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응답하라 1988’의 인기에 힘입어 복고가 대세다. 많은 것이 과거로 돌아간 듯 매끈한 것보다 투박한 것에, 어딘가 부족하고 촌스러운 것들에 정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예전 물건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헤이리에 위치한 ‘틴 토이 뮤지엄’도 그런 곳 중 하나. 이곳을 운영하는 김성진(47), 이미연(46) 부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수집한 소장품들을 모아 ‘틴 토이’ 전문 개인 박물관의 문을 열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어릴 적 틴 토이의 추억 떠올려 하나둘 모아
김성진 대표는 틴 토이에 대해 특별한 추억이 많단다. 김 대표가 어릴 적 외국에 자주 다니시던 부친이 돌아올 때마다 외국의 틴 토이를 선물로 사오시곤 해 자연스럽게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 같다고 회고한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장난감이 별게 없었어요. 그런데 운 좋게도 저는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환경이었죠. 틴 토이뿐 아니라 로봇, 플라스틱 장난감 등이 많았는데 유독 틴 토이가 좋더라고요. 지금 박물관에는 당시 제가 갖고 놀던 장난감들도 남아 있어요.”
틴 토이의 매력은 물성은 차갑지만 자꾸 볼수록 따뜻한 느낌이 나는 것이라는 김 대표. 틴 토이는 특히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구부리고 두들겨서 만들기 때문에 핸드메이드의 매력이 그대로 느껴져 마음이 더 끌린다고 한다.
“틴 토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어요.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모양이 없거든요. 심지어 손으로 일일이 페인트를 칠해 언뜻 보면 다 같아보여도 조금씩 다르죠. 이런 매력 때문에 하나둘 모으다보니 박물관까지 짓게 됐습니다.” 부부는 2007년 4월 헤이리의 2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처음 ‘틴 토이 뮤지엄’ 문을 열었고 2012년 현재 위치에 확장, 재개관했다. 이곳에는 한국 틴 토이의 역사와 일본의 명품 틴 토이들은 물론, 섬세한 유럽 틴 토이들, 최근 각광들 받고 있는 중국 틴 토이들 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틴 토이들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연애시절 아내도 같이 틴 토이에 물들어(?)
어릴 적 추억이 김 대표를 틴 토이 수집가로 이끌었다지만 아내 이민영씨는 어땠을까?
“대부분 수집벽을 가진 이들은 배우자가 반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부분에서 찰떡궁합입니다.(웃음)”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부부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당시 잊고 지낸 동창생들을 찾는 가교 역할을 했던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다시 만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제가 그때 남편에게 호감을 가졌죠. 초등 6학년이면 남자애들이 한참 까불까불한 나이인데 남편은 초등학생답지 않게 듬직하고 말없이 진중하더라고요. 그때 저 정도면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 기억이 남아 있었던지 이십여 년이 흘러 다시 만난 후에 금세 친해지게 됐고 연인이 됐다는 부부. 당시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면서 영어강사로도 잘 나가던 이민영씨는 남자친구의 틴 토이 수집 취미를 알게 됐고 자신도 틴 토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어릴 때 자란 환경이 비슷해서 저도 금방 동화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영어를 좀 할 줄 아니까 외국 경매 사이트를 찾아 틴 토이를 수집해주기도 하고 그때부터 내조를 좀 했지요.”
아내의 말에 남편은 “원래 수집벽이 있으면 보통은 아내가 쓸데없는데 돈 쓴다고 싫어하는데 아내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수집을 도왔어요. 덕분에 틴 토이뿐 아니라 제기 좋아하는 올드 카도 몇 대 수집할 수 있었죠.”
틴 토이에는 팝 아트의 멋이 담겨있어
대학에서 팝아트 계열을 전공한 김성진 대표는 “틴 토이는 디자인적으로 팝 아트 경향의 장난감입니다. 저는 틴 토이의 그런 매력이 좋아요. 또 한편 짠하기도 하고요. 현재 남아있는 틴 토이들은 60~70년대 고급 일본 장난감에 비해 천대받으며 단돈 50센트, 1달러에 수출됐던 틴 토이의 일부가 외국 경매 사이트를 통해 역으로 우리나라에 들여온 것들이 많습니다. 또 일부 남아있던 것들도 녹슬고 망가지면 고물장수에게 고철로 팔려 버렸고 80년대 초부터는 플라스틱 장난감에 밀려 현재 국산 틴 토이들은 거의 구경하기가 힘들거든요.”
김 대표는 큰 의미로 볼 때 덩치 큰 틴 토이라 할 수 있는 올드 카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지만 결국은 작은 틴 토이로 돌아오게 되더라고 한다. 처음엔 개인적인 취향과 장난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집을 했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정든 고향 땅으로 돌아온 틴 토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동안 어느 곳에서 어떤 세월을 살았을지 애잔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는 부부는 그래서 더 ‘틴 토이 뮤지엄’에서 더 많은 이들이 그 대견한 모습을 하나하나 자세히 감상해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틴 토이 뮤지엄’에 들어서면 활동지(미션지)를 주는데 활동지에 적힌 장난감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감상하는 것이 팁이다. 1층에 들어서면 해적이 먼저 반기고 2, 3층으로 연결된 전시실에는 1954년에 미국에서 생산된 말하는 로봇, 1950년대에 일본에서 제작된 주머 로봇, 이곳에서 가장 귀한 것 중 하나인 R-1 로봇(전 세계에 5대 밖에 없다) 등을 만날 수 있고 못난이 인형, 종이인형놀이 등 예전 추억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 아빠들이 더 좋아하게 된다는 ‘틴 토이 뮤지엄’. 이곳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직접 구운 피자도 맛볼 수 있고 피자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위치는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마을길 76-39, 관람 및 체험 문의 031-948-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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