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막대기를 들고 칼싸움을 하며 논다. 펜싱은 찌르고 막고 때리는 욕구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스포츠다. 타깃을 찌르려면 집중력이 필요하고 막히면 뚫어야 하니 전략도 필요하다. 화가 난다고 마음대로 공격할 수는 없다. 엄격한 룰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멘탈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세 겹 이상의 옷을 입고 4분짜리 한 경기만 뛰어도 뻘뻘 땀을 흘릴 만큼 운동량도 상당하다.
일산지역 최초의 펜싱 도장, 행신동 일산펜싱클럽에서 황광욱 대표를 만났다. 황 대표는 “생각보다 쉽고 재밌는 운동이 펜싱이다. 초보자도 2주면 모든 동작을 흉내 낼 수 있을 만큼 빠르고 즐겁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는 스포츠라는 설명이다.
멘탈과 판단력 강해지는 스포츠
“펜싱은 전신운동이지만 다리를 많이 써요. 안 찌르려면 도망가야 되고 찬스가 나면 들어가야죠. 빠른 발놀림으로 4~5분 동안 끊임없이 뛰면서 갖고 있는 에너지를 발산해요. 서너 게임 뛰고 나면 지치고 힘든데 그래도 재밌어요.”
도복에 재킷 입고 마스트에 장갑 끼고 보호대까지 찬다. 공격 욕구는 마음껏 분출하지만 규칙은 엄격하다. 한국에 태권도가 있다면 유럽에 펜싱이 있다고 할 정도로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여긴다. 심판이나 상대에게 깍듯이 인사하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전쟁이나 다름없다.
“멘탈이 좋아져요. 화나는 일이 생겨도 자기 조절을 해야 하거든요. 그게 안 되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어요. 찌르고 막으면서 순간적인 판단을 빨리 해야 돼요. 한 포인트 끝나면 바로 들어와 준비 자세를 취하는 순간까지 모든 생각을 정리해야 하죠. 상대방의 심리와 전략, 기술, 모든 걸 빨리 판단해서 데이터를 가지고 하는 게임이에요.”
순간의 움직임으로 상대방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고 최적의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거나 상대방을 막아야 한다. 몸이 유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판단력, 멘탈, 체력이 모두 뒷받침 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기본자세 배우면 바로 전투모드
그러나 이것은 모두 선수의 경우고 취미로 배우는 펜싱은 보다 재밌게 접근한다. 펜싱의 기본 동작은 간단하다. 처음 칼을 잡고 터치하는 것부터 시작해 2주 정도면 모든 동작을 다 만들 수 있게 된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지만 흉내를 내며 배워가는 것이다.
황광욱 대표는 중학교 때 시작해 30여 년 동안 펜싱을 하고 있다.
“처음 왔다고 초보니 아니니 구분 짓지 않아요. 제 눈에는 다 초보인데요.(웃음)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알려준 다음 회원들하고 게임을 뛰면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요. 기본 동작은 몇 가지 없고 아주 간단하거든요. 미국이나 유럽은 기본 동작만 하고 바로 칼 들고 게임 뛰어요. 네 살부터 시작하는 애들도 있어요.”
너무 어렵게 생각한 탓일까. 귀족들의 고급 스포츠라는 느낌이 강했던 펜싱이 칼싸움 놀이로 친근하게 다가왔다.
즐겁게 운동하는 일반인 대상 펜싱클럽
일산펜싱클럽은 지난해 11월에 문을 열었고 40여 명의 회원들이 운동하고 있다. 펜싱 보급 차원에서 장비 일체를 대여해주며, 펜싱화만 각자 준비하면 된다.
황광욱 대표는 “펜싱은 결코 어려운 운동이 아니니 부담 갖지 말고 쉽게 접근하라”고 당부했다. 황 대표는 특히 펜싱의 다이어트 효과를 강조했다.
일산펜싱클럽을 첫 번째로 찾아 온 김희창 회원은 펜싱을 하면서 3개월 만에 11kg을 뺐다. 황 대표는 “처음에는 저도 할 수 있는 운동이냐고 묻던 분인데 지금은 제발 좀 먹어라, 운동 그만 하라는 말을 해야 할 정도로 빠졌어요. 더 빠질까봐 많이 먹고 있다”고 말했다.
재밌고 즐겁게 운동해서인지 실력은 확실히 남다른 듯하다. 문을 연 지 1년 만에 일산펜싱클럽은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얼마 전 열린 서울시 동호인대회에도 초등, 중등, 고등, 성인부 선수들이 참가해 1위부터 3위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면서 건강해지고 자신감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일일 체험부터 해보세요.”
위치 덕양구 행신동 712번지 4층
문의 031-971-1052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일산펜싱클럽 마에스트로 황광욱 대표는
한국체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국군체육부대를 제대했다. 선수시절 국가대표로 선발돼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 및 단체 금메달을 획득했다. 1997년부터 오성고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오성고 코치로 구본길, 오은석 선수를 지도했다. 서울시청 코치로 지내면서 전희숙, 남현희 선수를 지도했다. 그들은 모두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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