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한 발 늦게 시작했지만 푸드스타일 감각은 결코 뒤지지 않는 두 여자가 뭉쳤다. 지난 10월 2일 정발산동에 파티와 케이터링, 수제도시락 업체 ‘키친나인’을 연 김경아(56)씨와 윤여란(41)씨다. 둘은 서로를 동업자가 아닌 파트너라 부른다.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 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 독특하게도 둘의 인연은 본지인 내일신문을 통해 이루어졌다.
감성 있는 식공간 키친나인
김경아씨는 2010년 10월 5일 본지 인터뷰 란에 ‘늦깎이 푸드스타일리스트 김경아 씨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기사로 소개된 적이 있다. 얼마 후 역시 늦깎이로 푸드스타일 공부를 시작하려던 윤여란씨가 그 기사를 읽게 됐다. 용기가 필요했던 윤씨에게 김씨의 이야기는 힘이 돼 주었고 둘은 블로그 이웃이 되어 소식을 주고받았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어쩐지 서로에게 이끌렸다는 두 사람. 그 사이 윤씨는 대학에 들어가 푸드코디네이션학과를 장학생으로 졸업하게 된다. 파스타와 케이터링을 겸한 가게를 운영하다 대형 케이터링 업체에 들어간 윤씨는 자신만의 공간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회사를 나오게 됐다.
김경아씨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윤여란씨의 손을 잡았다. 윤여란씨 또한 김경아씨와 함께라면 자신 있었다. 그렇게 둘은 ‘감성이 있는 식공간’이라는 컨셉으로 키친나인을 열게 됐다.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한 공부. 더군다나 늦은 출발이기에 한눈 팔 새가 없다는 두 사람은 매번 행사를 치를 때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화가가 작품 한 점을 내듯이 음식이 아닌 감성을 만드는 느낌으로 요리해요. 김경아 선생님과 저는 추구하는 코드가 맞았기 때문에 선뜻 함께 할 수 있었죠.” (윤여란씨)
후배 푸드스타일리스트들에게 용기 되고파
두 사람이 작품처럼 준비하는 요리는 어떨까. 소고기를 다져 불고기 양념으로 익혀 케일에 만 쌈밥, 수삼 밤 대추에 잣을 올려 만든 잣수삼샐러드, 마른 톳을 유부 버섯 당근과 함께 졸여서 만든 톳밥 등 키친나인의 요리는 세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감성이 있다.
윤여란씨는 싱싱한 토마토로 만든 소스로 만든 토마토 파스타, 세 가지 치즈를 갈아 넣어 조미료 없이 깊은 맛을 내는 크림파스타를 만들어 젊은 입맛을 사로잡는다.
“얼마 전 돌잔치를 했던 분이 대접 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해주셔서 기뻤어요. 다시 맛보고 싶은 그리움이 느껴지는 식공간으로 꾸려가고 싶어요.” (김경아씨)
“열정을 갖고 공부했다가 사회에 나와 포기하는 젊은 푸드스타일리스들이 많아요. 중년층의 선생님과 그보다 젊은 층인 제가 만나 웰빙 음식과 현대적 음식의 콜라보를 선보이면서 이 직종을 알리고 싶고 그분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고 싶어요.” (윤여란씨)
둘이 만났지만 둘이 아니다. 뒤에서 따라올 많은 후배들의 몫까지 앞서 헤쳐 가는 중이다. 두 사람의 꿈과 열정이 만나 꽃피울 키친나인의 앞날이 기대된다.
문의 031-915-3009 http://kitchen9.kr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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