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문화가 성숙하면서 ‘홈카페족(族’)이 등장했다. 나만의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이들은 원두 생산지를 줄줄 읊고, 로스팅 정도를 깐깐하게 확인한다. 기분에 따라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더치커피 등 다양한 추출법으로 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커피전문가 못지않은 홈카페족을 위한 공간, 우리 지역에서 찾아봤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헤이리 마을 ‘커피박물관’
“나만의 커피 취향과 추출방법을 알려줘요”
커피박물관(관장 최민호)은 헤이리예술마을에 있다.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최민호 관장이 전 세계를 다니며 10년 넘게 수집한 커피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1800년대부터 최근까지 3세기에 걸친 유물들이다. 최민호 관장은 “커피 박물관은 동서양의 커피 역사와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나만의 커피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커피 박물관 제 1관에서는 커피의 역사, 다방의 변천사, 커피 벨트, 커피의 제조과정, 에스프레소머신 발전과정, 핸드드립 체험, 커피재배 온실을 볼 수 있다.
전정희 바리스타는 “핸드드립 체험은 내가 직접 뽑은 커피를 시음할 수 있다”며, “강하게 로스팅 한 원두와 약하게 로스팅 한 원두를 함께 맛보기 때문에 내게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 2관에서는 로스터와 그라인더, 커피 연혁, 커피 원산지별 특징, 커피 품질 평가기준, 커피의 품종별 계통도, 커피콩의 수확, 가공법을 알 수 있다.
일일바리스타 체험에서는 커피의 유래, 발전과정, 커피나무재배과정, 커피의 전 생산과정,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고, 직접 로스팅 해 추출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A,B,C 3가지 코스가 있으며, 체험비는 각각 5만원, 7만원, 10만원이다. 미리 예약해야한다.
핸드드립 체험이 포함된 박물관 관람료는 8000원이다. 커피나무는 3000원에서 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위치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23 헤이리예술마을 1번 게이트
문의 031-949-5858
미니인터뷰 - 최민호 관장
매년 유럽의 벼룩시장을 다니며 커피 유물들을 매입하고 있는데요. 작년부터는 거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커피 붐이 일면서 유물들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거든요. 앞으로 홈카페족의 증가도 꾸준할 거 같아요. 그래서 그들을 위한 공간을 더 만들 생각에요. 지금 3층을 증축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커피와 관련한 동영상을 상영하고, 커피식물원을 만들려고요. 커피식물원에서는 커피의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요.
가좌동 커피용품점 ‘하리오 카페’
“세계적인 커피 용품들이 인터넷보다 저렴해요”
가좌동에 있는 하리오 카페(사장 강신견)는 커피용품점이다. 1996년 남대문에서 시작해서 지난 19년 동안 꾸준히 커피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2년 전 가좌동으로 옮겨오면서 하리오 카페 쇼룸을 함께 오픈했다. 김주환 팀장은 “하리오 카페는 다른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는 유럽, 일본, 대만 등 세계적 브랜드로 커피용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물류창고가 함께 있어 인터넷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하리오 카페에는 머신, 믹서, 그라인더 등 기본 기자재와 시럽, 소스, 파우더 등의 부자재가 5000종이나 있다. 핸드드립부터 더치커피기구까지 카페에 필요한 모든 제품이 있다. 80~90%가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품들이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핸드드립 세트다. 드립세트는 드립퍼, 포트, 그라인더(분쇄기) 세 가지로 5만원에서 6만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드립퍼는 소재에 따라 플라스틱, 도자기, 유리, 스테인레스, 동이 있으며, 가격은 2만원부터다.
“핸드드립이 꾸준히 인기예요. 핸드드립은 일본에서 건너온 문화인데요. 그래선지 커피용품은 일본의 하리오(HARIO)와 칼리타(kalita)가 가장 잘나가요. 유럽처럼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들은 모카포트를 좋아하고요.”
하리오 카페에서는 생두와 직접 로스팅 한 원두도 판매한다. 3월부터는 생산스토리가 있는 ‘스페셜 티(speacial tea)’ 20종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벤트는 6월과 12월에 두 번 연다.
위치 고양시 일산서구 송초로 425번길 11(가좌동 890-4)
문의 031-922-7765
미니인터뷰 - 김주환 팀장
부드러운 커피 맛과 깊게 퍼지는 향을 느낄 수 있는 ‘핸드드립’이 여전히 인기예요. 강렬하고 진한 에스프레소 머신 모카포트를 구입하는 이들도 적지 않고요. 최근엔 독특한 향이 있는 더치커피기계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어요. 앞으로도 홈카페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거예요. 60~70%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시장규모가 15%정도거든요. 완전 초보들은 용도에 따라 저렴한 것을 구입하시길 바라요. 그리고 커피도 농산물이기 때문에 환경과 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유념하세요.
‘홈카페족’ 미니인터뷰 - 밤가시 마을 김하나씨
“오롯이 나만의 위한 시간, 나만을 위한 커피예요”
밤가시 마을에 사는 김하나(34세)씨는 홈카페족이다. 대학시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커피 맛을 처음 알게 됐다.
“함께 아르바이트한 친구는 차(茶)를 좋아하고, 저는 커피를 좋아했어요. 나중에 함께 카페를 하자는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유럽으로 떠난 배낭여행에서는 진한 커피 맛과 향에 완전히 매료됐다. 커피가 좋아서 커피공부를 할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바쁜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한동안 커피를 잊고 지냈다.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던 그가 부엌 한쪽에 작은 카페를 만든 건 둘째를 낳고서다. “아이들을 키우는 게 보람 있었지만, 가슴 속에 뭔가 허전함이 있었어요. 남편의 권유로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취미를 갖게 됐어요. 바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일이에요. 나만의 커피는 조금 씁쓸하고, 묵직하면서도 진한 맛이에요.”
그는 책과 인터넷을 통해 틈틈이 커피 공부를 하고, 쇼핑몰에서 커피 용품을 구입했다. 드립퍼, 포트, 그라인더. 커피용품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부자가 된 듯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보내고 마시는 커피 한잔은 정말 최고예요. 핸드밀로 커피를 갈다보면 순간 무념무상이 되는데요. 커피 향에 취해선지, 스트레스도 확 날아가고 기분이 좋아져요. 믹스커피만 마시던 남편이 카페 단골이 됐어요.”(웃음)
올해는 전문교육기간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커피를 배워볼 생각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요. 아이를 키우는 일상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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