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중학생,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

청소년들의 분노, 어른들이 함께 성찰해 가야 할 몫

지역내일 2015-09-22

OECD 회원국 중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학업 스트레스와 불행지수는 최고인 나라. 청소년 자살률 1위. 통계만 봐도 청소년들의 고단한 삶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일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상태를 표출합니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상화된 욕설로, 영혼까지 파괴하는 학교폭력으로 자신들을 드러냅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사회와 어른들은 버겁기만 합니다. 중학생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화가 날 때가 언제인지. ‘앵그리 중학생’이라고 통하는 요즘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어보며 우리 어른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요?
(일산내일신문 리포터 공동취재)


사랑인지, 집착인지
중학교 2학년인데요. 요즘 고민은 엄마예요. 이제는 혼자 공부하고 싶은데 아직도 초등학생처럼 ‘숙제 했니, 문제 풀어라, 책 읽어라, 학원 가야지’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려고 하세요. 요즘도 문제를 풀어서 식탁에 올려놓으면 엄마가 체크하고 그걸 또 다시 푸는데요.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하니까 점점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과목이 많아지고 어려워져선지 엄마의 간섭이 더 심해지셨어요.
요즘 너무 답답해서 짜증이 막 나요. 차라리 ‘엄마가 공부하지’하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용기를 내서 엄마한테 이제 혼자 해보겠다고 했더니 ‘니가 혼자서 어떻게 하냐고, 그렇게 해서 대학을 갈수 있을 것 같냐’고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때 정말 엄마가 미웠어요. 자식에 대한 사랑인지 집착인지 엄마를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 엄마 때문에 요즘 공부가 하기 싫어요. (2학년 K군)


저도 사생활이 있어요
부모님과의 트러블은 거의 없는 편이예요. 그런데 비밀 패턴을 어떻게 아셨는지 엄마가 몰래 제 핸드폰을 확인한다는 걸 안 순간 기분이 무척 상했어요. 친구들과의 카톡 내용도 확인하시고, 그걸로 꼬치꼬치 따지고 물으시는데…. 제가 어리지만 비밀도 생길 수 있는 나이인데 그걸 무시한 것 같아 엄마에게 많이 대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이 친구는 소문에 어떻다더라’ 하시며 은근히 제 친구관계까지 간섭하세요.
저는 마음이 잘 맞고 이야기가 통하면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부모님은 가끔씩 선입견을 가지고 친구들을 골라 사귀라고 하세요. 저 나이 때는 가끔은 부모님보다 옆에 있는 친구로부터 많은 힘을 얻기도 하거든요. 말썽 같은 거 절대 안 피니까 부모님도 저의 사생활을 인정해주고 걱정 좀 더셨으면 합니다. (2학년 J군)


친구들의 무시하는 말이나 욕설에 화가 나요
주변에 보면 안 그런 친구들도 있지만 입이 험한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이 말을 험하게 하거나 친구들을 무시하는 말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럼 화가 많이 나요. 또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들이 말을 험하게 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화가 더 많이 나요. 그럴 때는 그냥 무시하기도 하고요. 물론, 말로 잘 이야기할 때도 있어요. 아니면 PC방 가서 같이 게임하면서 풀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면 좀 해소가 돼요. (3학년 P군)
 
그냥 참다보면 언젠가 폭발하더라고요
저는 다른 친구들에게 제 감정을 잘 드러내거나 표현하지 않는 편이예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감정을 읽는데도 좀 서툴고요. 그래서 친구들의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고 또 제가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 못하는 상황이 될 때도 있어요. 그러면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버럭’ 하게 되요. 평소 제가 그런 성격이 아니니까 상대방은 더 당황하고 그러고 나면 후회도 되고 또 그런 내 행동이 또 다른 오해를 살수도 있으니까 걱정도 되죠. 제 자신을 다스려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부딪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정말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털어놓고 얘기해요. 참아도 봤는데 그냥 참는 것은 그 순간만 넘길 뿐이지 결국 어느 순간에는 폭발하게 되더라고요. (2학년 S양)


‘내 편은 없다’ 제일 참기 힘들어요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오해받을 때 그래서 ‘내편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제일 두렵고 나 자신을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면 춤을 추거나 제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요. 그러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지고 시간이 흘러 그 감정을 잊게 되기도 하죠. 근데 나쁜 감정을 쏟아 내거나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담고 있으면 그 응어리가 나중에 꼭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3학년 L양)


매순간 힘들고 예민해요
요즘은 매순간 힘들고 예민해지면서 화가 자주 나요. 중2 병인가 봐요. 누가 그냥 한마디 하는 것도 놀리는 것 같아 상처가 되고 화가나기도 하죠. 그럴 때면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엄마에게 얘기하면서 푸는 편이예요. 가끔 울기도 하면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아요. (2학년 K양)      


사실 확인부터 하고 야단쳤으면
선생님이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 것 같을 때 화가 나요. 애들이 다 같이 장난 쳤는데 딱 한명만 지목해서 혼낼 때가 있거든요. 나도 잘못한 게 있긴 하지만 다른 애들이 잘못한 점도 있는 건데 왜 나한테만 그러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나요. 집에서도 그래요. 동생도 똑같이 잘못한 게 있는데 형이라고 저한테만 뭐라고 할 때가 있어요. 부모님은 형인 제가 양보하고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만 하시죠. 너무 화가 나면 아무 말도 안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속으로 쌓아두게 돼요. 그런 날에는 학교에 가면 기분이 안 좋아서 신경질적으로 변해요. 어른들이 제 마음을 잘 알아주고 너무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학년 M군)


청소년들의 분노,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일산 자유청소년도서관 김경윤 관장
청소년의 분노로 인한 사건, 개인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돼


‘분노’ 혹은 ‘화’는 인간이 가진 본성이다. 아이들이 화를 내는 것은 감정 표출의 한 방법일 뿐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오히려 화를 잘 낸다. 하지만 어른들은 자신의 화는 정당화시키면서 아이들의 화는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다. 단지 아이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조절하는 법이 어른에 비해 미숙할 뿐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아이들의 분노로 인한 사건 사고들을 개인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화를 잘 내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적당한 표출 방법에 대해 어른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개인의 성격, 가정적 환경 등에 국한해 이유를 찾아내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를 구성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지난 과정을 개인적인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거시적이고 공적인 관점에서 ‘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를 함께 성찰해가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본다.


>>>고양시청소년 이동쉼터 최성식 소장
아이들 사이 관종으로 찍히면 극단적인 행동 가능성 높아져


오래전부터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관심종자’(줄임말:관종)라는 단어입니다. 학교에서나 또래 모임에서 조금 튀거나 부족한 모습을 가진 친구를 보면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친구들을 ‘극혐’(극도로 혐오스럽다)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관심 받고 싶어서 튀거나 부족한 행동을 하는 애들은 극도로 혐오스럽다는 것이죠.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 ‘이지메’ 혹은 ‘왕따’를 하던 시기와는 다른 양상의 따돌림, 괴롭힘을 하는데 그 방법은 바로 ‘무관심’입니다. 그림자 취급을 한다고 하지요.
마음에 상처를 가진 청소년은 친구 관계에서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그러면 친구들에게 ‘관심종자’로 찍히고 관심을 주면 안 되는 무가치한 존재가 돼버립니다. 그런 친구들은 오히려 구타를 당하거나, 돈을 빼앗기는 등의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보다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그 친구들은 자신의 삶이 무가치하다고 여기고, 어차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자퇴생, 문제아, 실패자, 걸림돌이라는 세상의 시선이 아니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런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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