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가치는 그 무엇과 견줄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네 농작물엔 농부의 열정과 노력이 깃들여져 있는데요. 하지만 그에 대한 몫이 절대적으로 농부들에게 돌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현실 속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팔을 걷어 부친 ‘파머스 애플’(Farmer''s Apple) 이동훈 대표를 만났습니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아버지에게 희망이 됐던 한 알의 사과
이동훈 대표의 현재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시작됐을 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중학생일 무렵, 출판 사업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던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렸을 때라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문득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생각났죠. 아버지에게 작은 의지와 희망이라도 전해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건네 드린 게 사과 한 알 이었어요”
아들의 진심을 알아서였는지, 이후 아버지는 재활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한 달 뒤, 아버지의 상태가 호전돼 말짱한 몸으로 퇴원하게 됐다.
“의사 선생님도 기적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아버지가 귀농을 꿈꾸셨어요. 그게 시작이 됐고, 지금은 파주 비무장지대 농경지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계시죠”
아버지가 생산하고 아들들이 판매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며 일찌감치 창업을 꿈꾸었다. 이 대표는 “예전부터 아버지를 비롯해 농민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사실 농사짓는 분들의 땀과 노력에 비해 그만큼의 수익은 올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요. 이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우리의 농작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디톡스 주스바 ‘파머스 애플’로 이어졌다.
좋은 기회도 찾아왔다. 민관합동 청년장사꾼 지원 프로그램 ‘영+원(Young One) 프로젝트’에 선발돼 지난 4월 고양 원마운트에 먼저 문을 열었다. 영+원 프로젝트는 ‘영동시장(young)과 원마운트(one)’에서 ‘제로에 가까운 비용’으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매장을 1년감 보증금 없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고, 전문가 컨설팅 등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창업 초기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친동생과 함께 운영하는 ‘파머스 애플’은 가족이 직접 재배한 파주 사과만을 사용한다. 아버지가 생산한 사과를 아들들이 판매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 사과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화학비료나 제초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사과예요. 대신 경동시장에서 얻은 한약재 찌꺼기나 생선액비를 뿌려주기도 해요. 보기에도 예쁜 사과를 생산하려면 쉬운 방법이 많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죠. 사과 당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직접 했어요”
일반적인 사과가 12~13브릭스(brix) 정도의 당도를 가졌다면 이 집의 사과는 18브릭스로 당도가 높다. 때문에 설탕과 시럽 같은 인공적인 요소를 첨가하지 않아도 파머스 애플의 주스는 달콤하다. 사과 한 알이 통째로 담긴 애플 주스. 파머스 애플의 간판 메뉴이자 차별화 전략이다.
농업 분야 청년 창업가로 좋은 롤 모델 되고파
애플 주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톡스 착즙 주스도 판매한다. 사과를 비롯해 파프리카, 양배추 등 다양한 식재료를 배합해 건강하고 맛있는 한 잔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맛을 내기 위한 레시피 개발도 직접 했다. 덕분에 요일별 테마를 달리한 디톡스 주스들은 현재 고정 고객이 생길 정도로 점차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특히 지역 농민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열대 과일류를 제외하곤 고양시 수경재배로 수확한 밀싹을 비롯해 대부분의 식자재가 고양파주지역 산이다. 자신의 이익에 앞서 농민과 소비자가 모두 웃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 이 대표다. 그 노력은 점차 인정받고 있다. 1차 농림수산업, 2차 제조 가공업, 3차 서비스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 경진대회(6차 산업은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이를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 에서 파주시 대표, 나아가 경기도 대표로 참여했었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그 의미만은 큰 것 같다는 이 대표다.
DMZ에서 자란 청정 유기농 사과는 파머스 애플을 통해서도 구매 가능하다. 또한 파주 농가에서는 주스 만들기 등 오픈키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 대표는 “파머스 애플이 일산의 건강명소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라며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이 더해진다면 농업분야에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꿈 많은 청년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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