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린아이들은 흰 손수건을 서너 번 접어 가슴 왼쪽에 옷핀으로 꽂고, 한 손에는 부모님 손을 꼭 잡은 채 입학을 하곤 했다. 허나, 요즘 초등학교 입학식은 아이들이 그때보다도 훨씬 더 조숙하고 체격도 좋아져서 인지 감회가 예전 같지는 않다. 새삼스레 초등학교 입학식장의 추억을 상기시키고자 함은 아니다. 그런 입학식장에 다녀온 지가 말 그대로 엊그제 같은데, 둘째 녀석이 벌써 6학년이다.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가훈을 유지하고 사는 사람으로서, 아이의 중학교 입학이 별반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래도 이즈음 해서 아이에게 무언가 준비를 시켜주고 인생에 대한 좋은 말도 해주고는 싶은데 맘처럼 되지는 않는다.
얼마 전 중등부 수업 시간에 독해를 하던 중, Hyper-competitive라는 단어를 보았다. 중학생들에게 좀 난해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저 단어를 한글로 설명해주면 이해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만 할 앞으로의 세상의 특징 중 하나라 하니 못내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단순한 경쟁 사회를 지나, 이제는 모든 사회가 초-경쟁사회(Hyper Competitive Society)로 변화하고 있다.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노릇 일게다. 그러다보니 미래를 위한 투자와 경쟁의 정도가 이미 그 정점을 찍은 지 오래인 듯하다. 스펙 경쟁에사 나름의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어 영역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영어 조기교육은 3~4세 어린아이들이 영어 유치원을 다니면서 시작한다. 일부는 해외 어학 연수를 목적으로 한 친인척 방문도 시켜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여러 영어학원을 전전하며 실력 쌓기에 몰입한다. 허나, 그러한 노력들이 중학교 입학 이후를 고려하면 다소 달라질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언어중심의 초등교육, 독해 및 영문법 위주의 중등교육
제 7차 영어과 교육 과정은 심화·보충형 수준별 교육 과정과 단계형 수준별 교육 과정을 적용하도록 되어있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는 심화·보충형 수준별 교육 과정을 적용하고, 7(중1)학년에서 10(고1)학년까지는 단계형 수준별 교육 과정을 적용한다. 고등학교 선택 중심 교육 과정은 교과와 특별 활동으로 편성되어 있다. 보통 교과에서 영어는 심화 선택 교과로서 ‘영어I’, ‘영어 II’, ‘영어 회화’, ‘영어 독해’, ‘영어 작문’ 등이 있으며, 외국어계 고등학교와 외국어계열에 적용되는 외국어에 관한교과는 전문 교과로 제시되어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음성 언어중심으로 하고, 문자 언어는 음성 언어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더불어 초등학교 시절에는 전체적으로 음성 언어 1200낱말 정도, 문자 언어 250낱말 이내로 규정되어 있지만, 중학교 과정은 갑작스레 전체 음성 언어 2200낱말 내외, 문자 언어 1000낱말 내외로 바뀌게 된다. 다시 말해, 초등학교 시절에는 6년간 1400여개의 단어를 듣고 쓰지만, 중학교 3년간은 3200여개의 단어를 듣고 말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즉, 연간 200여개 내외에서, 연간 1000여개로 갑자기 늘어난다. 바꿔 말해, 언어교육 중심으로 진행하는 초등학교 교과과정을 마친 후, 중학교 입학 이후 갑작스레 등장하는 독해 및 영문법 위주의 문제풀이에 사뭇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중등 첫 영어시험 이후 나타나는 반응들
그 당혹스러움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르며 더 뚜렷해진다. 시험을 치른 이후의 어머님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투자한 만큼의 실익을 거두어 만족해하는 층과, 어린 시절부터 투자한 금액이 얼마인데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며 분노까지 느끼는 층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원어민과 대화를 함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고, 잘 읽고 따라하며 노래도 곧잘 부르던 아이들이, 중학교 진학 이후 갑작스레 빈도부사의 위치, to 부정사 등의 문법적 요소들이 산재한 시험을 치른 결과이다. 나름대로 미리미리 준비한 학생들과, 지적 순발력이 출중한 아이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어려운 시험 문제에 앞에서 당혹감을 느끼며, 문법 용어 자체에 대해 현기증을 느끼며, 자칫 정도가 심해지면 영어 과목에 대한 거부감마저 생길 수도 있다.
중등영어 연착륙을 위한 방법
허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에게 우선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는 문법 용어를 쉽게 풀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실질적인 쓰임을 평이한 수준의 독해 지문과 함께 읽어나가며 적용시켜 가면서 적응을 도울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초등 교과 과정과 중등 교과 과정의 충돌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의 착륙 방법에는 경착륙(Hard-Landing)과 연착륙(Soft-Landing)이 있다고 한다. 둘 다 필요한 방법이지 옳고 그름의 기준은 아니다. 허나, 초등학생들이 중학교 내신 문제 풀이과정에 적응할 때는, 그래도 연착륙(Soft-Landing)방법을 택했으면 한다. 언어구사 위주의 교과 과정에 익숙한 아이들이, 독해와 문법 위주로 진행하는 중등 수업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자 교육을 받지 않아 어려울 수밖에 없는 문법 용어에 대한 쉬운 풀이가 그 첫째고, 그러한 쓰임들이 실질적으로 문장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가는지에 대해 점검해 보는 것이 그 둘째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제까지 접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문법 문제들을 미리 풀어보고, 문단을 읽고 그 문단의 주제를 파악하거나 순서를 배열하는 논리적 구성력 또한 길러줄 필요가 있음은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권용관
일산명문영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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