힘차게 밟아댄 페달 덕분에 이들은 도시 곳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즐기고 깨닫고 돌아왔다.
용수씨는 자전거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자전거여행의 컨셉을 잘 잡고 떠나라. 자칫 여행이라기보다는 마라톤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며 “우리는 자전거+건축도시라는 콜라보레이션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은씨는 “몇km를 달렸다, 얼마짜리 자전거다, 이렇게 자전거에만 목매달지 말라”며 “자전거여행은 과정과 길 자체를 읽어나가는 맛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은씨는 새로운 시도 앞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따뜻한 조언을 덧붙였다.
“자기 상황이 힘들다고 생각해 도전을 주저하는 분들이 많아요. 충분히 이해해요. 저도 넉넉한 상황에서 간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나 우리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우리는 뜀틀연습을 하며 뜀틀을 넘을 때까지 연습해 기필코 넘고야 말았죠. ‘해보니까 되더라’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정말 중요한 것이더라고요. 도전해보세요. 삶이 달라질 수 있어요.”



  
 
이용수(41)씨
도서관에 근무하는 누나를 꼬드겨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고 유럽으로 떠났다. 역마살이 있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봤다는 그는 현재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영종도 복합리조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은(45)씨
타고난 체력과 어떠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적응력을 지닌 40대 여성. 동생과의 유럽 자전거 여행을 위해 40대의 나이에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를 익혔다. 책이 좋아 파주시 교하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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