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는 다른 아랍어의 특성 이해하고 선택하도록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영역 중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응시한 과목은 아랍어다. 전체 제2외국어 응시자 7만여 명 중 52.8%에 달한다. 수능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아랍어 수업을 진행하는 고등학교는 전국에 4개교뿐이다. 울산과 광주, 수원 등에 각각 한 학교씩 있고, 그리고 일산 저동고다. 저동고에서 아랍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유미 아랍어 교사로부터 수능 아랍어 학습에 대한 상세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등급과 표준점수 잘 나오는 편
수능 선택과목으로 아랍어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했다. 가르치는 학교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응시자가 많은 것은 문제가 쉽게 출제돼 조금만 공부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아랍어는 낯선 언어라 처음 배울 때는 부담스럽지만 응시생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력만 한다면 다른 과목들에 비해 등급과 표준점수가 잘 나오는 편이다. 실제 50점 만점을 기준으로 25점인 절반 정도만 맞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때 로또 과목으로 통하기도 했으나 문제가 마냥 쉬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저동고 이유미 아랍어 교사는 “그간 수능에 출시된 문제들 대부분이 기초회화 수준이었으나 이번 수능에서는 문법적 내용을 묻는 문제가 많이 등장했고 독해를 해야 풀 수 있는 문제도 출제됐다”며 “흔히 도는 소문처럼 찍는 실력으로 등급을 내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랍어는 사회탐구 성적을 대체하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탐과 대체해 주는 대학을 지망할 경우 활용도가 높다. 그러나 워낙 쉽게 접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라서 적어도 아랍어의 특성 정도는 살펴본 후에 선택할 것을 권했다.
아랍어는 자음 28개와 대표적인 모음 3개를 가지고 있고 쓸 때나 읽을 때 모두 오른쪽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숫자는 왼쪽부터 시작하며 대부분의 글자를 띄어쓰기 없이 이어서 쓴다. 영어나 우리말과는 문법이나 글자 쓰임이 전혀 다르다. 또한 아랍어는 중세 문명을 전달하는 언어로 아랍연맹 회원국과 아프리카 단결기구, 56개국 이슬람회의 기구의 공용어이자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과 함께 UN의 공용어로 채택됐다.
EBS 강의와 수능 기출문제 중심으로 공부할 것
아랍어는 대부분 고3 수험생이 돼서야 선택하고 다른 과목 학습에 밀려 학습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아랍어 선택을 결정했다면 매일 20~30분 정도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 좋다. 언어의 특성상 단기간의 암기로는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정도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 수능 준비를 위해 EBS 교재 학습과 강의 듣기는 필수다. 혼자서 교재를 보고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EBS 강의는 설명이 체계적으로 잘 나와 있다.
아랍어 공부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철자를 익히는 것이다. 눈에 익숙해 질 정도로 철자를 익힌 후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 단어를 매일 외우도록 한다. 수능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EBS 수능 특강과 모의고사 문제집을 살펴보도록 한다. 이렇게 준비했을 경우 다른 과목에 비해서는 짧은 노력으로 대부분 3등급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대학입시를 위한 전략 과목으로 아랍어를 선택하긴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아랍어는 경쟁력 있는 언어라는 것이 이 교사의 조언이다. 중동이나 아랍어권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IS나 이슬람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재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아랍어를 가르치고 있는 대학은 한국외대와 부산외대, 명지대, 조선대 등이며, 단국대는 중동학과가 개설돼 있다.
>>>미니인터뷰
> 2016학년도 부산외대 아랍어학과 수시 합격 저동고 3학년 이제경 학생
“단어 외우고 EBS 수능특강 공부하며 1등급 받았어요”
1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아랍어라는 과목을 접하면서 이제까지 배워보지 못한 과목을 새로운 마음으로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처음엔 아랍어 철자를 무작정 외웠고 읽고 쓸 줄 알게 되니 그 다음부터는 좀 쉬워지고 성적도 잘나왔어요.
단어를 외우는데 시간 투자를 많이 했고 EBS 수능특강을 꾸준히 공부한 덕분에 이번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답니다. 학교에 아랍어 수업이 개설돼 있어 아랍어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활동을 많이 해본 것이 좋았어요. 원어민을 초빙해 아랍어를 배워보고, 아랍 의상도 입어보는 경험을 하며 아랍어와 아랍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죠. 평소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아랍에미리트 항공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아랍어를 공부해 그곳에 입사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진로를 찾게 됐습니다.
> 2016학년도 부산외대 아랍어학과 수시 합격 저동고 3학년 김기재 학생
“아랍어 열심히 공부해 무역 관련 진로 개척해 갈래요”
2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아랍어를 선택해 배울 수 있는데 처음에는 신기한 마음에 아랍어를 시작했어요. 근데 막상 배워보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낯선 언어였어요. 그래도 꾸준히 수업을 듣다보니 알면 알수록 가능성이 보이고, 배울수록 재밌더라고요. 원래 무역 관련 일에 관심이 많아 그쪽 방향으로 진로를 고민했었는데 아랍어를 배우다보니 아랍어를 제대로 배우면 무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와 아랍어권 국가는 앞으로 무역 교류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학에서 열심히 아랍어를 배운 후 무역 관련 진로를 개척해보려고 합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