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더 이상 귀엽지 않아.”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늙고 병들어서’‘더 이상 사랑스럽지 않아서’‘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말이다. 안락사 직전의 유기동물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새 주인을 찾아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기동물 보호 봉사단체, ‘행동하는 동물 사랑’ 회원들을 만나봤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넌 더 이상 귀엽지 않아”…버려지는 개들
“다리가 부러진 개, 새끼 아홉 마리를 임신한 상태에서 버려진 개, 너무나 큰 종양이 있는 개 등 엉망인 상태에서 구조되는 개들이 많아요. 어릴 땐 예뻐서 데려다 키우다가 개가 나이 들고 아프고 관리하기 어려워지면 귀찮고 돈이 많이 들 것 같으니 개를 아예 내다버리죠. ‘넌 더 이상 귀엽지 않아’‘너에게 돈을 쓸 수 없어’란 거예요 잔인하죠.”
유기동물 보호 봉사단체 ‘행동하는 동물 사랑’ 윤수지 회원(43)의 말이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약 1천만 명에 달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따라 유기동물도 증가하고 있어 사회 문제시되고 있다. 최근 5년 간(2010~2014) 유기된 반려동물은 약 37만 마리에 이른다.
‘행동하는 동물 사랑’은 이러한 유기 동물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비롯해 유기견 쉼터 운영, 유기견 가정 임시 보호소 운영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몸으로 봉사할 수 없는 이들은 후원으로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회원은 전국 단위로 분포돼 있으며 고양과 파주, 서울에 살며 활동하는 회원들이 많은 편이다.
지난 17일, 이들이 주관하는 헤이리 유기견 입양 캠페인이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파주 헤이리 1번 게이트에서 진행되는 행사로 유기견들에게 새 주인을 찾아 입양시켜주는 활동을 한다. 거리의 사람들 앞에 나온 유기견들은 외양만 봐선 유기견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개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개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기동물 공고 후 10일이 지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 될 운명에 놓인 개들이었다. ‘행동하는 동물 사랑’은 그러한 동물들을 데려다가 병든 곳은 치료해주고 중성화 수술까지 시켜, 파주시 외곽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기견 쉼터나 회원들의 임시 보호소 가정에서 돌보며 새 주인을 찾도록 돕고 있다.
개를 찾고 싶지 않다는 주인들
처음에 강아지를 키울 때에는 예쁘다고 무작정 집에 데려다가 키우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개가 늙고 보기 싫어지거나, 아프거나 사고가 나서 돈이 많이 들거나 관리하기 귀찮아지면 개를 버리는 주인들이 있다. 그리고 개를 다시 찾게 되더라도 개를 찾아오길 거부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윤수지 씨는 “구조된 개들 중에는 몸 속 내장칩을 통해 주인을 찾게도 되는데, 주인에게 개를 찾아가라고 연락을 해도 ‘개를 찾으러 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주인들이 많다”며 “개를 버리고 찾지 않는 견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해야 이런 일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것은 하나의 생명을 오래도록 돌봐야 하는 일이므로 가벼운 생각으로 키워선 안 된다. 유기견 입양을 고려할 때에도 그러하다.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이나 환경적 상황을 살펴보고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 생각해 책임감 있게 결정해야 한다. 불쌍하단 생각만으로 가볍게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행동하는 동물 사랑’은 유기견 입양 시 경제적인 사항을 고려해 25세 미만인 경우 부모님 동의하에 입양을 시키고 있다. 또한 너무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돌발행동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입양을 삼가고 있다. 또 유기견 입양 시에는 입양 가정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하도록 무료로 유기견을 입양시키지 않고 소정의 책임비를 부여하고 있다. 이 비용은 유기견 치료나 관리 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입양을 결정한 후 유기견을 집에 데려왔다면 너무 성급하게 개에게 다가가려 하기보다는 개가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개 입장에서는 입양된 후의 생활환경이 굉장히 낯설기 때문이다. 윤씨는 “처음에는 밥과 물을 주면서 무심한 듯 지켜보는 것이 좋다”면서 “2~3일 정도 지나면 개가 먼저 다가오고 일주일 정도면 대부분의 경우 적응한다”고 했다.
사람들의 돌봄 속에 밝은 모습 되찾는 유기견들
주인에게 버려져 처참한 몰골로 거리에서 발견된 유기견들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돌봄을 받고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면 이전의 모습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조원희(35) 회원은 지난 2월, 자신의 가정에서 임시 보호를 했던 개 ‘아린이’를 아예 자신이 입양했다. 발견 당시 4살로 추정됐던 아린이는 파주의 한 공원 벤치에 줄에 묶인 상태로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듯, 야생 들개처럼 사나웠던 개여서 쉼터나 어느 가정에 보내더라도 쉽게 적응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입양해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소리에 민감하고 예민한 성격의 아린이는 2주 넘게 벽에 붙어 으르렁대기만 했다. 그래서 입양 초에는 밥과 물을 주며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했다.
“아린이가 봄부터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5~6개월이 지나며 동물병원 원장님도 놀랄 정도로 많이 좋아졌어요. 만지지도 못하게 했던 개를 끌어안을 수도 있게 됐죠. 이제 보니 아린이가 애교가 많은 사랑꾼이더라고요.”
입양 보내 잘 살면 마음 뿌듯해
‘행동하는 동물 사랑’은 본래부터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이다보니 회원들이 유기견 봉사 활동을 하며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보람차고 기쁜 마음이 크다는 이들이 많다. 윤수지 회원은 유기견 입양 캠페인은 물론 가정에서 유기견 임시 보호 봉사도 하고 있다. 짧게는 2달부터 길게는 1년여 간 유기견들을 맡아 데리고 있다. 그렇게 함께 생활하던 개를 입양 보낼 때에는 그간의 정 때문에 많이도 울기도 하지만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입양된 개의 사진이나 근황을 접하면 친정엄마가 딸 시집보낸 것 마냥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고 한다.
윤숙희(46) 회원도 유기견 봉사활동이 즐거운 사람이다. 집이 분당인 그는 유기견 쉼터 봉사현장까지 오려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 또 쉼터 봉사를 하면 개의 변을 치우거나 쉼터 곳곳을 청소해야 하는 등 허드렛일을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봉사하고 있단다. 이외에도 유기견 입양 캠페인 봉사, 유기견 임시 보호 봉사까지 하고 있는 윤씨. 여러 모로 봉사 활동이 힘들만 한데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힘들지 않다”며 “개를 사랑하니 봉사하는 게 행복하고 좋기만 하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동물 사랑’은 임시보호, 쉼터 봉사, 캠페인 봉사, 후원 등 많은 이들의 봉사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봉사에 동참하고 싶은 이들은 인터넷 카페(http://pajupetlove.org)를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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