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방식으로 조청 생산하는 파주시 광탄면 용미1리 부녀회

딱 이맘때만 살 수 있는 귀한 조청이랍니다~!

지역내일 2015-02-09

조청은 곡물을 엿기름으로 삭혀서 오랫동안 고아서 걸쭉하게 만든 묽은 엿으로 꿀처럼 만든 감미료다. 자연산 꿀을 청(淸)이라 하므로 ‘인공적인 꿀’이라는 뜻으로 조청(造淸)이라 한다. 예전엔 꿀은 흔하게 쓸 수 없었으므로 떡이나 과자 등의 음식을 만들 때 꿀 대신 많이 썼는데, 지금도 가래떡에 찍어 먹거나 한과를 만들 때 조청을 많이 쓴다. 당분은 많지만 열량은 낮아 살찔 걱정도 줄여주는 조청. 우리네 천연 감미료인 조청을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이들이 있어 찾아보았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전통 조청 만들기
 추운 겨울날 아침 파주시 광탄면 용미1리 마을회관. 일찍부터 마을 사람들 열 댓 명이 여기저기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하고 있는 일은 전통 조청을 만드는 일. 용미1리에서는 해마다 농한기인 12월과 1월에 열댓 명의 부녀회원들이 마을회관 옆 작업장에 모여 전통 방식으로 조청을 만든다. 두 달 간 매일 함께 하는 작업은 1994년부터 시작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 마을 할머니들은 예전부터 조청을 직접 만들어 드셨어요. 마을 회의에서 어르신들이 그 방식 그대로 조청을 만들어 팔면 좋겠다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죠.”
 마을회관 부엌에서 다같이 먹을 점심을 준비하고 있던 부녀회장 김순옥 씨가 마을사람들이 함께 조청을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전통 방식으로 조청을 만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엿물을 끓일 가마솥을 얹을 부뚜막과 장작불을 지필 아궁이도 직접 만들었다. 



시간과 정성, 손을 많이 요하는 작업
 전통 방식으로 먹을거리를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갈뿐 아니라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곡식으로 만드는 천연 감미료인 조청도 마찬가지. 열 댓 명이 모여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종일 조청 만드는 일에 힘을 모은다.
 쌀을 씻어 불린 다음 작업장에 있는 기계로 직접 빻아 가루로 만들고 이를 엿기름과 함께 쑤어 하룻밤 삭힌다. 이렇게 삭힌 것을 다음날 아침 베보자기에 퍼담아 단물을 꼭 짜내는데, 이를 엿물이라 한다. 이렇게 짜낸 엿물을 가마솥에 네 시간 동안 진하게 졸이면 조청이 된다. 엿물은 넘치기 쉬워 뚜껑을 덮지 않고 졸이는데, 한번 넘치면 걷잡을 수 없이 넘쳐버리기 때문에 엿물을 끓이는 네 시간 동안 가마솥 옆에 붙어 앉아 물이 끓어 넘치기 전에 저어 줘야한다. 이 일은 경험과 연륜이 필요해 베테랑 어르신들이 교대로 맡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용미1리 부녀회원들은 조청의 재료인 엿기름도 직접 만든다. 보리를 물에 두 시간 정도 담가놨다가 소쿠리에 건져 놓고 마르지 않게 저녁에 물을 한 번 부어놓는다. 2~3일 지나면 보리에 눈이 나오고 그 후 싹과 이파리가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로 인해 엿기름이 서로 들러붙어 일일이 손으로 떼어 내야한다. 그런 다음 개나 고양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우스에서 잘 말리는데, 이렇게 엿기름을 만들어내기까지 약 일주일의 시간이 걸린다.
 작업은 단계별로 역할을 분담해서 착착 진행된다. 부녀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김영선 씨는 “할머니들이 노하우가 있어 지혜롭게 잘 하셔요. 마지막에 조청을 퍼내는 시점도 중요한데 할머니들이 끓어오르는 거품을 보고 판단하시죠. 너무 단단하지도 묽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로 완성이 돼요”라며 어르신들의 눈부신 활약을 전했다.



설탕? NO! 국내산 쌀과 보리로만 만들어요
 용미리 전통 조청을 만드는 데는 국내산 보리로 만든 엿기름과 쌀 외 다른 것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다. 쌀은 파주시 탄현면에서 생산한 쌀을 사용하고, 엿기름은 남쪽 지방에서 구입한 보리를 싹 틔워 만든다. 완성된 조청을 용기에 담고 있던 부녀회 김영선 총무는 리포터에게 맛보라며 조청을 한 숟가락 떠 주었다. 꿀처럼 달면서 조금 더 쫀득했다.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도 이렇게 달콤할 수 있는지 묻자, 김순옥 부녀회장은 처음엔 자신도 정말 신기했다고 한다.
 “가끔 전화로 설탕을 넣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직접 와서 제조과정을 보신 분들은 그런 말씀을 하지 않지요.”
 두 달간 소량만 생산하는 조청은 먹어 본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주문이 들어온다. 추운 겨울 딱 이맘때만 살 수 있어 판로 걱정할 새도 없이 팔려 나간다. 엿도 소량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조청을 좀 더 오랫동안 고아서 수분 함량을 10%로 낮춰 되직하게 된 것을 굳히면 엿이 된다.
 조청과 엿을 팔아 얻은 수익금은 목욕비와 식비, 봄가을 나들이 비용으로 쓰고, 해마다 면사무소에 이웃돕기 기금으로도 출연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몇 년 째 조청 가격도 올리지 않고 있다. 


함께 어우러져 일하고 먹고 어려운 이웃도 도와요
 전통 조청 만드는 일은 마을사람들 간 화합과 공동체 의식을 북돋워 주는 데에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50대부터 80대까지 모여 두 달 간 매일 힘을 합쳐 일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 조청 만들기는 부녀회에서 주도하지만 마을의 남자들도 함께 어우러져 엿물을 짜내고 부뚜막으로 나르는 등 작업에 참여한다.
 “겨울 두 달 동안은 마을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일하면서 같이 밥해먹고, 일 끝나면 어르신들 모시고 목욕도 함께 가요. 오리고기도 사 드리구요. 봄엔 꽃구경, 가을엔 단풍 구경도 가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호호” (김영선 총무)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던 부녀회 최연장자 지옥순 씨(83세)는 “겨울에 집에만 있는 것보다 함께 모여 일하면서 얘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으니 참 좋아. 봄가을엔 놀러도 가고”라고 말하며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부녀회에서 젊은 축에 들어 비교적 힘든 작업인 쌀 씻기를 하던 조한순 씨(63세)는 “할머니들께 많은 것을 배우고 전통적인 것을 알게 돼 좋아요. 조청을 먹으면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맛도 나고…. 다른 할 일도 있는데 할머니들이 아프셔서 못 나오시는 분이 생기다보니, 일손이 부족해져 일을 제치고 이곳에 나오게 돼요. 이 일에 중독성이 있다니까요”라며 웃는다. 그는 또 “할머님들도 농한기에 집에만 계시면 괜스레 걱정만 느는데, 이곳에 나와 일하시면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돼주지요”라고 밝은 목소리로 전했다.



용미1리 전통 조청 구입은 어떻게?
용미1리 마을회관에 전화로 주문하면 전국 어디든 택배로 보내준다. 마을회관에서 직접 구입도 가능하다.
구입 문의 031-943-1594
용미1리 마을회관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746
가격 작은 통(1.6kg) 1만 5000원, 큰 통(6kg) 5만 원, 쌀엿 2만 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