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은 be. 가장 쉽고 가장 많이 오해받는 영어 단어. 오해는 영어도사들도 예외가 아닌데, 이런 식입니다.
Mary is at school. 소위 1형식. 영어도사들에 따르면 이때 be는 ‘있다’라는 뜻이랍니다. 흠, 여기까지는 간단해 보이네요.
다음은 Mary is happy. 2형식입니다. 영어도사들은 형용사가 보어인 경우라며 이때 be는 ‘~하다’라는 뜻이라 가르칩니다. ‘~를 하다’와 헷갈릴 수 있으니 이 경우는 ‘형용사인 보어가 주어의 상태를 서술해주는 경우’라고 설명하죠. 틀린 말 같진 않은데 살짝 머리가 아파옵니다.
이게 전부가 아니네요. Mary is a student. 같은 2형식인데 이번에는 명사가 보어. 영어도사들은 이때 be는 ‘~이다’라는 뜻이라며 여기서 주어는 보어와 같다(Mary=a student)고 가르칩니다. 아니, 잠깐! 이건 좀 이상하네요. 강샘은 선생님이다(A=B). 김샘도 선생님이다(C=B). 따라서 강샘은 김샘이다(A=C)?
영어도사로는 아무래도 안 되겠으니 생각도사가 출동합니다. 먼저, 단어 하나에 뜻이 셋씩이나? I think therefore I am! 데카르트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be의 뜻은 ‘존재하다(있다)’ 하나로 끝!
다음은 스피노자 선생님 말씀. 자연은 전체가 하나이며 그 안에 있는 무수히 많은 사물은 자연이 자신을 드러내는 무수히 많은 모습일 뿐입니다. 우주를 구성하는 여러 원소들이 갖가지 방식으로 뭉치고 흩어지면서 다양한 사물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것이라 설명하는 자연과학과 크게 다르지 않죠.
이때 자연이 드러내는 다양한 모습을 mode라 부르고 다양한 모습을 띠는 것을 modify한다고 하는데요. 어? 형용사와 부사를 묶어서 영어로 modifier라 부르지 않나요? 이 무슨 우연의 일치?
스피노자 식으로 말하면, 메리는 있습니다(Mary is). 메리는 학교에 있고(Mary is at school) ‘행복한’ 모드로 있으며(Mary is happy) ‘학생’ 모드로 있습니다(Mary is a student). 아마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행복하다면 ‘열공’ 모드로 있을 때가 많겠네요(Mary is studying hard).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선생님, 남편, 1루수이지만 그것은 학교, 집, 야구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모드들일 뿐, 저는 한 사람입니다. 저라는 사람은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있는 동안만 유지되는 모드이기도 하죠.
‘be’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줄잡아 20여 개의 뜻이 튀어나와 겁을 주는데요. 괜한 공식 만들어 그 전부를 외우려들지 말고 ‘존재하다’라는 뜻을 중심으로, be가 맺는 다양한 관계들을 살펴보세요. be와 친구 되고, 영어와 친구 되고, 생각과 친구 되는 스피노자의 비법이랍니다.
강현석 (전문번역가, 우리들학교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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