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달과 별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면 전문 장비를 갖춰야 한다. 천문 관측 동호회 ‘별을 나누는 사람들’은 별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도록 관측 장비와 재능을 나누는 모임이다.
별을 사랑하던 소년을 기리다
‘별을 나누는 사람들’(http://cafe.naver.com/shareyourself)을 처음 시작한 이는 정연성씨다. 지금은 능숙하게 별을 보고 다른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까지 자처하는 그이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장비는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는지, 어디에 가서 별을 보아야 하는지 초보자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고민 끝에 초보자들을 위한 별 관측 동호회를 열기로 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호흡기장애 1급을 앓다 지난 2014년 4월 8일에 숨진 한 학생의 사망이었다.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2044.html)
“당시 활동하던 동호회에서 알게 돼 관측하는 것을 도와줬어요. 저도 바쁘다 보니 많이 못 챙겨줬는데 어느 날 하늘나라로 갔다고 연락이 왔어요. 충격을 많이 받았죠.”
그토록 별을 사랑하던 소년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마음이 동호회 ‘별을 나누는 사람들’을 열게 만들었다.
별을 보며 재능을 나누다
‘별을 나누는 사람들’의 ‘별’에는 하늘의 별과 각자가 가진 재능인 별을 함께 나누자는 두 개의 뜻이 있다. 취미로 별을 나누면서 세상을 밝히는 단체가 되자는 마음을 담았다. 움직이기 어려워 앉아서 별을 보면서도 행복했던 학생을 기리는 뜻으로 누구든 별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재 회원들이 기증한 장비는 20여대이며 요청을 하면 가서 관측을 돕기도 하고 신원이 확인될 경우 장비를 대여하기도 한다. ‘별을 나누는 사람들’은 특히 일산 지부가 활발하다. 일산 지부는 중산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남대우군이 지부장을 맡고 있다. 일산 지부는 매달 파주 교하 체육공원에서 정기전을 갖는데 10~30여 명이 참여한다. 일산 지부는 회원들의 참여가 활발해 파주의 모 지역아동센터에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는 한편 망원경을 기증하기도 했다.
세계의 아마추어들과 교류하고파
‘별을 나누는 사람들’은 국제천문연맹 IAU(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에 가입했다. 한국을 넘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전 세계의 아마추어들과 교류해서 정보를 원활하게 나누기 위해서다. 국제천문연맹은 1919년 7월에 설립된 천문학자 단체로 세계 70개국과 개인회원 1만 52명이 참여하고 있다. (2011년 기준)
국제천문연맹은 세계 각국을 돌며 3년마다 총회를 연다. 2주 동안 3000명 이상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천문분야 학술대회인데 2021년에는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리게 된다. 정연성씨는 “부산에서 열리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도 생기고 국제적인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다. 더 많은 동호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인터뷰 별을 나누는 사람들
일산지부장 남대우(중산고1)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별을 보러 다녔어요. 친한 선생님들과 함께 별도 보고 재능기부도 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 고등학교에서 천문학 동아리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내성적이지만 별을 함께 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이원복씨
‘별을 나누는 사람들’은 다른 별 카페보다 인간적인 유대관계로 시작했고 정을 나누는 모임이에요. 별을 나눈다는 것이 어려운 영역인데 부담감 없이 고수분들이 잘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저도 초보자들을 도와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윤재철 씨
천체 관심이 많아서 혼자서 별을 보러 다녔어요. 동호회 사람들 만나서 천체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도 나눠가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재미이면서 동시에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동호회입니다.
문근영씨
모임에 나가보면 초등학생부터 시작해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활발하게 활동해요. 주로 40대가 많은데 어릴 때는 장비가 없어 해보지 못했던 분들이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면서 뒤늦게 시작하시는 거죠. 뒤늦게나마 꿈을 이루는 재미가 쏠쏠해요
별을 나누는 사람들과 함께 별 보러 오세요 5월 13일 꽃박람회가 열리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별을 나누는 사람들 정기 관측회 겸 관측 봉사가 열린다. 호수공원 내 문화광장 앞에서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달과 목성을 관측하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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