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오늘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가장 유명한 철학자는?" 칸트도 아니고, 데카르트도 아니다. 정답은 바로 과학철학자 ‘칼 포퍼’ 되겠다. 얼마 전 치러진 수능 다음날, 수험생들이 모인 인터넷 사이트마다 ‘칼 포퍼’에 대한 원망이 넘쳐흘렀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어렵게 출제된 '불수능'이었다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 여느 때처럼 고등부 독서수업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리딩엠의 터줏대감으로 오랫동안 수업을 함께 해온 학생 하나가 경이의 눈빛을 지으며 들뜬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선생님, 이번 수능 국어에 리딩엠에서 수업한 게 5문제나 나왔어요, 굉장해요!”
올해 수능 국어의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 꼽힌 '논리실증주의와 칼 포퍼의 과학 철학'을 다룬 다섯 문제 얘기였다. 공교롭게도, 2년 전부터 리딩엠의 고등부 수업과 중등부 과학인문 융합수업 커리큘럼에는 칼 포퍼의 과학철학을 다룬 책들이 포함되어 왔다. 그랬기에 리딩엠의 수업을 꾸준히 들어온 학생들에게 이번 수능국어의 최고난도 문제들은 그저 평범하게만 다가왔을 것이다.
리딩엠 수업 커리큘럼이 수능 족집게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영어, 수학 같은 학과 수업과 달리, 책이 중심이 되는 리딩엠 독서수업의 경우, 수업 내용이 수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 오히려 이번처럼 딱 들어맞는 경우는 사실 우연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직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더 정직하게 말한다면, 리딩엠의 수업은 비록 수능 족집게는 아니지만 수능 문제라는 사냥감들을 잡기 쉽게 한데 몰아주는 강력한 그물이다. 문학,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양서들로 짜인 리딩엠의 커리큘럼을 꾸준히 따라온 학생이라면, 그 과정에서 키워진 사고력과 교양을 통해 처음 보는 생소한 문제도 충분히 풀어낼 내공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국어 독서 영역의 또 다른 어려운 문제로 꼽힌 '보험의 경제적 원리'에 관한 지문의 경우도 그렇다. 확률, 기대값과 관련된 수리적 사고가 함께 필요해 고난도의 문제로 꼽히지만, 리딩엠 중3 정규과정에 편성된 과학도서 수업 시간에 복권의 당첨확률과 당첨금의 기대값을 주제로 똑같은 개념을 다루기에, 리딩엠의 학생들에게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날 저녁, 녀석의 말을 듣고 그저 미소만 짓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말을 안 해준 게 좀 아쉽다.
“이 녀석아, 굉장할 것 하나도 없어.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일주일에 한두 권씩 책을 읽고, 여기서 이렇게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토론도 하고 글도 써왔는데, 수능 국어 독서 문제가 어렵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니?”
책읽기와 글쓰기 전문 리딩엠 목동본원 김대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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