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 교사는 일산동고등학교(교장 모혁남) 볼링부 감독이다. 지난 2000년 볼링부를 창단해 불과 6개월 만에 대통령배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나가는 대회마다 이름을 알리며 명실상부한 ‘여고부 최강자’에 등극했다. 지금까지 배출한 볼링 선수만 50여명. 그 중에는 전, 현직 국가대표(상비군 포함)도 10여명이나 된다. 지난 15년 동안 남다른 지도력으로 일산동고 볼링부를 이끌어온 김동준 교사를 만나보았다.
취미로 시작한 볼링, 삶이 되다
김동준 교사는 일산동고의 체육교사다. 오전에는 수업을 하고 오후 3시부터 볼링부 훈련을 맡는다. 체육교사인 그가 볼링부 감독을 맡은 건 어쩌면 운명과도 같았다. 1986년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앞둔 그에게 아버지가 볼링을 권했다. 그렇게 시작된 볼링은 이제 그의 인생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취미로 볼링을 치셨어요. 지금 연세가 84세인데도 요즘도 함께 볼링을 치세요. 그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볼링을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깊이 빠지게 됐어요.”
1년 후, 취미로 시작한 볼링은 그에게 더 이상 취미가 아니었다. 누구에게도 볼링을 배운 적이 없는 그는 이미 완벽했다. 볼링 책을 보고 습득한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습을 거듭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냈다. 볼링을 시작한지 불과 1년 만에 전국대학생 볼링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탁월한 감각을 알아보는 실업팀의 러브콜도 이어졌지만 그는 고민 끝에 체육교사의 길을 선택했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로 있었지만 볼링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할 수 있을 거 같아 취미로 남겨두기로 했다.
3명으로 시작된 볼링부, 국가대표 양성학교 되다
볼링은 발산중학교에서 다시 시작했다. 세원고에서 남자 볼링부를 만들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선수를 양성한 건 1997년 발산중학교에서다.
“발산중학교 볼링부는 일산동고 볼링부의 모태가 됐어요. 당시 발산중학교 볼링부 출신 3명이 함께 일산동고로 왔거든요. 그 애들이 일산동고 볼링부 1기에요.”
당시 운동신경이 발달했던 여학생 3명을 선발해 팀을 꾸린 그는 6개월 만에 대통령배 전국대회에서 2인조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전국대회는 물론 나가는 대회마다 입상을 하자 고양시의 몇몇 학교에서 볼링 팀 창단 제의가 들어왔다. 그 가운데 일산동고를 선택해 창단 감독교사로 부임했다. 이후 중학 팀을 발산중에서 가람중으로 옮겨 육성하면서 일산동고로 연계 진학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렇게 길러낸 선수들 중에는 국가대표도 여럿이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이자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손연희(용인시청) 선수를 비롯해 2015년 여자 국가대표 김진선, 한별 (이상 구미시청), 이나현(충북도청), 김지수(평택시청) 선수도 바로 일산동고 출신이다.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선수 출신의 전문 지도자가 아니어서 코치들 사이에서는 왕따 아닌 왕따였거든요. 그냥 실력으로 모든 걸 보여줬어요. 아이들도 더 열심히 하자며 파이팅하더라고요.”
고양시 볼링 여자 실업팀 만들고파
그는 볼링에 있어서는 완벽을 추구한다. 그래선지 늘 학생들에게는 칭찬에 인색한 감독이다. 훈련 역시 마찬가지. 당장의 성과보다는 먼 미래를 보고 좀 더 큰 밑그림을 그리게 한다. “전성기를 고3으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1~2학년들은 요즘도 시합에 가서 기본기 훈련 ‘흔들기’를 해요. 고 3이 되기 전까지 단계를 차곡차곡 밟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가장 자연스러운 자세를 찾아야 하거든요.”
우승한 선수에게조차 칭찬을 아끼는 그지만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에게는 다르다.
“슬럼프를 겪는 아이들에게는 매달려줘요. 일단은 마음을 비우게 하는 게 중요한데요. 그 과정에서 밑바닥을 경험한 아이들은 스스로 독하고 강해져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죠.”
지난 15년 동안 묵묵히 감독의 길을 걸어온 그는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인 없다고 한다. 오히려 보람을 느낀 순간들이 더 많았다며 흐뭇해한다.
“제자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 연금 혜택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내 일처럼 기뻐요. 마지막 바람이라면 고양시에 볼링 여자 실업팀을 만드는 거예요. 고양시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이 고향에서 뛸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지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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