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이에서 일명 ‘감자’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전래놀이 활동가 박애경 주부. 다른 예쁜 별명도 많은데 하필 ‘감자’라고 말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감자’라는 별명이 오히려 싫지 않게 느껴진 것은 ‘쓰임이 많고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그 별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도움 받고자 전래놀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것에 푹 빠져 전래놀이를 전하고 알리는 일이 큰 즐거움이자 사명이 돼버렸다는 그녀를 11월의 솜씨맘에서 만났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전래놀이에 담긴 놀이, 그 이상의 의미
풍동의 박애경 주부는 3년째 전래놀이를 가르치는 강사다. 처음에 전래놀이를 배우게 된 계기는 아이 돌보는 일을 하던 중에 아이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를 찾기 위함이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제가 어려서 했던 놀이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억하고 있는 놀이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문적으로 한번 배워보자고 생각했죠.”
그녀가 전래놀이를 배우기 위해 찾아간 곳은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 그곳에서 자격증 과정으로 60시간의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들으며 ‘놀이란 무엇인지’부터 특히 전래놀이의 역할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되었고 그에 매료돼 이후 ‘놀이하는 사람들’에 소속되어 전래놀이를 알리는 새로운 일까지 하게 되었단다.
박애경 주부는 “전래놀이는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오는 민속놀이와 전통놀이를 아우르는 우리의 놀이입니다. 전래놀이는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지만 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라며 ‘그 안에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아야 하는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전래놀이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머리와 몸으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이란다.
“전래놀이는 혼자서 하는 놀이가 아니라 같이 편을 짜서 하는 놀이가 대부분입니다. 규칙을 지키며 기다리고 배려해야 함은 물론이고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팀 전체를 위해 나를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이죠.”
놀이 통해 달라지는 아이들 볼 때 큰 보람 느껴
그녀는 주중에는 주로 학교나 단체 등에서 전래놀이를 가르치고 주말에는 정기적으로 혹은 축제나 행사에 참여해 재능기부 봉사를 한다. 방학에는 생협에서 열리는 아이대상 전래놀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단다, 지난봄에는 도서관 자원봉사자, 돌봄 교사와 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전래놀이 10차 시 수업을, 초등학교에서 돌봄 교실과 역사수업 시간에 교과 내용을 전래놀이와 접목하는 수업을 했다. 백석동 ‘방기공원’에서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오전에 열리는 ‘동네놀이’ 수업은 그녀가 2년째 해오고 있으며 누구든 와서 참여할 수 있다. 한양문고에서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그림책과 함께하는 전래놀이’ 수업은 초등학생 대상이고 올해로 2년째다. 백석동 ‘방기공원’에서 하는 수업은 내년부터 고양시의 지원을 받아 장소를 옮겨 호수공원 내에서 진행될 예정이란다.
수업시간에 진행되는 전래놀이는 100여 가지 정도로 수업에 참여하는 대상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놀이의 종류와 방식, 규칙 등이 다 달라진다고 한다. 그녀는 “처음 수업을 가면 다들 좀 시큰둥하기도 하고 시시하다고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하지만 놀이를 하다보면 다들 그런 생각을 언제 했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몰두하게 되죠. 아이와 어른이 같이 하는 수업에서는 어른들이 더 신나서 하는 경우도 있고요”라며 ‘응석 잘 부리는 아이와 자기만 아는 아이,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도 다소 시간은 걸리지만 놀이를 통해서 달라지는 모습, 어느새 서로 양보하고 자기편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골목마다 모여 노는 아이들 모습 보고 싶어
요즘은 자녀를 한두 명 정도만 낳고 학교 끝나면 다들 학원가기 바빠 ‘아이들이 놀 사람도 놀 시간도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하는 그녀는 ‘적어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맘껏 뛰놀고 놀이 속에서 여러 가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엄마들이 놀이를 공부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놀이를 하면서 단순이 노는 것이 아닌 창의력, 공간지각능력, 인내심, 성취감 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되고 자신을 다스리며,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조절할 줄 아는 힘도 기를 수 있단다. “전래놀이를 배우고 또 가르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죠. 저희 아이들은 이미 다 컸거든요.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지요. 요즘 엄마들이 좀 멀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아이의 성적,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그것이 나중에 공부할 때도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바람은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많이 전래놀이를 가르치고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골목 가득 아이들이 모여 왁자지껄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단다. “같이 전래놀이를 알리고 가르치는 동료들 모두 ‘지도할 필요가 없는 그날까지 지도하자’고들 얘기하죠. 노는 것까지 배워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아이들이 전래놀이 뿐 아니라 다른 놀이도 자기들끼리 모여 잘할 수 있도록 지금은 여건과 상황이 되는 한 많은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열심히 가르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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