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선행학습 타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방학이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한 학년 이상의 선행학습에 매달린다. 학기 중 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에 선행학습을 해두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선행학습 이전에 더 중요한 공부가 바로 심화 학습이다. 기말고사가 끝남과 동시에 치워버린 지난 학기 수학 문제집을 다시 찾아 심화 학습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어보았다.
안곡중 배수경 수학교사(EBS 중학 수학 강사)/ 일산 명문학원 배혜영 원장
중등 심화 학습, 고등 수학 성적 좌우
2015학년도(2015년 6월 23일 시행) 일산지역 중·고등학생들의 수학 과목 학업성취도평가를 분석해보면 일산지역 중학교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돌았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전국 중학교 평균은 66.2%인데 반해 일산지역 중학교는 73.1%였다. 그러나 일반고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 고등학교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80.3%인데 일산지역 일반고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74.1%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의 평균 학력 차이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표 참조)
물론 중학교 때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들 중 5%가 넘는 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학력차이가 나는 원인 중 하나로 중등 심화 학습의 부족을 꼽는다.
일산지역 중학생들의 수학 공부법을 살펴보면 다수가 교과서 또는 문제집에 나와 있는 개념정리를 훑어보고 기본적인 공식을 암기한 후 문제를 푸는데, 주로 유형을 익히는 문제들을 반복해서 푼다. 그래서 유형 익히기 정도의 문제들은 능숙하게 해결하지만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에 부딪치면 잠시 고민하다 문제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아주 어려운 문제가 학교 수학시험에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단정 짓기 때문이다. 이런 수학 공부법이 습관이 된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바로 해답을 보거나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수준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고등학교 수학은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들이 다수다. 특히 수능 수학문제 대부분은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풀 수 있다. 학교 내신 시험도 점점 수능형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단편적인 지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보다는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다. 이런 심화 문제를 풀어내는 힘은 결코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심화문제를 접하고 사고력을 키워야만 고등학교 진학 후 수학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심화문제 해결하는 힘, 수능 성적으로 이어져
중등 심화 학습은 고등 수학 성적은 물론, 수능 수학 성적까지 좌우한다.
일산 명문학원 배혜영 원장은 “중학교 때는 지역이나 학교별로 시험 난이도에 차이가 있지만 수능은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같은 문제를 푼다”며 “중학교 때부터 심화문제를 다뤄본 학생들이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산지역 학생들은 학교 내신에 맞춰 공부하려는 경향이 강해 내신 대비 중심으로 문제만 많이 푸는 특징이 있다”며 “다양한 유형을 접하긴 하지만 심화문제를 놓치고 가는 약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방학을 맞아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학 선행학습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후행 심화 학습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방학 동안 무조건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기보다 자신의 수학 학습을 점검하고 그동안 배운 과정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기 중에 수학 심화문제를 충분히 다뤄보지 못했다면 방학 동안 선행학습과 후행 심화 학습을 같은 비중으로 두고 공부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심화 학습의 중요성은 수학 과목의 특징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안곡중 배수경 수학교사는 수학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수학은 위계적인 학문입니다. 아래층이 부실하면 위층이 흔들리고 곧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지요. 성급한 선행은 수학 실력을 망칠 뿐 아니라 수학에 대한 흥미를 급격히 떨어지게 합니다. 수학의 재미는 다른 놀이나 학문과는 구별되는 성격의 재미인데 이러한 재미를 진짜 맛보려면 진중하고 제대로 된 심화 학습만이 가능한 길입니다.”
심화 학습, 중하위권에게 꼭 필요한 과정
수학 심화 학습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심화 학습은 상위권 학생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만이 심화문제를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심화 학습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과정이라고 해서 심화 학습을 하지 않으면 고교 진학 후 성적이 오르지 않아 수포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수학 성적이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상위권과 다른 방법으로 심화 학습을 시도해야 한다. 안곡중 배수경 수학교사는 “상위권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으로 심화 학습을 하는 것은 잘못된 선행과 다를 바 없다”며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만 더, 한 발짝만 더 나간다는 정도의 수준으로 문제집을 선택하고 꾸준히 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진정한 심화 학습은 문제풀이보다도 좋은 수학 도서를 통해 심화 학습을 하거나 문제 풀이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며 “개념이 충실해야 고등학교 가서도 수학을 포기하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혼자서 심화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개념이나 유형 문제만 풀며 심화문제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화문제를 한두 문제라도 풀어보는 경험이 중하위권에겐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일산 명문학원 배혜영 원장은 “심화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공부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라며 “어려운 수학 문제에 내성이 생길 수 있도록 차근차근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표) 2015학년도 일산지역 중학생 및 고등학생 수학 과목 학업성취도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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