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시집 ‘동네 한 바퀴’ 펴낸 하재일 시인

“시는 나의 칼, 나태와 비굴함, 무지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니까요”

양지연 리포터 2016-10-15

“따끈따끈하고 쫀득쫀득한 강원도 찰옥수수가 왔어요. 맛있는 술빵이 왔어요. 동네 한 바퀴, 부지런히 도는 트럭 한 대. 꽁무니 따라가며 동네 한 바퀴 천천히 도는 내 발걸음. 사람들은 한 명도 모이지 않고 봄밤에 꽃망울 부푸는 벚나무들만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네.”
하재일 시인의 시 ‘동네 한 바퀴’(솔 출판사/ 솔 시선 19)에 나오는 시의 한 부분은 백석동 골목길을 한 바퀴 돌다가 떠오른 영감을 살려 완성한 시라고 한다. 우리 동네 이웃이자 시인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시집에 담아낸 하재일 시인을 만났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 시로 형상화
시인이기보다 선생님으로 익숙했던 그다. 하 시인은 30여년에 가까운 긴 교단생활을 정리하고 전업 작가의 길에 나섰다. 퇴직을 한 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바이칼호에 다녀왔고, 중국 황산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가장 열심히 한 일은 역시 시를 쓴 일이었다. 6~7년 동안 꾸준히 습작을 해왔던 시들을 다시 한 번 정교하게 다듬어 시집을 마감했고, 가을이 시작되는 길목에 시집 ‘동네 한 바퀴’가 세상에 나왔다. 제목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시집에는 일산장터 구경 길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백석동 골목길 풍경 등, 사람 사는 모습이 담겨 있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시로 형상화하고 싶었다는 시인은 자신의 시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생물과 무생물, 인간과 미물은 물론이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간에 차별 없이 일체 만물을 겸허하게 포용하고 기꺼이 접하려고 했습니다. 천진난만한 인간의 마음으로 기억을 재구성하려고 노력했고, 고향에서 유년시절에 사용하던 방언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의 시에는 고향 태안 안면도의 방언이 종종 등장한다. 그는 고향 안면도에서 고등학생 때까지 살다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섬을 떠났다. 고향에 살았던 시간보다 도시생활이 더 길어진 세월을 건너왔지만 그래도 그 때 쓰던 말과 바다, 음식 등은 그의 무의식이 됐다. 시인은 자기 고향 말인 부족언어를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 말을 발굴해 시에 담아내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시대
우리나라는 시인이 유독 많은 나라라고 한다. 시인이 독자보다 월등히 많고, 시인을 존경하며, 시를 아끼는 나라. 어쩌면 시를 통해 위로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 시인 또한 자신이 쓴 시를 통해 위로를 받고, 또 자신의 시에 대한 평가를 통해 힘을 얻는다고 한다.
“물신 숭배와 자본의 힘에 저항하는 것이 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핍이 많고, 갈구하는 것이 많을 때 사람들이 시를 찾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는 위로와 힐링이 돼주죠.”
시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시를 배워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그는 기회가 된다면 일산에 시 창작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시는 형식이 어렵지 않아 자기를 표현하는데 매력적인 문학 갈래이며, 지금은 한명 한명의 이야기가 소중한 즉,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시대”라며 “함께 시를 쓰고, 시를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부지런히 시를 써서 내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다소 긴 형식의 시들이 많이 담겨 있는 이번 시집과는 달리, 다음번은 짧고 간명한 단시 형태의 시들을 모아 시집으로 선보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지’, 하재일 시인만의 정의를 물었다.
“김수영 시인은 시는 ‘나의 닻이다!’라고 말했지만 저는 ‘시는 나의 칼이다’라고 말하겠습니다. 나태와 비굴함과 무지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니까요. 시인에겐 당랑거철의 무모한 몸짓이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시인은 자기 땅에서 버림받은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보들레르가 쓴 ‘알바트로스’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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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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